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인신매매: 구금, 강제노동, 고문, 몸값 협박까지

사진 출처, Mirror Weekly
- 기자, 테사 웡, 부이 투, 록 리
- 기자, BBC News,싱가포르, 방콕, 홍콩
대만에서 안마사로 일하던 양 웨이빈(35)에게 캄보디아에서 온 전화 영업 구인 광고는 너무나도 유혹적이었다. 해외에 살며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다가 월급도 상당하며,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호화로운 호텔에서 살 수 있다고 했다.
양은 즉시 승낙했다. 안마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벌이가 시원치 않았고, 게다가 부친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턴 부모님도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다.
몇 주 후 양은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탔다. 프놈펜에 도착한 양을 몇몇 남성들이 차로 데려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버려진 도로에 서 있는 어느 평범한 건물이었다. 취업 알선 업체에서 보여준 호화로운 호텔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남성들은 서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양의 여권을 가져갔다. 그 뒤 양은 작고 낡은 방을 안내받았다. 그가 지낼 곳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 이 시설을 떠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됐다. 양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잘못된 곳에 왔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정말 위험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회상했다.
양은 최근 몇 달간 인신매매 조직의 동남아시아 취업 알선 사기 수법에 넘어간 수천 명의 피해자 중 한 명이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홍콩, 타이완을 비롯한 아시아권 정부들은 국민들에게 이러한 사기 수법을 조심하라며 경고하고 있다.
쉬운 일과 여러 호화로운 혜택을 약속한 취업 광고에 속은 많은 이들이 캄보디아, 미얀마, 태국 등지로 향하면 어디론가 끌려가 온라인에서 사기 등 불법 행위를 일삼는 일명 "사기 공장(센터)" 등에서 강제로 일하게 되는 형태다.
인신매매는 오랫동안 동남아시아의 고질적인 문제였으나, 이젠 범죄 조직이 다른 유형의 피해자를 노리며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신매매 조직이 새로 노리는 이들은 청년들로, 10대도 많다. 또한 교육도 어느 정도 받았으며, 컴퓨터도 잘 다루고 보통 한 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이들이다.
일명 "돼지 도살" 사기(돼지를 도살하기 전 살을 찌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기를 치기 전 1~3개월 동안 꾸준히 피해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나 암호화폐 사기부터 돈세탁 및 불법 도박에 이르기까지 각종 온라인 범죄 활동을 벌이기 위해 기술을 갖춘 인력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강제노동에 시달리다가 풀려난 베트남 출신 피해자 치 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여자로 가장한 채 온라인에서 낯선 이들을 꾀어 친해져야 했다고 말했다.
치 틴은 "매일 15명과 친해진 뒤 온라인 도박이나 복권 사이트에 가입하도록 유혹해야 했다"면서 "이들 중 5명을 설득해 게임 계좌에 돈을 입금하도록 설득해야만 했다"고 회상했다.
"감독관은 제게 시키는 일을 순순히 하라면서 도망치거나 저항하려고 하면 고문실로 데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있던) 다른 많은 사람들 또한 제게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먹을 것도 얻지 못하고 두들겨 맞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가혹 행위는 종종 지속적인 트라우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베트남 피해자 2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구타당하고 전기고문도 당했으며, 반복적으로 이러한 불법 사무실에 팔렸다고 전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은 겨우 15살 소녀였다. 소녀의 얼굴은 학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친구들에게 얼굴을 보이기 부끄러워 학교도 중퇴했다고 한다.
다른 25세 남성은 납치범이 찍은 사진이라며 보여줬다. 이 사진을 남성의 가족에게 보내 몸값을 요구했다고 한다. 사진 속 남성은 금속 침대 프레임에 수갑으로 묶여 있으며, 한쪽 무릎엔 멍 자국이 선명하다. 전기고문을 당한 흔적이라고 한다.

한편 피해자들은 "사기 공장"에 진 "빚"을 갚아야만 떠날 수 있었다고 한다. 엄청난 액수의 이 몸값을 지불하지 않을 경우 다른 불법적인 사무소로 팔려나갈 위험도 있었다.
치 틴의 경우 가족들이 어렵게 2600달러(약 360만원)를 모을 수 있었으나, 이러한 액수를 모을 수 없는 이들은 위험한 탈출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지난달 캄보디아 카지노에 구금된 베트남인 40여 명이 사무소에서 탈출해 강을 헤엄쳐 국경을 건너가려 했으나 16세 소년이 물살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큰 논란이 됐다.
캄보디아는 이러한 사기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태국과 미얀마 내 국경 도시에서도 유사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이러한 불법 사무소는 대부분 중국인 소유거나, 중국 단체와 연계된 것으로 보인다.
