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 밝혀진 죽음의 '독버섯 점심'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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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티파니 턴불
- 기자, BBC News
- Reporting from, 시드니
2023년 맹독성 버섯을 넣은 음식으로 시가 식구들을 살해한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에린 패터슨(50)에 대해 호주 법원은 2달 전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8일(현지시간) 재판부는 에린에게 최소 33년간 가석방 기회가 없는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날 에린의 식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미스터리는 지난 2년여간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2023년 7월 29일, 호주 빅토리아주의 한 시골 마을에 자리한 에린의 집에서는 5명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그중 3명이 숨지고, 다른 1명은 생사를 건 사투를 벌였으며, 집주인인 나머지 1명은 야생 독버섯으로 손님들을 고의로 중독시켰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올해 7월 모웰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열린 재판에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에린은 친척 3명을 살해하고, 1명을 살해하려고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호주는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독버섯 살인 재판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다.
주황색 접시
자칭 버섯 애호가이자 아마추어 채집가인 에린은 법정에서 이 모든 것은 비극적인 사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9주간의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단은 에린이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알광대버섯을 직접 채집한 뒤, 피해자들을 식사 자리로 유인했으며, 이후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하고 증거를 은폐하기까지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보게 되었다.
토요일이었던 운명의 그날, 시부모인 게일과 돈 패터슨 부부는 오렌지 케이크를 들고 에린의 집을 찾았다. 헤더(게일과 자매)와 이안(헤더의 남편) 윌킨슨 부부도 그날 식사 자리에 함께했다.
몇 주 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이안은 자신이 유일한 생존자임을 알게 된다.
한편 당시 에린과 별거 중이던 남편 사이먼 패터슨은 그날 참석하지 않았다.
사이먼은 에린과 사이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같이 식사하는 게 "불편하다"며 전날 참석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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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침 내내 에린은 호주에서 인기 있는 요리사의 레시피를 변형해 개인별 비프웰링턴을 준비하고자 애썼다. 고급 스테이크 부위에 버섯 페이스트를 바르고, 페이스트리에 싸서 구운 요리였다.
배심원 앞에 선 이안은 그렇게 준비된 요리를 으깬 감자, 강낭콩, 그레이비소스와 함께 회색 접시 4개와 주황색 접시 1개에 담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이중 주황색 접시는 에린의 것이었다.
에린은 이날 총 6인분의 비프웰링턴을 만들었는데, 냉장고에 넣어둔 나머지 한 접시는 사이먼이 마음을 바꿔 참석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에린은 원래 사이먼 살인 미수 혐의도 받았으나, 재판 직전 해당 혐의는 기각되어 법정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
식탁에 둘러 앉은 이들은 감사 기도를 올린 뒤 식사를 시작했고, 서로 얼마나 많이 먹는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한다.
법정 진술에 따르면 배불리 먹은 뒤 디저트를 먹고 있던 손님들에게 에린은 갑자기 암 진단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에린 측 변호인 또한 암 진단은 사실이 아니라고 인정했다.
이날 패터슨 부부는 에린에게 어떻게 이 소식을 자녀들에게 전해야 할지 조언해주었으며, 식사는 시작과 마찬가지로 기도로 마무리되었다.
법정에 선 이안은 사실 자신은 에린이 누군지 잘 몰랐으나, "분위기는 꽤 친근했다"고 회상했다.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밤, 참석했던 이들 4명 모두 갑자기 매우 아프기 시작했고, 결국 증상이 심각해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자신의 몫은 물론 아내 몫의 절반까지 먹은 돈은 의료진에게 몇 시간 사이 30번이나 구토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돈, 게일, 헤더는 점심식사 후 며칠 만에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생존자는 이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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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의심의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사이먼은 당시 별거 중이던 아내 에린은 평소에 이러한 행사를 주최하는 성격이 아니라고 진술했으며, 이안 또한 고인이 된 아내 헤더와 자신이 에린의 집에 방문한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고 진술했다.
이후 알려진 바에 따르면,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 에린은 왜 다른 색의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는지 궁금해하며 물어보았다고 전해진다.
병원에 입원한 이들은 에린도 아픈 건 아닌지 궁금해졌다. 모두 같은 음식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오렌지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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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석에 서서 처음으로 당시 식사에 대해 공개적으로 설명하게 된 에린은 나름의 변명을 늘어놓았다.
