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특하다' 칭찬 대신 실질적인 변화를 원하는 한국 청소년들

청소년기후행동은 18일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 출처, 청기행

사진 설명, 청소년기후행동은 18일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 기자, 윤인경
    • 기자, BBC 코리아

"북극곰을 위해서도, 제가 생태 감수성이 높아서도 활동을 하는 게 아닙니다. 제 권리를 찾으려고 나왔습니다."

윤현정(17) 씨는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의 상임활동가다.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와 비슷한 또래다. 툰베리는 2018년 여름, 학교 대신 스웨덴 국회 앞에 앉아 결석 시위를 벌이며 전 세계 기후 운동에 불을 붙였다.

윤 활동가는 많은 사람이 그레타를 보고 환호하고 한국 청소년 활동가들을 '제2의 그레타'라고 소비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 활동가가 기특하다는 칭찬이나 일회성 박수 대신 실질적인 '기후 정치'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청기행은 18일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내년 대선 전까지 기후위기를 뜨거운 정치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것이 이 캠페인의 목표다.

청소년 기후 활동가들은 내년 대선 토론회에서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후보들이 앞다투어 기후 관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그레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청기행은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사진 출처, 청기행

사진 설명,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청기행은 '모두의 기후정치'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레타 툰베리의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이엠그레타'는 스웨덴에서 1인 결석 시위를 하던 한 청소년 환경 운동가가 전 세계 기후변화 운동 아이콘이 되는 여정을 담는다.

영화에서 스웨덴의 평범한 학생이었던 툰베리는 결석 시위를 계기로 점점 더 유명해지고, 그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커졌다. 각국 정상들은 그를 초대해 대담을 나누고, 각종 국제회의에도 초대받아 연설한다.

툰베리는 "궁전이나 성 같은 화려한 곳에 갈 때면 역할 놀이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화려한 장소에 초대받아 좋은 대접을 받지만,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그에게 정책으로 답을 한 정부는 없기 때문이다.

동영상 설명,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툰베리의 유엔 연설

또다른 청기행 상임활동가인 김서경(21) 씨는 그레타를 처음 봤을 때 그가 부러웠다고 한다.

그는 "한국에서는 청소년들이 시위하고 농성하고 그래도 하루 기사 나고 끝났는데 그레타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곧 툰베리도 혼자서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 2020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에서 툰베리는 기후변화 시위를 시작하고 18개월이 지났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라면서 "CO2 배출량은 줄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활동가는 "저 사람도 우리랑 그냥 똑같구나"고 생각했다며 "말로만 하는 공허함에 지치고 막연히 좋아 보여도 결국 우리가 원하는 변화는 어느 곳에서도 아무리 유명해도 일어나지 않는구나"고 느꼈다고 말했다.

기후 우울증

대전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7월 3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지난해 여름, 대전 서구 정림동 한 아파트에서 119구조대원들이 주민을 구조하고 있다

2020년 여름, 한국은 기상 관측 사상 역대 최장의 장마를 경험했다. 50일이 넘는 장마로 지역 곳곳이 재난 현장이 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과 호우로 인한 재산피해는 1조2585억원, 인명피해는 46명에 달했다.

울산에 살던 윤 활동가는 작년 여름 기후 위기를 목격하며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창문이 다 깨지고, 차가 파손되고, 신호들이 꺾여서 교통이 마비되고 학교 정전으로 수업을 못 들었다"며 "앞으로 기후위기가 악화한다면 이런 일들이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해 9월 국회는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결의안은 기후위기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정부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국가결정기여·NDC)를 이에 부합하도록 적극적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윤 활동가는 "결의안은 통과됐는데, 그 안에 실질적인 목표나 정책은 아무것도 없었다"며 "그 여름이 그때 저는 굉장히 힘겨웠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갑자기 너무 답답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어요. 계속 밀려오는 두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우울감을 느꼈고 무력감으로 번졌습니다. 정부 발표가 나오긴 했지만, 실질적인 변화, 즉 온실가스를 감축할 만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내가 언제까지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모두의 기후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을 재확인했다

사진 출처, News1

사진 설명, 문재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을 재확인했다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추가로 상향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잠정 2030 NDC를 10월 초순께 발표하고 상향된 최종 NDC를 오늘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때 까지는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016년 11월 발효된 '파리 기후변화 협정'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의 섭씨 2도 아래로 유지하고, 1.5도를 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이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2020년~2030년 사이 매년 7.6%씩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한국에서는 신규 석탄 발전소 7기가 여전히 건설 중이다. 해외에서도 3기가 추진되고 있다.

환경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석탄발전 조기퇴출 및 재생에너지 확대가 전력 부문에서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데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김 활동가는 실질적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일단은 석탄발전소가 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꺼졌을 때 발생하는 어떠한 피해와 상실, 그 과정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이 없이 무사히 전환하는 정의로운 결과물을 봤을 때 비로소 '우리도 이런 지속가능한 변화를 만들 수 있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