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이던 날 소아성애자와 매칭시켰어요’ … 채팅 사이트 ‘오메글’을 고소한 여성

- 기자, 조 타이디
- 기자, BBC 사이버 보안 전문기자
이 기사에는 온라인 성범죄 등 다소 불편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앨리스(가명)는 어린 시절 랜덤 화상 채팅 웹사이트인 ‘오메글’에 접속했다. 그렇게 무작위로 매칭된 대화 상대는 소아성애자였다.
앨리스는 디지털 성노예가 되도록 강요당했다.
이로부터 거의 10년이 현재, 앨리스는 오메글을 상대로 고소에 나섰다. 유사한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한 줄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기념비적인 일이다.
한편 앨리스는 지금도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어린 시절 당한 학대를 떠올린다.
일례로 가해자는 영상 속 앨리스의 외모에 집착했다. 그래서 앨리스는 늘 머리를 왼쪽으로 모아 묶은 뒤 영상을 촬영해 전송해야만 했다.
“당시 겨우 11살이었으나 최대한 더 어려 보이길 원했다”는 설명이다.
앨리스는 지금도 머리카락이 왼쪽으로 당겨지는 느낌이 날 때면 온몸이 심하게 떨린다.
21살이 된 앨리스는 이제 자신이 자신감 넘치는 성인이 됐으나, 과거 겪은 학대의 상처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앨리스가 오메글을 처음 접했을 때 이미 오메글은 인터넷 세상의 거친 무법지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친구들과 잠옷 파티 중 오메글에 접속하게 됐다”는 앨리스는 “학교의 모든 친구들이 오메글을 알았다. 그런데 그 누구도 그 뒤에 도사린 위험에 대해선 알지 못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웹사이트 관리 업체인 ‘에스이엠러시’의 분석에 따르면 오늘날 오메글 이용자는 대부분 인도, 미국, 영국, 멕시코, 호주 출신으로, 한 달에 약 7300만 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어떤 10대 청소년들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랜덤 화상 채팅방에서 낯선 이와 매칭되는 것을 일종의 통과의례처럼 여기기도 한다.
잠옷 파티에서 돌아온 앨리스는 이후 혼자 오메글에 접속하게 됐고, 이 때 캐나다 출신 소아성애자 라이언 포디스와 매칭됐다.
당시 10대 초반의 나이로 불안감이 높았던 앨리스에게 포디스는 그럴듯한 위로가 됐다. 첫 화상 채팅에서부터 포디스는 앨리스에게 자세한 사생활을 공유해달라고 설득했다.
이에 대해 앨리스는 “포디스는 (매칭) 즉시 나를 조종할 수 있었다”면서 “그렇게 나는 순식간에 아동이 해선 안 되는 짓을 강요받게 됐다”고 회상했다.
우선 포디스는 앨리스에게 은밀한 사진을 보내도록 강요했다. 이에 앨리스가 이를 보내자, 이제 아동 성학대물 제작의 공범이 된 것으로 믿게 했다.
체포될까 두려웠던 앨리스는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저는 어린 시절 대부분을 그의 손에서 놀아났습니다. 아동에게 가장 악한 의도를 품은 자의 뜻에 따라 매일 생활한 거죠.”
이는 마침내 포디스가 흥미를 잃고 연락이 뜸해지기 전까지 3년간 이어졌다.
앨리스는 죽을 때까지 비밀을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으나, 캐나다 경찰 당국이 온라인에서 누군가 아동 성학대물을 공유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서 서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작은 도시인 브랜든 경찰국의 법의학 전문가이자 경찰인 팸 클라센은 해당 IP 주소를 추적해 포디스가 가족과 함께 살던 집을 찾아냈고 수색 영장도 받아냈다.
2018년 1월 12일 클라센이 방문했을 때 포디스는 외출 중이었으나, 그의 컴퓨터에 접속할 수 있었다. 컴퓨터엔 포디스가 내린 명령에 따라 아동들이 보낸 끔찍한 성학대물이 가득했다.
그렇게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돌아온 포디스를 체포했다.
클라센은 “포디스는 놀란 듯했다”면서 “포디스의 아내는 무언가 오해가 있던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포디스의 컴퓨터에서 각각 다른 소녀의 이름으로 된 폴더 7개를 발견했다. 그 중엔 앨리스가 11~14살 시절 보낸 영상과 사진 220개가 들어있는 폴더도 있었는데, 심지어 강제로 자위하거나 소변을 보는 모습도 있었다.
일부 화면에 찍힌 교복으로 클라센은 앨리스를 추적할 수 있었다.
포디스는 2021년 12월 징역 8년 형을 선고받았다.
30대 후반의 나이로 자녀 둘의 아버지였던 포디스는 다른 피해자 2명에게도 오메글을 통해 그루밍(친분을 활용해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저지르는 성폭행) 범죄를 저질렀다.
‘앨리스 대 오메글’ 소송
현재 포디스는 수감됐으며, 앨리스는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오메글을 뒤쫓고 있다.
‘제품 책임 소송’으로도 알려진 이번 사건은 기술 플랫폼이 구축 방식이 문제가 돼 재판에 회부된 첫 사례로 알려졌다.

