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윤석열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서 케이팝 언급

동영상 설명, 국빈 만찬서 한국어로 인사하는 찰스 3세 영국 국왕
    • 기자, 션 코글란
    • 기자, BBC 왕실 특파원

지난 21일(현지시간)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케이팝을 언급하며 좌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 첫날 열린 이날 행사에서 국왕은 케이팝 스타 ‘블랙핑크’와 ‘방탄소년단’을 언급했다.

아울러 국왕은 만찬 연설에서 한국 문화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놀라운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자신은 “강남 스타일이라 할만한 게” 별로 없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과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만찬장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특별히 노래 실력을 선보이진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자신도 친구들과 어린 시절 “비틀즈, 퀸, 엘튼 존을 좋아하며 자랐다”고 연설했다. 물론 여기서 ‘퀸’은 작고한 여왕이 아닌 영국의 유명 록밴드 ‘퀸’을 뜻하는 것일 테다.

국빈 방문은 화려한 행사와 실용적인 현실 정치가 혼합된 ‘소프트 파워’의 자리로, 한국 측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환대는 중국과의 긴장감이 점점 고조되는 이 지역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동맹국이자 무역 파트너국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해석된다.

웨일스 공작 부부

사진 출처, PA MEDIA

사진 설명, 국빈 만찬에 참석한 웨일스 공(윌리엄 왕세자)과 캐서린 웨일스 공작부인(케이트 왕세자비) 부부

버킹엄궁의 무도회장에서 열린 이번 국빈 만찬에는 국왕과 카밀라 왕비, 웨일스 공과 공작부인, 리시 수낙 총리 등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해 한국 측 손님들을 맞이했다.

한국의 가장 유명한 ‘아들(son)’인 손흥민 선수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케이팝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앤 공주(국왕의 여동생)로부터 몇 자리 떨어진 곳에선 이번에 외무 장관으로 내각에 깜짝 복귀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의 모습도 포착됐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와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 또한 참석했다.

한편 이날 테이블 세팅은 한 사람당 각각 와인잔 6잔과 은으로 된 식기로 이뤄져 화려함을 더했으며, 프랑스어로 쓰인 메뉴에는 수란, 꿩고기, 망고 아이스크림 푸딩 등이 포함됐다.

입장하는 블랙핑크 멤버들

사진 출처, PA MEDIA

사진 설명, 케이팝 그룹 ‘블랙핑크’ 멤버들도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초대됐다

와인으로는 1989년산 샤토 무통 로스차일드, 영국 콘월 지방에서 생산되는 카멜 밸리 등이 올랐다.

고급 식사를 통해 외교를 활성화하는 이번 행사에선 19세기식 만찬 서비스로 4000개 이상의 식기가 사용되는 등 화려함의 정점을 보여줬다.

또한 손님들이 각각 46cm씩 띄어 앉는 등 테이블 세팅은 앞서 윤 대통령을 맞이했던 군 퍼레이드 때처럼 정확하고 대칭적이었다.

아울러 자리마다 손님들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지급됐는데, 캔터베리 대주교가 그 자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명찰을 주머니에 넣어 몰래 가져간 이들도 있었을 것이다. 몇몇 손님에겐 총리, 혹은 외무 장관처럼 직함만 적힌 명찰이 지급됐다.

환경을 사랑하는 것으로 알려진 국왕이기에 두고 간 명찰들은 이후 재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이날(21일) 낮 한국 대표단은 ‘호스 가즈 퍼레이드’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했다. 이후 윤 대통령 부부는 버킹엄궁과 트래펄가 광장을 잇는 거리인 ‘더 몰’을 따라 마차로 행진했다.

이번 퍼레이드엔 군인 1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그린 파크에선 가을 단풍 속 축포가 울렸다.

환영 행사에서 웨일스 공작부인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강렬한 붉은색의 옷차림을 선보였다.

마차 행진

사진 출처, PA MEDIA

사진 설명, 런던에선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 측 손님들을 위한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열렸다. 국빈 방문이 지닌 소위 ‘소프트 파워’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편 이러한 화려한 의례 외에도 국빈 방문은 외교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목적을 지닌다.

국왕은 만찬 연설에서 “민주주의, 인권, 자유의 보루”로서 한국의 전략적 역할을 언급하는 한편, “오늘날 안타깝게도 이러한 가치들이 도전받고 있다. 과거엔 드물었던 일”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더 몰을 행진하는 기병대 마구의 딸랑거리는 소리는 이후 이어질 무역 협상 및 거래에서 오갈 돈이 딸랑거리는 소리를 닮은 듯도 하다.

윤 대통령과 수낙 총리는 22일(현지시간) 무역 활성화와 “글로벌 안정”을 위한 ‘다우닝가 합의’를 체결할 예정이다.

신기술과 친환경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비즈니스 협력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양국은 해군의 해양 공동 순찰 등을 통해 대북 제재 이행을 강화하고, 북한의 “불법 무기 프로그램”을 방지하기 위한 보다 강력한 접근 방식도 추진하게 된다.

수낙 총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글로벌 파트너십은 우리의 번영과 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양국의) 긴밀한 관계는 이미 210억파운드(약 33조 90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뤄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