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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누리고 싶다면 지금 열심히 일해라?
- 기자, 알렉스 크리스티안
- 기자, BBC Worklife
요즘 청년들은 개인의 삶과 직업적인 삶 간에 더 많은 균형을 원한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청년들이 치열하게 일하지 않고도 소위 이런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누릴 수 있을지 살펴본다.
학교를 갓 졸업한 청년들은 이러한 균형은 포기한 채 나중에 돌아올 보상을 위해 우선 커리어에 집중하며 전념해야 할까?
취업 전문 플랫폼 '링크드인'에서 잘 알려진 스콧 갤러웨이 미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위와 같은 글을 게재했다.
갤러웨이 교수는 워라밸은 경력 자본(자신만의 독특하고 가치 있는 기술, 능력 등을 가리키는 말로 후에 커리어 개발에 도움이 될만한 기술)과 함께 축적된다고 본다.
즉 커리어 초반에 개인적 삶을 희생하면 나중에 직장과 개인 삶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갤러웨이 교수는 "지금 내 나이에 균형 잡힌 삶을 사는 건 청년 시기에 워라밸이 부족했던 것과 연관이 있다"고 적었다.
이러한 갤러웨이 교수의 견해는 아마도 많은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생)와 X세대(1965~1980년생) 근로자들의 살아 있는 경험을 대변할 것이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초반부터 수년간 경력을 위해 정말 치열하게 살다가 자신의 분야에서 영향력이 생기거나 그럴만한 재정적 여유가 갖춰진 뒤에야 삶의 속도를 늦춘 이들이다.
이러한 '네 능력을 증명해봐라' 식의 문화는 오늘날 여러 분야 및 기업에서도 여전히 찾아볼 수 있다.
청년 근로자에게 더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지식, 관계 등을 얻고 쌓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할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일과 사생활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스트레스, 정신 건강과 웰빙, 번아웃 등에 관한 담론이 이처럼 뜨겁게 타올랐던 적도 없다.
이렇듯 삶에서 일이 갖는 역할과 의미에 대한 논쟁이 일어난 시점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중반생)가 본격적으로 전 세계 노동 시장에 등장한 시점과 일치한다.
Z세대는 그 누구보다 일과 사생활 간 더 분명한 경계를 원하고, 긍정적인 근로 문화를 지닌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다.
새로운 젊은 근로자들은 일과 사생활 간에 균형을 맞출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균형을 갖추면서도 여전히 경력을 개발해나갈 수 있을까.
아니면 지금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미래 커리어 발전을 고려할 때 과연 가치 있는지 따져볼 때일까.
워라밸을 포기하는 경우
미래의 더 큰 가치를 위해 현재의 욕구나 만족을 참아낸다는 '만족 지연'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에 따라 많은 근로자들은 직장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젊은 시절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그 뒤 일정 수준으로 승진하거나 경제적 안정성이 갖춰졌을 때 비로소 삶의 속도를 줄였다.
갤러웨이 교수는 막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부터 치열하게 일하면 더 많은 이익이 돌아온다고 믿는다.
즉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시기라면 삶의 균형을 추구하기보단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더 큰 기회를 노리고, 직업적 야망을 불태우고, 더 높은 자리를 꿈꾸는 커리어적인 성공을 더 우선시해야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갤러웨이 교수는 "향후 커리어는 초반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불공평할 정도로 크게 영향받는다"면서 "(중장년기에 접어들어) 나중에 균형 있는 삶을 살기 원한다면 20대에 워라밸을 추구해선 안 된다. 대신 어떻게 하면 더 자신의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몸값을 높이고 또 경제적으로 안정될 수 있을지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갤러웨이 교수의 첫 직장은 대형 투자은행이었다. 그는 당시 가끔 밤새워 일하기도 하고 30시간 이상 쉬지 않고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금융계처럼 경쟁이 치열하고 보수도 높은 분야에선 이런 강도 높은 업무가 종종 통과의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갤러웨이 교수는 모든 분야의 근로자들이 워라밸을 누릴 능력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본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기술을 습득하고, 업무 인맥을 넓혀가는 것은 수년간의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느린 과정입니다. 그러나 이후엔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주기 시작하죠."
갤러웨이 교수는 청년기는 미래에 워라밸을 누릴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모든 에너지와 노력을 쏟아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모든 청년들은 자기 삶을 지탱하기 위해선 어떤 종류의 자본이 필요할지,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해선 젊었을 적 어떻게 헌신하며 보내야 할지 현실적으로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자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경제적 안정을 갖춘 채 은퇴하고 싶다면 숨 막힐 듯 치열한 고용시장에서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그것이 보편적 진실이죠."
