'디올백' 스캔들이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

사진 출처, PA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영부인이 한 남성으로부터 300만원짜리 명품 가방을 받았다는 의혹이 최근 몇 달간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11월 27일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가 자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이 영상에는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재미 통일운동가로 알려진 최재영 목사로부터 패션브랜드 디올(DIOR)의 300만원 상당 클러치 백을 받는 듯한 정황이 담겼다.
아직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공개되진 않았다.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입장 표명의 필요성에 대해 정계 의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대통령 부부에게 법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건을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따라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 부딪치고 있다.
이번 스캔들이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적 책임
김 여사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서는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탁금지법 등에 의해 대통령 또는 영부인이 처벌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한국은 2016년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을 시행했다. 국가·지방공무원과 교사, 언론인 등을 상대로 한 부정청탁과 뇌물 수수를 규제하는 법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어떠한 명목에서라도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공직자의 배우자의 경우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다. 대신 공직자가 대신 처벌받을 수 있는데, 배우자의 금품 수수 상황을 ‘인지’했는지, 인지했다면 이를 곧바로 ‘신고’했는지 등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다.
형법상 뇌물죄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청탁금지법보다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이나 영부인이 이번 일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이상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오히려 영부인이 ‘함정 취재’의 피해자라고 말하는 의견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 상황에서는 (대통령이나 영부인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마땅치 않을 확률이 높다"며 "반면 (최 목사가) 함정 취재를 했다는 사실은 실정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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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과 투명성
한국에서는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에서 알 수 있듯, 더 공정하고 더 투명한 사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사안을 대통령 부부의 법적 책임과 별개로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일의 본질이 “투명성”에 있다고 봤다. “한국 국민은 권위주의 정부 때부터 세대나 계층과 관계없이 공정성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여겨왔”고 최근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국민이 원하면 설명해 주고 해명해 주는 역할이 대통령의 역할인데, 이 역할을 피하니까 국민들이 불편한 거라고 봐요…대통령이나 영부인에게 면담 신청을 한 사람은 누구였고, 왜 만났고, 무엇을 받았고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을 얘기해서 (국민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겠죠.”
구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법치라는 프레임으로 계속 사건을 바라보다 보니 국민 정서와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과 원칙에 의한 통치’를 뜻하는 ‘법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해 온 핵심 국정 철학이다.
신 교수도 “이번 일은 도덕적 차원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법 위반이 없었더라도 국민의 도덕적 기준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이라며 “오히려 사과한다면 (국민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나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를 받아 지난 21, 22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김 여사 관련 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들은 69%에 달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4%였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좀 더 공정하고 청렴해지기 위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러한 가치와 무관하게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거나 문제의식을 아예 못 느끼는 이들도 있기 때문에 속도는 좀 더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