지난 1년간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의 플랫폼을 상대로 ‘제품 책임 소송’ 수십 건이 제기됐으나, 앨리스의 사건이 앞장서고 있는 모양새다.
앨리스의 변호사인 캐리 골드버그는 “미국에는 통신품위법 230조(온라인 플랫폼의 면책 조항)가 있어 온라인 플랫폼을 고소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제품(플랫폼의 서비스)을 기본적인 제품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사용자에게 해를 끼치는 디자인으로 결함이 있다고 취급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무작위 매칭 시스템 및 경고나 사용자 연령 확인 제도가 부족했기에 오메글이 ‘소아성범죄자의 사냥터’가 됐다는 주장이다.
앨리스 측 변호팀은 실험대가 될 이번 소송을 통해 앨리스가 수백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고 오메글이 디자인을 의무적으로 변경해야 하길 희망한다.

사진 출처, TWITTER
한편 법률 전문가들 또한 이번 소송이 잠재적으로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동의했다.
현재 영국에서 불공정 경쟁과 관련해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리자 로브달 곰센 박사는 “앨리스 대 오메글 사건이 재판에 회부돼 (원고가) 승소한다면 다른 유사 사건의 많은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나 다른 국가에서 제기된 이러한 소송으로 인한 모든 변화 및 이에 따른 혜택이 결국 전 세계 웹사이트 사용자들에게 돌아가리라는 설명이다.
한편 오랫동안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온라인 안전법’이 마침내 통과될 경우 오메글은 영국에서도 법적 조치에 직면할 수 있다.
아동을 위해로부터 보호하지 못했다고 판단되는 기업에 거액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오메글 설립자를 찾아서
오메글의 법률팀은 앨리스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오메글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오메글은 소아성범죄자의 안식처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그러나 취재진의 조사 결과 오메글은 지난 2년간 발생한 소아성애자 관련 사건 중 50여 건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만 20여 건이며, 호주, 스페인, 콜롬비아, 키프로스 등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있었다.
한편 오메글의 설립자인 레이프 브룩스는 은둔자적 성격으로 앨리스 사건에 대해 이메일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래서 BBC 취재진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브룩스의 자택에 찾아갔다. 그곳에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브룩스는 또 한 번 침묵을 지켰다.
영국 ‘인터넷 감시 재단’ 또한 설립자 브룩스와 오메글의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인터넷상의 아동 성학대물을 삭제하는 데 주력하는 이 단체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오메글 영상 약 20개 정도를 분석한다고 밝혔다.
한편 브룩스는 BBC에 보낸 성명서를 통해 오메글을 이용하는 동안 사용자들이 “자기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과 인력을 동원해 콘텐츠를 중재하는 등 오메글은 사용자 안전을 매우 신중하게 다루고 있으며, 온라인상의 아동 성 착취를 근절하고자 사법기관과 협력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오메글이 사용자의 IP 주소를 경찰에 넘겼기에 범죄자들이 유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 이후 브룩스는 오메글에 작은 변화를 줬다. 앨리스가 제기한 소장을 통보받은 지 몇 주 뒤 오메글엔 입장 전 18세 이상임을 체크해야 하는 알림창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앨리스의 법률팀은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앨리스 또한 오메글이 폐쇄되는 걸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동들의 삶을 파괴해도 괜찮을 만큼 충분한 혜택을 지닌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