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맘'도 취업 시장에서 경력이 될 수 있을까?

    • 기자, 홀리 혼더릭
    • 기자, BBC 뉴스

많은 여성이 출산 후 직장으로 복귀하는 일은 큰 도전이라고 말한다. 네트워킹 사이트 링크드인은 최근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전업맘'이나 '전업대디'를 직업 타이틀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 이는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까?

2020년 1월, 헤더 볼렌은 다시 일하겠노라 다짐했다.

두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1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다.

석사 출신인 볼렌의 이력서에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며 쌓은 경력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지난 11년 세월 동안 볼렌의 직업은 '전업맘'. 채용 담당자가 인정하는 직함은 아니었다.

볼렌은 링크드인에 접속해 검색을 시작했지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단 메뉴에는 '전업맘'이라는 옵션은 없었다.

"바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 전에 일을 하긴 했지만, 전업맘이란 타이틀은 일부 기업엔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가족의 재정을 관리하고, 해외로 이주(암스테르담)했다가 돌아왔던 시간은 많은 미국 고용주들에겐 '공백'과도 같았다.

직장으로 돌아가려는 부모 중에는 이런 공백을 설명하고자 링크드인이 제공하는 '주부' 표시를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가족 CEO(Family CEO)'나, '최고 가정 관리자(Chief Home Officer)'처럼 즉흥적으로 만든 임시 직함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볼렌은 '가족 최고운영책임자(Family COO)'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경험을 정당화하기 위해 상투적인 말을 늘어놓고 싶진 않았다.

"이 경험에 대해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어야 하나요? 우린 아기를 가졌던 거잖아요."

볼렌은 지난 3월 '베터 마케팅(Better Marketing)'이 낸 기사를 통해 여성에 대한 '암묵적 편견'을 토로했다.

몇 주 후, 링크드인은 '경력 단절'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전업맘', '전업대디'를 포함해 여러 타이틀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볼렌은 이런 움직임은 "훌륭한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풀타임 육아 때문에 직장을 떠나야 했던 미국 여성들에게 이 공백은 다시 일하려고 할 때 점점 더 큰 부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가족을 위해선 '불가능한 상황'

퓨 리서치 센터(PRC)에 따르면, 미국 부모 5명 중 1명은 아이를 낳은 후 일정 기간 일을 쉬거나 육아에 전념한다.

출산 후 전업 대디가 되는 경우는 지난 1989년 4%에서 2016년 7%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이런 변화에도 여성이 전업맘이 될 확률은 4배가량 높다.

미국은 선진국이지만 유급 육아 휴직을 국가가 보장하진 않는다.

고용주는 12주 휴가를 지급해야 하지만 무급이다.

개별 회사별로 나름의 규정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여성들에게 유급 육아휴직은 다른 세상 이야기다.

밴더빌트대 법학경제학과 제니퍼 베넷 시널 교수는 "육아휴직이 주어지지 않고 육아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많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뒤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고 했다.

시널 교수는 또한 "이 나라는 가족들을 불가능한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볼렌은 가족과 함께 해외에 거주하던 당시 사람들이 아기를 낳고 일을 그만둔 미국 엄마들에 대해 이야기하던 일을 기억한다고 했다.

그는 "갖춰진 지원이 없기 때문에 미국 여성들은 그렇게 된다"고 말했다.

출산 후 일을 그만둔 여성 3명 중 2명은 5년 안에는 일터로 돌아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려 하면 노동시장은 그들을 그렇게 반기진 않는다.

2018년 한 연구에 따르면, 전업맘들은 해고당한 부모들보다 취업 면접까지 갈 확률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고용주들은 전업맘들을 보다 신뢰하기 어렵고, 자격이 낮고, 일에 전념하기 힘든 사람들로 보고 있다.

어렵게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임금 격차가 생긴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3년 이상을 쉬었던 여성들은 기존 소득보다 37%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시널 교수는 "경력단절 후 성공적으로 재취업을 하는 여성들조차 예상 수입은 이전만큼 회복되지 못한다는 후속 연구 결과가 있다"고 전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일시적으로 직장을 떠나는 일부 여성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여성 임금노동자 수는 1999년 정점을 찍은 이후 서서히 감소해 왔다.

전미여성법률센터(NWLC)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일터에서 여성 인력 230만 명이 사라졌다. 1988년 이후에는 보지 못했던 수준이다.

PRC의 2019년 보고서를 보면, 복직자 중 약 3분의 1은 예전처럼 풀 타임으로 일하지는 못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유급 휴직과 양육비 등 문제 일부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올봄 후반에 이와 관련한 정부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집에만 있었던 게 너무 창피했어요'

여전히 많은 엄마들에게 직장 복귀는 이력서의 빈 공간을 두고 고민하는 것을 뜻한다.

볼렌은 "내가 회사에서, 또 해외 이주 등을 하면서 쌓은 역량이 있는데도 아이들과 집에 계속 있었다는 게 너무 창피했다"고 말했다.

"제가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시널 교수는 이런 반응은 공통으로 발견되는 것으로 "공백을 숨기려는 본능"이라고 했다.

그는 "전반적으로 직업상담사들이 육아를 이유로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들에게 이력서에 이런 공백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다른 일을 꾸며내라고 조언한다"고 지적했다.

시널 교수는 동료 조니 헐쉬 교수와 더불어 '경력 공백을 숨기려고 애쓰며 노동 시장에 복귀하려는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다.

그는 "이런 조언은 절대적으로 역효과를 낸다"며 "공백과 경력 단절을 명시하는 경우 더 나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직장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여성들의 투쟁은 여전히 "끔찍한 문제로 남아있다"고 평했다.

볼렌은 결국 취업을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았다.

볼렌은 링크드인에 자신을 디지털 여행 및 문화 사이트 작가 및 설립자로 표기하고 있다.

볼렌 "프리랜서 길은 유연성도 있고 글 쓸 시간도 더 많은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경력 공백을 방어하는 일이 어렵다는 이유로 기업 취업 노선에서 후퇴한 것인지 그 여부는 자신도 모르겠다고 했다.

"부분적으론 그 모든 걸 마주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요?"

그래픽: 엥갤리카 카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