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아요' … 잔혹행위 인정한 미얀마 군인들

    • 기자, 샬롯 앳우드, 코 코 엉, 레베카 헨슈크
    • 기자, BBC World Service

이 기사에는 성폭력과 고문 등 보기 다소 불편한 장면 묘사가 포함돼 있습니다.

미얀마의 군인들이 B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민간인 살해, 고문, 강간 사실을 시인했다.

이들은 그런 일을 저지르도록 명령받았다면서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인권 유린 사태에 대해 최초로 상세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무고한 사람들을 고문하고 약탈하고 죽이라고 명령받았습니다."

마웅 우는 자신이 보초병으로 입대한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가 속한 대대는 지난 5월 어느 수도원에 숨어있던 민간인들을 살해했다.

마웅 우는 "모든 남자들을 모아 총살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면서 "가장 슬펐던 점은 우리가 노인들과 여성 1명 또한 죽여야 했다는 것"이라고 회상했다.

상등병 출신 한 명을 포함한 군인 6명과 몇몇 피해자의 증언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미얀마 군부에 대한 보기 드문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한편 신변 보호를 위해 기사에 등장하는 모든 미얀마인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다.

BBC가 만난 이들 군인들은 최근 군부 진영을 탈영해 미얀마 시민방위군(PDF) 소속 지역 부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 반군부 및 민주화를 외치며 창설된 민병대 조직이다.

지난해 미얀마에선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를 밀어내고 정권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20일, 헬기 3대가 미얀마 중부 사가잉의 예마이엣 마을을 둘러싸더니 발포 명령을 받은 군인들을 투입했다.

적어도 5명이 BBC에 각각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3그룹으로 나뉜 군인들이 남성, 여성,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총격을 가했다고 한다.

현재 미얀마 정글의 어느 외딴곳에 머물고 있는 아웅 상등병은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웅 상등병은 군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안전한 곳을 찾아 숨었던 일부 민간인들은 "뛰기 시작했고 군인들은 이들을 향해 발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부대의 발포 및 시신 5구 매장 사실을 시인했다.

아웅 상등병은 "또한 우리는 마을의 크고 그럴듯한 집엔 모두 불을 지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군인들은 "불타오르라! 태워라!"고 외치며 마을 주변을 행진했다고 한다.

아웅 상등병 또한 4채에 불을 질렀다.

BBC가 인터뷰한 이들의 말에 따르면 민가 60여 채가 전소됐으며, 마을 대부분 지역이 잿더미로 변했다고 한다.

마을 주민 대부분이 도망쳤지만, 모두가 피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마을 중앙에 있는 어느 집에는 아직 사람이 남아있었다.

티하는 마을 습격 사건이 있기 불과 5개월 전 입대한 군인으로, 대부분이 그렇듯 지역사회에서 차출돼 별다른 훈련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신병들은 '앙가르-시트-타르" 또는 "용병"이라고 불리며, 당시 티하는 20만미얀마짯(약 13만원) 정도로 꽤 괜찮은 수준의 월급을 받았다.

티하는 그 집에서 벌어진 일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그 집에 불을 지르려는 티하의 눈에 집 안 어느 철창에 갇혀 있는 한 10대 소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티하는 "그 소녀의 외침을 잊을 수 없다.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내 가슴으로 기억한다"고 토로했다.

티하가 그 소녀의 존재를 지휘관에게 알렸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보이는 모든 사람을 죽이라고 했다"였다.

이에 티하는 집에 불을 질렀다.

현장에 함께 있던 아웅 상등병의 귀에도 소녀가 산 채로 불에 타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웅 상등병은 "정말 마음이 찢어졌다. 집이 불길에 휩싸인 15분간 소녀가 반복적으로 울부짖었다"고 회상했다.

BBC는 이 소녀의 가족을 추적해, 검게 그을린 잔해만 남은 집 앞에서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소녀의 친척인 유 민트에 따르면 이 소녀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기에 부모가 일하러 집을 비운 동안 집에 남겨져 있었다고 한다.

유 민트는 "소녀는 도망치려 했지만, 그들은 소녀를 막은 채 타도록 내버려 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군인의 손에 유린당한 젊은 여성은 이 소녀만이 아니었다.

티하는 자신은 돈을 벌 목적으로 군에 입대했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과 목격한 일련의 잔혹 행위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마이엣 마을에서 생포한 소녀들에 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장교는 소녀들을 부하들에게 건네주며 "하고 싶은 대로 해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티하는 동료 군인들이 소녀들을 강간했으나, 자신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BBC는 이 여성 중 2명을 추적했다.

파 파와 킨 흣웨는 도망치려다가 길에서 군인들을 마주쳤다. 이들 자매는 예마이엣 마을 주민이 아니라 이 마을에 있는 재단사를 찾아온 손님이었다.

자매는 자신들이 시민방위군(PDF) 소속도, 심지어 이 마을 출신도 아니라고 격렬히 외쳤으나 3일 밤을 지역 학교에 갇혀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밤 군인들이 술에 취한 채 찾아와 이들에게 성적 학대를 가했다.

파 파는 "내 얼굴을 사롱(허리에 둘러 입는 천)으로 가리더니 나를 밀어 넘어뜨렸다"면서 "그리고 옷을 벗기더니 날 강간했다. 나는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파 파는 제발 그만하라고 군인들에게 애원했지만, 군인들은 소녀의 머리를 때리고 총구를 들이대며 위협을 가했다.

킨 흣웨는 "우리는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여야만 했다. 죽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회상했다.

