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유엔 북한인권보고관 '지난 6년간 북한인권 더 악화'

킨타나 보고관이 지난달 북한인권 자료 수집을 위해 방한했다

사진 출처, AFP

사진 설명, 킨타나 보고관이 지난달 북한인권 자료 수집을 위해 방한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자신의 임기 6년 동안 북한의 인권 상황이 더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자의적인 체포와 구금, 고문과 학대, 종교와 사상, 강제 노동 등 강압적 통치 체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17일 언론에 사전 배포한 북한 인권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자연재해 등의 영향도 있겠지만 결국 북한 정권의 개혁 추진 실패에 따른 여파로도 볼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책 실패 요소로는 무자비한 코로나 대응과 과도한 국방 예산 편성, 주민들에 적대적인 시장 규제 등을 꼽았다.

특히 2020년 1월 국경 폐쇄 조치가 2년 넘게 지속되면서 주민들의 생필품 접근이 제한됐고 국경 감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으로 주민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또 "북한 내 인권상황 악화는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고립되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며 "지금 북한 정권에 필요한 것은 유엔의 인권 관련 권고를 실행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오는 21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 49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공식 제출될 예정이다.

오는 8월 임기를 마치는 킨타나 보고관은 마지막 보고서 작성에 앞서 관련 자료 수집을 위해 지난달 한국을 방문했으며 정부 관계자와 북한인권 단체, 접경지역 주민 등을 두루 만나 북한 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북한은 킨타나 보고관에 대해 "북한에 대한 조금의 상식도 없는 자"라고 비난하며 "인권 문제를 논하려면 남한부터 들여다봐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인권단체 회원들이 2018년 4월 중국 대사관 인근에서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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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인권단체 회원들이 2018년 4월 중국 대사관 인근에서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중국에 '탈북민 북송 중단' 촉구

킨타나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뜻하는 '농르플르망'(non-refoulement)을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에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이 원칙은 난민을 박해할 것이 확실한 국가에 이들을 강제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상 규칙이다.

킨타나 보고관은 "중국에 탈북민 1500명이 불법 이주자로 구금돼 있고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영사관에는 망명을 시도한 북한인 3명이 억류돼 있다"며 "북중 국경이 열리면 이들이 강제 북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탈북민을 난민이 아닌 불법 이민자로 판단, 강제송환 금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와 유엔 회원국들의 정치적 의지가 결여돼 있다"며 "북한 비핵화 논의 이후 인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으로는 인권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BBC 코리아에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면 고문, 가혹행위 등 국제인권조약이 금지하는 신체 자유와 안전에 대한 권리를 침해 받게 된다"며 "특히 한국행을 기도했거나 기독교 인사들을 접촉했다면 공개처형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치범 수용소의 경우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생명권 침해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국제사회에서 탈북민 강제 북송 중지를 요구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내 탈북민 북송은 북중 양국 간 체결된 강제송환 협정에 따른 것으로, 국제사회가 이를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 연구위원은 "난민 지위 결정은 해당 국가의 몫"이라며 "결국 중국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020년 3월 9일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이사회에 앞서 보고서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2020년 3월 9일 제네바에서 열린 인권이사회에 앞서 보고서를 발표한 뒤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남북협상 의제에 '인권' 포함해야

킨타나 보고관은 보고서에서 남북 협상에 인권 문제를 포함할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또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에 대한 보호 노력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북한 인권법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이산가족 상봉 노력도 지속할 것을 당부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지난달 방한 당시 "국제사회와 유엔이 한국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일관적 접근"이라며 북한 인권결의안에 대한 공동제안국 동참을 촉구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차관을 지낸 김석우 북한인권시민연합 이사장은 "북한 인권문제는 정권에 상관 없이 정상적으로 돌려놓아야 할 중요한 문제"라며 "핵 개발 이슈와 마찬가지로 핵심 사안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인권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은 두 가지로, 하나는 유엔 인권 결의안 통과 등 국제사회를 통해 인권 침해 국가를 통제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조용한 외교, 즉 양자 또는 다자간 협상을 통해 실질적인 인권 향상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북한에 대해서는 이 두 가지 방안이 모두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