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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젊은 유권자들의 걱정은 '전쟁'이 아니라 '일자리'
- 기자, 테사 웡
- 기자, BBC 뉴스
- Reporting from, 타이베이
지웨이(32)는 대만의 작고 협소한 아파트에서 홀로 웅크리고 살던 과거 몇 달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10제곱미터의 스튜디오에 창문이 없었고 천장 근처에 작은 환풍구만 있었다. 샤워 배수구를 비닐봉지로 채워놔도 계속 하수구 냄새가 났다. 그리고 벽은 정말 기괴한 주황색으로 칠해있었다.
그는 "창문이 없어서 너무 슬펐다"며 "매일 밤늦게까지 밖에 머물다가, 집에는 자러만 오곤 했다"고 했다.
하지만 2019년 당시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였다. 지웨이는 공무원이었지만, 당시 월급은 4만대만달러(약 169만원)로 대만 기준 평균 이하였다.
그를 비롯해 40세 미만의 600만 대만 유권자들은 13일 총통과 국회의원 선출을 앞두고 저임금과 주거 문제 공약을 주목하고 있다.
선거 때마다 그렇듯, 대만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과 중국의 위협에 어찌 대응해야 할지가 표면적으론 더 큰 문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 문제가 더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커먼웰스 매거진이 1만5000명의 대만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국가 안보와 양안 관계보다 경제 발전이 차기 총통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20~39세 사이의 응답자들에게 이는 매우 중요했다.
상승하는 집값과 임대료, 스테그네이션에 갇혀버린 수입, 심각한 청년 실업률에 더해 연간 GDP 성장률이 약 2%를 유지하는 상황은 많은 사람들의 걱정거리였다. 중국문화대학(CCU)의 노동 전문가 리친훙 BBC에 제공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저임금 노동자의 3분의 1 이상이 30세 미만이었다.
이는 집세에 쫓기며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흙수저 출신의 청년을 일컫는 '베이피아오(北漂)'와 같은 사회적 현상을 야기시켰다. 제대로 수입을 내기 위해 여러 개의 일을 병행하며 돈을 버는 젊은 근로자인 '시에강(合作)'도 있고, 월급을 생활비에 저축할 돈이 없는 '위에강주(月光族)'도 있다.
민주진보당(민진당, DPP)은 8년 집권 후, 특히 젊은 대만인들의 삶을 충분히 개선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웨이의 친구인 카일리(37)는 남부 도시 치아이 출신 '베이파오'다. 평생 집을 렌트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보는 그는 다큐멘터리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다. 집 구매와 관련해서 카일리는 "희망조차 포기했다"고 했다.
"집을 왜 사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어요. 제 월급은 꽤 낮습니다. 지금은 물론 10년이 지나도 주택 보증금을 낼 여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만의 젊은 정치 평론가이자 온라인 잡지 뉴 블룸(New Bloom)의 브라이언 히오 편집장은 "요즘 대만에 집을 마련하려면 15년 동안 밥도 먹지 말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라고 했다.
"이러한 오랜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민진당에 대한 분노가 있습니다."
그는 특히 Z세대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정서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현 민진당 집권 이전의 중국국민당(KMT) 정부에 대해선 기억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민진당은 과거 중국으로부터 대만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에서 표를 얻었지만, 이 전략은 일부 젊은 유권자들의 인내심을 초과해버렸다.
히오 편집장은 또한 "양안 문제는 다른 문제들을 희생하면서 정당들이 선거에서 이기려는 정치단 수단에 불과하다고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진당의 반대 세력은 이들의 불만을 이용하려고 하고 있다.
대만의 또 다른 주요 정당인 국민당은 민진당을 부패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몰아붙이며 변화를 약속했다. 한때 대만 전체를 강압적으로 다스리던 이 정당은 2000년 이후로 매 8년마다 민진당과 권력을 바꿔가며 존재해왔다.