이들은 너무 겁에 질려 가해자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일부는 사복을, 일부는 군복을 입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티하는 "군인들은 붙잡은 젊은 여성들을 강간하면서 '이 여성들이 PDF를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예마이엣 마을에서의 습격으로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젊은 여성 8명이 3일간 강간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해 5월 2일, 사가잉 지역의 또 다른 마을인 오하케 마을에서도 잔혹한 살육이 이어졌다.

용병인 마웅 우도 그 자리에 있었다.

마웅 우는 자신이 속해 있던 33사단(경보병 33사단) 소속 군인들이 수도원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총살했다고 진술했다. 이는 BBC가 공격 직후 입수한 목격자들의 증언 및 충격적인 영상 속 내용과 일치했다.

영상에는 여성 1명과 백발의 남성 1명 등을 포함해 총 시신 9구가 나란히 누워있었다. 모두 티셔츠에 사롱 차림이었다.

영상 속 모습으로 보아 이들은 뒤편 근거리에서 총살당한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이 잔혹 행위를 목격한 마을 주민의 이야기도 들어봤다.

주민들은 노인 옆에 있던 젊은 여성 시신을 알아봤다. 여성의 이름은 마 모이 모이로 금을 챙긴 가방과 아이를 데리고 있었다고 한다. 마 모이 모이는 군인들에게 제발 가방을 빼앗아 가지 말라고 애원했다.

현장에 있었으나 목숨을 건진 흘라 흘라는 "곁에 아이도 있었지만 군인들은 가방을 빼앗더니 총을 쏴 죽였다. 또한 (남성들을) 줄 세우고 한 명씩 죽였다"고 증언했다.

아이는 살아남아 지금 친척들이 보살피고 있다고 한다.

흘라 흘라는 군인들이 전화로 8~9명을 죽였다고 자랑하는 걸 들었다고 했다. 또한 사람을 죽이는 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라면서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날"이라고 묘사했다고 한다.

아울러 군인들은 '승리! 승리!'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을을 떠났다고 했다.

한편 남편의 살해 장면을 목격한 여성도 있었다. "남편의 허벅지에 총을 쏘더니 엎드리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엉덩이에 총을 쏘더니 마침내 머리에 총을 쐈다"고 한다.

이 여성은 남편은 PDF 소속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다라야자수를 가꾸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들과 딸이 있는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한편 마웅 우는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후회한다면서 "그래서 지금 모든 걸 말하고자 한다"고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든 사람이 알길 바랍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운명에 빠지는 걸 피하길 바랍니다."

한편 BBC가 인터뷰한 군인 6명 모두 미얀마 중부의 민가와 마을을 불태웠다고 인정했다.

이는 시민 저항군에 대한 지원을 끊기 위한 군부의 전술인 것으로 보인다. 군부는 미얀마 전역에서 발생한 내전으로 고군분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인권 범죄를 조사하는 NGO 단체 '미얀마 위트니스'는 이런 식의 마을 방화 사건에 대한 보고가 지난 10개월간 200건이 넘는다고 확인했다.

'미얀마 위트니스'에 따르면 지난 1, 2월에 최소 40건이 벌어졌으며 3, 4월에는 최소 66건이 발생하는 등, 방화 사건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미얀마 군부의 이러한 초토화 정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군부가 지난 2017년 서부 라킨주에서 로힝야족에 저지른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미얀마의 산악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이 사는 지역은 수십 년간 핍박받았다.

로힝야족 일부는 군부에 저항하며 벌어진 현재 내전에서 PDF의 훈련과 무장을 돕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군인들이 앞서 묘사한 것처럼 미얀마에선 군인들이 마음대로 약탈하고 죽여도 처벌하지 않는 면책 문화가 수십 년간 존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인들이 저지른 것으로 알려진 잔학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탈영해 PDF로 넘어가거나 목숨을 잃는 군인이 늘어나면서 병력을 충원해야만 하는 처지다.

군경 출신 인사들이 결성한 '국민의 포옹'이라는 단체에 따르면 작년 쿠데타 이후 탈영한 군인과 경찰이 1만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마이클 마틴은 "미얀마 군부는 여러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군부는 현재 장교급도 병사도 부족합니다. 사상자도 많고 신병 모집도 어려우며, 군인들에게 장비와 보급품을 공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죠. 그리고 이는 군부가 미얀마 여러 지역의 지배권을 상실하고 있는 듯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중부의 마궤 지역과 사가잉 지역(언급된 습격이 발생한 지역)은 전통적으로 미얀마 군부가 신병을 모집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젊은이들은 현재 군대 대신 PDF에 합류하고 있다.

아웅 상등병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군부가 이기리라 생각했다면 시민의 편으로 건너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이 탈영한 이유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군인들은 PDF에 살해당할까 걱정돼 감히 혼자 부대를 떠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웅 상등병은 "우리(군인들)는 어딜 가든 단체로 가야 한다. 그 누구도 우리가 지배하는 쪽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BBC는 이번 조사 내용과 관련된 혐의를 자우 민 툰 미얀마 군부 대변인에게 문의했다.

이에 대해 자우 민 툰 장군은 성명을 통해 군인들이 민간인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며 부인했다.

이번 기사에서 다룬 민간인 마을 습격 사건 2건은 모두 합법적인 공격이었으며 죽은 사람들은 "테러범"이라는 것이다.

또한 군인들이 마을에 방화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부인하면서 PDF 대원들이 불을 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내전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단정 짓긴 어렵지만, 미얀마 국민 수백만 명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평화가 늦게 찾아오면 올수록 강간 피해자인 킨 흣웨와 같은 여성들은 계속 폭력에 노출될 것이다.

킨 흣웨는 그런 일이 벌어진 이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약혼자에게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 말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