갤러웨이 교수는 직장에서 자리를 잡고 안정되면 이때부터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즉 더 균형 잡힌 삶을 즐길 것인가, 아니면 더 높은 자리로 승진하기 위해 계속 달릴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은 이때가 되면 삶의 기어를 바꿀지 말지가 선택 사항이라는 것"이라는 갤러웨이 교수는 "가족과 자신을 위한 경제적 안정을 이뤘다면 그때부턴 건강한 워라밸 추구는 언제나 삶에서 선택 가능한 옵션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왜 여전히 워라밸이 어려울까
갤러웨이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은 워라밸의 중요성을 둘러싼 현재의 담론과 다소 상충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굳건히 유지됐던 일과 직업에 대한 기존 관념에 전례 없는 변화가 찾아왔다. 개인의 삶에서 일과 직업이 갖는 의미와 역할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영국 런던 경제대 로라 지우지 행동과학 조교수는 "근무 시간이라는 건 의미가 없으며, 일은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는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모든 연령대의 근로자들은 더 유연한 직업적 삶을 추구하는 한편 출근해서 오랫동안 일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기존의 인식을 타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반응하는 기업도 늘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직원을 구하기 힘든 노동 시장에서 기업들은 재택근무와 출근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근무와 같은 새로운 업무 형태를 직원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지우지 교수는 이를 "(기업들이) 워라밸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근로자들을 커리어에 몰두하게 유도하는 많은 요소는 변하지 않았다.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직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경영심리학 교수는 직장은 일반적으로 열심히 일한 이들에게 보상을 준다면서 워라밸을 우선시하면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차모로-프레무직 교수는 "많은 고용주들은 직원들이 워라밸에서 '라이프'에 너무 가치를 둔다고 생각한다"서 "근로자들이 유연성, 자유, 웰빙 등을 원할 때 기꺼이 치열하게 일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전보다 더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차모로-프레무직 교수는 사실 고용주라면 기꺼이 워라밸을 포기할 구직자를 고용하고 보상할 것으로 본다.
"개인의 야망, 회복탄력성, 끈기, 투지, 현재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는 능력 등이 매우 중요한 고용 요소라는 게 오랜 연구 결과입니다."
게다가 일하는 방식은 변할지 모르지만, 관리자가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
일례로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는 일명 '출근문화'를 더 심화시켰을 수도 있다. 즉 직장과 집 간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고용주들은 근로자들이 점점 더 업무시간 외에도 일하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지우지 교수는 "일부 상사들은 장시간 근무, 응답 속도 등 전통적인 성과 평가 기준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지식 기반 사회에서 개인의 성과를 정량화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상사에게 유능한 인재로 보이고 싶다면 실제 일하는 시간을 더 들여야 할 수도 있다.
물론 경력 초반에 치열하게 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제적 안정을 이루지 못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보통 초반부에 열심히 일해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여성에게 더욱 해당하는 말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임신 및 출산을 거쳐 경력을 잠시 중단하기 전인 경력 초반부에 집중해서 전력 질주해야 일정 수준의 경제적 안정과 승진을 이룰 수 있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Z세대 전반이 부모 세대 보다 경제적 안정을 달성하기 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예를 들어 수년간 임금 수준은 정체됐지만 집값은 상승하면서 청년들은 자기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더욱 어렵다.
게다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것 또한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청년 근로자들은 자신들 앞에 놓인 경제적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는 듯 보인다. Z세대가 비록 워라밸을 꿈꾼다고 할지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의 임금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지우지 교수 또한 경제적 압박을 받는 청년 근로자들은 오랜 시간 일하거나 더 높은 월급을 위해 자주 직장을 옮겨야 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투자로서의 균형
그렇다고 해서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한 현재의 담론이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으리라는 뜻은 아니다.
미국 고용 플랫폼 '더 뮤즈'의 샤일라 터로우 인재 확보팀 부사장은 "워라밸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않는 분야는 결국 인재를 고용하고 유지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은 여러 워라밸 전략을 구상 중이다.
차모로-프레무직 교수는 "노동시장 호황기에선 근로자들이 더 많이 요구하고 까다롭게 굴 수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기업이 헬스장 회원권이나 무제한 휴가 등 마치 소비자에게 하듯 직원들에게 긍정적인 근로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지금의 복지 혜택이 좋을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변화에서 더 의미를 찾아볼 수도 있다.
즉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직장에서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게 되면 커리어 초반부에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바뀔 수 있다.
지루지 교수는 "그때가 바로 청년들이 워라밸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재정의할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전환이 이뤄지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 청년 근로자는 커리어 및 경제적 압박에 내몰려 장시간 일하며 전념할 수밖에 없을 수 있다.
이들의 상사처럼 신입 사원도 업무에 몰두한 삶을 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편 차모로-프레무직 교수는 워라밸은 경력 자본과 함께 축적되며, 젊은 시절 희생하면 나중에 이익을 본다는 갤러웨이 교수의 견해에 동의했다.
차모로-프레무직 교수는 "높은 지위와 영향력이 크고 경험이 많을수록 직장에서 더 노력하고 이미지를 관리할 필요가 줄어든다"고 말했다.
"아직 이루지 못한 이들은 언제나 더 큰 야망을 품어야 합니다. 지금의 욕구를 누르며 강인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더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고용주들은 이러한 이들에게 보상할 것이고, 그래야만 합니다."
한편 갤러웨이 교수는 워라밸을 투자에 비유했다.
삶에서 유연성이 가장 필요한 시기에 유연성을 누리기 위해선 초기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는 느리고 지루한 과정"이라는 갤러웨이 교수는 "건강한 워라밸은 나이가 들어서 누리는 엄청난 혜택이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이에 투자하는 것이 가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