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터키 국경서 난민 92명 나체로 발견 …UN,'심각한 우려' 표명

유엔난민기구(UNHCR)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그리스와 튀르키예(터키) 국경 지역에서 100명에 가까운 이민자가 나체로 발견됐다며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리그와 튀르키예 양국은 난민 92명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서로를 비난하고 나섰다.

먼저 그리스는 튀르키예의 "행동"은 "문명 사회의 수치"라며 튀르키예 국경 관할 당국의 잘못을 지적했다.

반면 튀르키예 측은 그리스의 주장은 "가짜 뉴스"라면서 그리스야말로 "잔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이 서로의 책임으로 돌리자 UNHCR는 관련 조사를 촉구하며 "충격적인 보도 내용과 사진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리스 경찰은 지난 14일 튀르키예와 가까운 북부 국경에서 벌거벗은 남성 92명을 구조했다면서, 일부는 다친 상태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EU 외부 국경 관리 업무를 지원하는 '유럽국경·해안경비청(프론텍스)'와 함께 조사한 결과 이들이 튀르키예에서 고무 소형 보트를 타고 에브로스강(마리차강)을 건너 그리스 영토로 들어온 증거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리스 경찰은 성명을 통해 "국경수비대는 … 옷도 입지 않은 불법 이민자 92명을 발견했으며, 이 중 일부는 다친 상태였다"고 밝혔다.

그리스 당국은 이 남성들에게 즉시 입을 옷과 함께 식량,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남성들이 어쩌다 알몸이 됐는지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없다.

'프론텍스'는 이 남성들은 주로 아프가니스탄 및 시리아 출신으로, 인권 침해의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타키스 테오도리카코스 그리스 공공질서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튀르키예가 "불법 이민을 조장했다"고 비난했다.

테오도리카코스 장관은 그리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발견된 난민 중 다수가 '프론텍스'에 튀르키예 군용차량 3대를 타고 에브로스 강까지 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에브로스강은 이 두 국가 간 국경 역할을 한다.

그러나 BBC는 장관의 주장을 검증할 수 없었다.

그러면서 테오도리카코스 장관은 "튀르키예 정부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뿐만 아니라 하루 전날에는 노티스 미타라치 그리스 이민부 장관이 트위터를 통해 튀르키예 정부의 이민자 처우는 "문명 사회의 수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리스 정부는 튀르키예 측이 이번 사건에 대해 조사에 나서며, 유럽연합(EU)과의 국경을 수호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튀르키예 정부 또한 즉각 반발했다.

먼저 레제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대신해 파레틴 알툰 수석 공보 보좌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튀르키예는 책임이 없다면서 그리스야말로 "비인간적" 상황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위터에 "그리스가 다시 가짜 뉴스를 찍어내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알툰 보좌관은 그리스가 난민들의 사진을 올렸는데 이는 이들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그리스의 주장은 "거짓이고 터무니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에 대해 UNHCR은 "충격적인 보도 내용과 사진으로 매우 괴롭다"면서도 아직 이번에 발견된 남성들과 직접 대화하지 못했으며, 수일 내에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UNHCR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난민에 대한) 그 어떠한 잔혹하고 모멸적인 대우도 비난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 일부 '프론텍스'의 고위 인사들이 튀르키예로 난민들을 불법적으로 돌려보낸 그리스의 행동을 눈감아 줬다는 EU의 조사 보고서가 유출된 바 있다.

그러나 그리스 당국은 이에 대해 부인했으며, '프론텍스' 측 또한 그러한 관행은 이미 끝난 지 오래라고 해명했다.

지난달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UN 연설에서 그리스 때문에 에게해가 "묘지"가 돼가고 있다면서, 그리스의 이민 정책이 "억압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리스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쟁과 빈곤을 피해 탈출한 난민 100만여 명의 주로 터키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온 유럽 난민 사태의 최전방에 있던 국가다.

이후 유럽행 난민 수는 줄어들었으나, 그리스 당국은 터키와 그리스 섬 지역 간 국경을 통한 입국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스는 튀르키예가 2016년 'EU-터키' 협약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튀르키예는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재정 지원을 받는 대가로 유럽으로 이주하는 이주민의 유입을 억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한편 테오도리카코스 장관은 터키로부터 그리스로 들어오는 난민의 유입을 막기 위해 북쪽 국경을 타라 설치한 40km 길이 울타리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