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여성 방송 진행자가 난민이 된 사연

소다바 하이다레

BBC 뉴스

샤브남 다울란은 탈레반이 정권을 잡기 전까지 방송국에서 TV 진행자로 일했다
사진 설명, 샤브남 다울란은 탈레반이 정권을 잡기 전까지 방송국에서 TV 진행자로 일했다

지난해 8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후로 많은 여성들의 삶이 하룻밤 사이에 뒤바뀌었다. 한 방송 진행자에게는 자신의 희망과 꿈, 경력이 끝난다는 걸 의미했다. 탈레반이 집권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영국에서 난민으로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지난해 8월 14일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기 전날 밤. 샤브남 다울란은 ‘라디오 텔레비전 아프가니스탄’ 방송국에서 뉴스 속보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며칠 동안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휩쓸었고 수도 외곽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24세의 샤브남은 당시 떠오르는 스타였다. 그는 소식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TV 화면 앞으로 몰려드는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전하기 위해 방송을 했다.

그는 "저는 너무 놀라서 머리기사조차 읽을 수 없었다”며 “집에서 저를 지켜본 사람들은 제가 겪고 있는 일을 알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다음날 아침 샤브남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카불은 이미 무장단체 탈레반에 함락돼 있었다.

샤브남이 전날 밤까지 앉아 있었던 스튜디오 자리엔 탈레반 대원 한 명이 탈레반의 흑백 깃발을 배경으로 앉아 있었다.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한순간에 달라진 방송국 모습의 스크린샷을 공유했다

사진 출처, 라디오 텔레비전 아프가니스탄

사진 설명, 사람들은 한순간에 달라진 방송국 모습의 스크린샷을 공유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자들로 가득 찬 방에서 여성들이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 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 날 긴장한 샤브남은 평소처럼 옷을 입고 사무실로 향했다.

하지만 샤브남은 방송국에 도착하자마자 건물을 지키고 있던 탈레반 대원들과 마주쳤다. 당시 탈레반은 남성 근로자들만 건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원은 “탈레반이 아직 여성에 대해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레반 대원은 샤브남에게 "당신은 충분히 일했고, 이제 우리의 시간이 왔다"고 주장했다. 

샤브남이 이들에게 “나도 일할 권리가 있다”고 말하자, 탈레반 대원 한 명이 그에게 소총을 겨누고 손가락을 방아쇠에 댄 채로 다음과 같이 위협했다. "너는 총알 한 발이면 끝이야. 여기서 떠날래 아니면 총 맞을래?"

샤브남은 방송국을 떠나야만 했다. 그는 이후 소셜 미디어에 이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그와 그의 가족은 위험에 빠졌다.

며칠 후 샤브남은 작은 가방을 챙기고 두 동생인 미나와 헤이트를 데리고 아프간을 떠났다.

영국 런던 북부 지역에서 새 삶을 찾은 샤브남과 남동생 헤이트와 여동생 미나
사진 설명, 영국 런던 북부 지역에서 새 삶을 찾은 샤브남과 남동생 헤이트와 여동생 미나

새로운 삶

샤브남과 형제자매들은 이후 수천 명의 다른 아프간 난민과 함께 영국에 도착했다. 그들이 정착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

영어로 말할 수 없고 일시적인 구직이 제한된 난민 샤브남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아프간에서 일했던 6년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이제 영어를 배워야 하고 대학에 가야 합니다. 첫날 저희는 쇼핑도 할 수 없었어요. 생필품이 필요한데 영어로 표현할 수가 없었거든요.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현재 영국에 온 아프간 난민의 대다수는 전국의 호텔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샤브남과 그의 형제자매는 운이 좋았다. 그들은 올해 초 정부로부터 임대주택을 제공받았다.

샤브남은 여동생 미나에게 카다멈(생강과에 속하는 향료 식물)이 들어있는 아프간 전통 차를 만들기 위해 주전자를 올려놓으라고 부탁한 뒤, 웃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희 인생은 지금부터입니다. 저희는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갓난아기와 같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지만, 영국 여름을 처음으로 즐기는 등 서서히 런던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다.

샤브남은 "저는 이제 현지인"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제 고향에서 즐겨 먹었던 것과 비슷한 따뜻한 빵을 어디에 가면 살 수 있는지, 말린 과일과 녹차를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등을 잘 알고 있다.

샤브남과 여동생은 현재 대학에서 영어를 공부하고 있고, 남동생은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샤브남과 미나는 런던에서의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다
사진 설명, 샤브남과 미나는 런던에서의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있다

샤브남은 자신의 가족이 영국 정부의 지원을 잘 받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다른 아프간 난민들을 걱정하고 있다. 샤브남은 그들이 처한 어려움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려졌다고 말했다.

"아프간인들, 특히 호텔에 머무는 사람들의 경우 처리가 우크라이나 난민으로 인해 많이 지연되고 있어요. 영국 정부는 아프간 사람들이 영국에 오는 것을 제한했지만, 우크라이나인에 대해선 제한하지 않았어요. 정부는 아프간 사람들을 제한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BBC는 샤브남의 우려를 영국 내무부에 전달했다. 내무부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취약한 두 나라 사람들을 서로 대립시키는 건 잘못됐다. 정부는 아프간 시민 재정착 계획을 통해 최대 2만 명의 여성과 어린이, 그리고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들에게 영국에서 재정착할 수 있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프간 개인과 가족에 대한 주택 제공은 복잡한 과정일 수 있다. 우리는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영국 전역의 30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하고 있고, 지난해 6월 이후 6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주택으로 이사했거나 이사할 예정입니다."

샤브남이 고향을 떠난 이후, 아프간은 많은 것이 변했다.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녀들은 중학교에 가는 게 금지됐다. 뿐만 아니라 공원은 분리됐고, 여성들은 얼굴을 가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 규정은 특히 여성 TV 진행자가 방송 중에도 히잡을 착용하도록 만들었다.

탈레반은 여성 TV 진행자에게 방송 중에도 얼굴을 가리라고 명령했다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탈레반은 여성 TV 진행자에게 방송 중에도 얼굴을 가리라고 명령했다

샤브남은 계속 일하고 싶다면 이러한 가혹한 명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동료들에게 동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그는 "탈레반은 여성들에게 ‘모든 걸 포기하고, 더 이상 일하러 오지 않을 것이, 집에 머물기를 복종한다'고 말하도록 강요하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탈레반의 사고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샤브남은 언젠가 아프간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는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유리처럼 저의 희망과 계획, 꿈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저는 아프가니스탄이 단순히 사람들이 생존하는 곳이 아니라 번성하는 곳이 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때 제가 다시 아프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