사기 피해자들을 구조하고 대변하는 '글로벌 사기 반대 단체(GASO)'는 이러한 단체들이 중국 범죄 조직의 보호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잔 산티아고 GASO 대변인은 "이러한 많은 단체들이 IT, 재무, 자금 세탁 등 별도의 부서를 운영할 만큼 상당히 정교하다"면서 "규모가 큰 곳은 진짜 기업같이 운영돼 사기를 치는 데 필요한 교육도 하고, 진행 상황 보고서도 작성하며 할당량 및 판매 목표치도 설정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역 갱단과 제휴해 사무소를 운영하거나 모집을 하는 식으로 다국적으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지난달 대만 당국은 지역 조직범죄 집단 40여 개 이상이 동남아시아 인신매매 사기에 연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중국이 주도하는 통신사기 및 온라인 사기는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게 바뀌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범죄 조직들은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게다가 많은 인신매매 조직이 중국인을 목표로 삼았으나, 중국 당국이 엄격한 여행 제한 정책과 봉쇄 정책을 시행하면서 사람들을 데려오기 힘들어지자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 경제가 회복되면서 구직자가 급증한 상황과도 맞물렸다.
이에 대해 유엔(UN) 국제이주기구(IOM)에서 아시아 태평양 이주민 보호 전문가로 활동하는 페피 키비니에미-시디크는 "나이가 많지 않은 피해자들이 대부분이며, 대졸자로 직업을 구하지 못했던 이들도 있다. 온라인에서 좋은 일자리 광고를 보고 꼬임에 넘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아시아 국가가 코로나19 관련 여행 제한 조치를 완화하면서 인신매매 조직이 사람들을 유인하고 이동시키기 더 쉬워졌다고 덧붙였다.
"조직범죄에 대처할 능력이 미흡한 국가에서 처벌을 피해 가며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또 다른 요인으로는 '일대일로' 정책 등을 통한 중국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 증대다. 이러한 투자로 중국과 동남아 간 연결성이 강해졌지만, 범죄 조직이 운영 범위를 지리적으로 확장할 기회도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태국 당국은 미얀마 쉬에 코꼬 지역의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카지노와 관광단지 등에 투자하며 불법 도박장 운영을 한 혐의로 중국인 사업가 쉬 지장을 체포했다.
쉬 지장은 해당 지역에서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수배 대상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도박장에서 일하던 피해자 다수는 자신들이 쉬 지장의 "KK 파크"라고도 알려진 시설에서 인신매매, 감금, 잔혹 행위 등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사법 당국은 뒤늦게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캄보디아 경찰은 최근 몇 달간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당국과 협력해 피해자 구조 활동 및 불법 사무소 단속을 시행하고 피해자를 위한 핫라인을 개설했다.
캄보디아 내무장관은 이는 "잔혹하게 등장한 새로운 범죄"라면서 광범위한 문제임을 인정하면서도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미 국무부의 인신매매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캄보디아의 경찰, 판사 및 관료들 또한 범죄 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고소를 취하해 주는 등 연루된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부패 행위에 대해 "일관되며 신뢰할만한 고발"이 있었음에도 기소조차 되지 않은 관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시디크는 이러한 문제를 완전히 근절하기 위해선 훨씬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정부들이 인신매매법을 개정하고, 필요한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하며, 수사 협력을 위해선 국경을 초월하는 법이 마련돼야 하는데, 이는 까다로운 작업일뿐만 아니라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한편 많은 국가에선 이번 사기 사건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공익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부 국가에선 동남아시아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사전 심사 조치를 도입했다. 공항에 경찰을 배치해 여행 이유 등을 질문하는 것이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당국은 노동자 수백 명을 태우고 캄보디아 남부로 향하려던 여러 전세기의 이륙을 막기도 했다.
이에 더해 GASO처럼 피해자들의 탈출과 귀국을 돕는 봉사 단체도 여러 국가에서 조직되고 있다. 단체에 속한 봉사자 중에는 양 웨이빈처럼 피해자 출신도 있다.
한편 캄보디아에서 58일째 감금돼 있던 날 아침, 양은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시설에서 가까스로 탈출했다. 이후 지원 단체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대만으로 귀국했으며, 이젠 다시 안마사로 일한다고 했다.
하지만 양의 간의 마사지 가게에는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바로 캄보디아에서의 경험을 손으로 적은 커다란 흰색 표지판이다.
양은 자신의 이야기를 온라인상에서 널리 퍼뜨리는 한편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활발하게 임한다.
양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좋은 삶을 갈망하고 [일자리에 대한] 비현실적인 환상을 품은 이들이 많다. 이들에게 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어디서든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해외로 나갈 필요는 없습니다. 해외 곳곳에 도사리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요소로 인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삶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