손님들을 돌려보낸 뒤 자신은 부엌을 정리하고 게일이 가져온 오렌지 케이크 한 조각을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케이크 한 조각을 더 먹고, 또 한 조각을 더 먹었다"는 에린은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케이크 한 판을 다 먹었고, 속이 터질 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그래서 화장실에 가서 토했다"는 에린은 "그 후 속이 한결 편안해졌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에린은 배심원들에게 숨겨왔던 폭식증 투병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변호인은 이로 인해 에린에게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점심 식사 2일 뒤, 에린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껴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
에린은 자신과 자녀들(그날 남은 음식들을 먹였다고 주장했다)을 즉시 입원시켜 달라고 주장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의료진은 검사를 진행했으나, 에린은 물론 아이들에게도 독버섯 중독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예방 차원에서 병원에서 24시간을 머문 뒤 에린은 퇴원했다.
의심스러운 정황
그러나 피해자들은 병원에서 계속 고통을 겪었다.
검찰은 이들이 끊임없는 설사와 구토, 장기부전을 겪는 동안 에린은 자신의 범행 흔적을 지우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퇴원 다음날 녹화된 CCTV에는 에린이 지역 쓰레기 처리장에서 식품 탈수기를 버리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해당 탈수기에서는 이후 독버섯 흔적이 발견되었다.
또한 당시 에린은 휴대전화 3대를 사용했는데, 이 중 2대가 사건 직후 사라졌다. 에린이 경찰에 넘긴 휴대전화 1대도 수사관들이 에린의 집을 수색하는 사이 등 이미 여러 차례 데이터가 삭제된 상태였다.
수사관들은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이 쌓이기 시작했음을 감지했다.
버섯의 출처에 관해 묻자 에린은 이상한 답변만 내놓았다. 일부 버섯은 멜버른의 아시아 식료품점에서 건조 상태로 구입했다고 주장했으나, 어느 지역인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브랜드나 거래 내역에 대해서는 별다른 것 없는 포장지였으며, 현금으로 지불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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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수사관들은 식사 전 몇 주 동안 인근 지역 2곳에서 알광대버섯이 목격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독버섯을 발견한 주민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시민 참여형 온라인 식물 데이터베이스인 '아이내츄럴리스트'에 목격된 지역 위치와 사진을 게시한 것이다.
인터넷 기록 확인 결과, 에린은 해당 웹사이트에서 독버섯 목격 정보를 최소 1번 이상 조회했다. 아울러 휴대전화 위치 정보 기록을 살펴보니 목격된 두 지역을 모두 방문했으며, 그중 한 곳에서 돌아오는 길에 문제의 식품 탈수기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에린은 경찰 진술에서 자신은 식품 탈수기를 소유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방에서는 사용 설명서가 발견되었으며, 페이스북의 실제 범죄 그룹에서 해당 기기를 사용했음을 자랑하는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들은 에린의 전자기기 데이터를 복원하여 주방 저울에서 계량 중인 알광대버섯으로 추정되는 사진들을 발견했다.
명확한 동기의 부재
그러나 경찰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범행 동기였다.
전남편인 사이먼은 재판에서 자신과 에린은 2015년 별거를 시작한 이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으나, 2022년 재정, 양육비, 학교, 부동산 등의 문제로 충돌하면서 관계가 변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에린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악의를 드러낸 적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에린은 특히 (제) 아버지와 잘 지냈습니다. 둘 다 지식과 배움을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에린은 법정에서 패터슨 가족들로부터 점점 더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그가 사이먼의 부모를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구제불능"이라 표현한 페이스북 메시지도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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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제시하지 않기로 했다. 재판이 마무리된 뒤에도 배심원들이 에린이 살인을 저지른 동기에 대해 궁금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리고 이러한 동기의 부재는 에린 측의 핵심 변호 전략이었다.
변호인은 시댁 식구들에 대해 쓴 메시지는 별다른 악의 없이 불만을 토로하던 것일 뿐이며, 암에 걸렸다는 고백 역시 체중 감량 수술을 앞두고 부끄러워 이를 말하지 않고 감추기 위한 변명이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휴대전화 위치 추적 데이터는 정확도가 낮아 실제로 에린이 독버섯이 발견된 지역을 방문했음을 증명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에린 또한 식사 후 아팠으나 모든 음식을 토해냈기에 다른 사람들만큼 심하지는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에린이 워낙 병원을 싫어해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조기 퇴원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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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검찰 측은 에린이 너무 많은 거짓말을 늘어놓아 추적하기도 쉽지 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나네트 로저스 검사는 배심원을 향해 "이 모든 것이 그저 끔찍한 사고"였다는 주장을 "아무런 어려움 없이" 기각해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배심원단은 검찰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패터슨 가족과 윌킨슨 가족은 사생활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