이 상황에서 커원저가 이끄는 신생 대만민중당(TPP)은 젊은 유권자들, 특히 이 두 주요 정당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외과의사 출신인 커원저는 실용적이고 직설적인 성격으로 팬들을 얻었지만, 성차별적이고 동성애 혐오 발언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추웠던 지난 10일 밤, 항구도시 기륭에서는 대만민중당 지지자들의 집회가 있었다. 젊은 가족들과 커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연설자들이 국민당과 민진당의 당색을 지칭하는 "파랑색과 녹색을 치겠다"고 촉구할 때 환호성을 질렀고, 커원저 후보의 선거 구호 중 하나인 "약속을 지켜라"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어댔다.
그들 중에는 25세의 엔지니어 해리슨 우도 있었다. 우는 지난 선거에서 민진당에 투표했지만, 당에 대한 희망은 실망으로 바뀌어버렸다.
"차이잉원(총통)은 너무 소극적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고액의 주택 가격부터 낮은 임금, 정당의 부패 스캔들까지 다양한 불만 사항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8년 동안 입법부를 장악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어요. 이제 다시 민진당 다수를 위해 투표해달라고 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민진당은 당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다. 그들은 구매 가능한 주택 건설,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젊은 근로자들의 진로 개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공약들은 젊은 세대가 좀 더 괜찮은 일자리를 얻도록 지원하고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고자 하는 목표를 반영하고 있다.
민진당은 또한 밀레니얼 세대에게서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신 캠페인 광고는 10년 전 반중 시위를 주도한 해바라기 운동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해바라기 운동은 2016년 민진당이 국민당 정권을 축출하는 계기가 된 시위였다.
이 광고는 우울한 배경음과 함께 거꾸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국민당에 대한 언급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는 민진당 정부 아래에서 이뤄진 대만의 발전이 권력을 잃으면 다시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전달된다.
"여러분은 신념을 위해 일어났었고, 여러분의 손에 달린 투표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겼으며, 오직 여러분만이 대만이 우리의 대만이 되도록 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터져버릴 거품
수십 년 동안, 대만 정부는 계속해서 저임금과 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 논의해 왔다. 이에 대해 노동 전문가 리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허나 어느 정당이 (권력을) 갖는 지와 상관없이, 그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사회의 문제에 성실히 대처하고 빈말을 그만해야 합니다."
국립정치대학(NCU)의 정치학자인 레브 나흐만은 이번 선거에서 세 정당 모두 젊은 유권자들 대상으로 비슷한 제안을 했지만, 어떤 당이 선출되건 간에 경제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터저버릴 '거품'이 될 겁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대만에서는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 전망을 더 밝게 보면서 인재 유출이 일어나고 있다.
이주 데이터에 따르면 팬데믹 시대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일하는 대만인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그들 중 거의 절반이 40세 미만이다.
지웨이는 당분간 여기에 머물 계획이다. 새로운 사랑과 새로운 거주지를 찾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남편 웬징, 카일리,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함께 뉴 타이페이 시에 있는 훨씬 큰 아파트에 살고 있다. 다행히도 창문이 있고, 악취가 나지 않으며, 벽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들은 대만에서의 자신들의 미래에 희망을 품고 있을까? 걱정은 있지만, 그들은 모두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내 삶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글쎄요. 지금이 20살 때보다 확실히 나아졌어요. 그 때는 훨씬 가난했거든요!" 라며 카일리는 미소를 보였다.
지웨이와 웬징은 최근 새 아파트 계약금을 마련할만큼의 돈을 모았다고 했다.
그들은 가족을 꾸려나갈 수 있게 자신들만의 장소를 갖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아이를 키우고 주택 비용을 감당할지에 대해선 의문을 품고 있다.
수의사로 일하고 있는 웬징은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소득에만 의존한다면 상당히 어려울 수 있습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를 해내기로 결심했다.
지웨이는 "우리는 절약하고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공통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일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래서 제 미래에 대해 말아하자면 더 나아질 것 같아요. 제 곁엔 훌륭한 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 보도: 조이스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