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은 연봉을 위해 '영혼을 파는' 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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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대엔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자리를 뒤로하고, 덜 흥미롭지만 더 나은 보수와 복지 혜택을 약속하는 곳으로의 이직은 충분히 타당해 보인다. 이젠 '영혼을 팔아넘기는 짓'이라는 오명을 끝낼 때가 아닐까?
미국의 30대 기술직 직장인 몰리는 비전에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직장에 다녔다. "직장은 내 정체성의 일부였다"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정리해고 바람이 불고, 불확실성이 확산하며, 장시간 근무와 번아웃(탈진 증후군)을 경험하면서 이직을 결심했다.
그의 이직은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거래였다. 새로운 직장에선 보수가 더 높고 재택근무도 더 유연하게 할 수 있었으나, 이곳의 비전이 마음을 끌거나 특별히 관심 가는 분야도 아니었다. 비록 이직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여러 상황을 우려해 성을 밝히지 않은 몰리는 "나 자신을 내다 파는 기분"이었다고 밝혔다. 비록 번아웃 증후군으로 지쳐있던 그였지만 "내면의 가치관과 전쟁을 치루는 느낌"이라고 했다.
자신의 열정을 따라 의미있는 직업을 갖도록 권유받는 시대 분위기에서는 성취감을 주는 직장에서 지루하지만 더 나은 근로 조건을 제공하는 직장으로의 이직은 사실상 금기시된다. 이러한 딜레마는 특히 젊은 직장인들에게 더 두드러진다. 연구에 따르면, MZ세대(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의미)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자신의 개인적 가치관에 부합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응답자 15%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가치관을 고려해 직장을 골랐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근로자들은 보수부터 근로 시간의 유연성, 일과 생활의 균형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근무 전반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됐다. 많은 사람들은 이제 일과 개인적인 삶에서 더 좋은 균형을 찾기 위해 근무 방식에 변화를 원한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일부 근로자들은 금융 안정성이 얼마나 위태로울 수 있는지를 더 의식하게 됐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보수가 낮지만 잠재적으로 오랫동안 자신의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뒤로하고, 덜 흥미롭지만 더 나은 보수와 복지혜택을 택하는 것이 타당할 수 있다. 그리고 산업 전반에 걸쳐 보수 수준이 상승하면서, 전례 없는 수준으로 기업들은 새로운 근무 모델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정신건강 관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을 찾기에 좋은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식의 변화를 '영혼을 팔아넘기는 것'으로 바라보는 것 또한 더 이상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둠으로 걸어가는 일'
팬데믹발 정리해고의 파도 속에서 안정성 추구, 정신건강 증진, 더 나은 보수 등 몰리의 이직 결정에는 수많은 요인이 작용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재택근무 가능 여부였다. 그의 이전 직장에서는 가능한 한 사무실에 직접 출근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런 여러 타당한 이직 원인에도 불구하고, 몰리가 이직 의사를 밝혔을 때 동료들이 이를 두고 말이 많았다고 한다. 몰리는 "어둠으로 걸어가는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도 말했다.
"자신의 가치관을 함께 할 수 있는 회사로 이직하거나 창업하는 경우, 사람들은 '좋은 변화'에 대해 기대해줍니다. 그런데 제가 이직할 곳을 밝혔을 때 동료들이 '정말? 잘됐다. 정말 자랑스럽다' 등의 반응 해주지 않은 건 실망스러웠어요."
많은 근로자들, 특히 몰리와 같은 밀레니얼 세대들(1980년대 초부터 2000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이 자신의 가치에 부합하는 "꿈의 직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문제가 비롯된다. 조직행동 및 이론을 연구하는 캐서린 시아 미국 카네기멜론대의 조교수는 이것을 오랜 딜레마라고 했다.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직업을 원하는가, 아니면 다른 곳에서 의미를 찾고 그 꿈을 뒷받침해 줄 자금을 댈 수 있는 직업을 원하는가?" 시아 박사의 물음이다.
시아 교수는 사람들이 열정을 다하는 일엔 종종 불리함이 뒤따른다고 지적했다. 2019년에 나온 한 연구는 많은 기업이 직원들의 열정을 착취해 그들에게 임금을 덜 주거나 하찮은 일거리를 준다는 점을 밝혀냈다. 소위 "꿈의 직업"도 자신의 열정과 헌신을 증명하기 위해 직원들을 온종일 일하도록 하는, 해로운 '일이 삶에서 우선시 되는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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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열정을 바탕으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명예로운 일이라고 여겨진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치관을 고수했다는 증표가 되는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루하지만 잠재적으로 더 높은 보수를 받는 쪽을 선택하는 것은 쉬운 길을 걷기 위해 영혼을 팔아버린 것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시아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부 "열정 직원들"의 일에 대한 환상을 깨뜨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시아 교수는 근로자들이 "특히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사가 주는 긍정적인 감정의 한계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은 동료 간에 상호 소통이 있는 사무실 환경에서는 신날지 모릅니다. 그 덕에 낮은 보수라는 단점이 상쇄됐죠. 그러나 모든 업무가 줌(Zoom, 미국의 화상 회의 제공 서비스)으로 옮겨간 세상에서는 더 높은 보수를 원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그러면서 시아 교수는 "이는 영혼을 파는 일이 아니"라며, 소중히 생각해왔던 일에 대해 "열정을 되돌아보고 단점을 고려해 보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쉽게 털어버릴 수 있어요'
전문가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자신을 "팔아넘긴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는 아직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애넛 레스너 미 뉴욕대 경영학과 조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에는 사람들이 "내일 당장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모든 기회를 극대화"하게 된다고 말했다.
레스너 교수와 시아 교수는 지난 몇 년 동안 반복된 큰 사건들로 근로자들이 미래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더 높은 보수와 유연한 근무 시간 등의 조건을 선택할 기회를 잡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단순히 불확실성 때문에 근로자들이 선택지를 평가해보게 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많은 근로자들은 우선순위를 재고해보면서 일을 통해 자신이 얻고 싶은 게 무엇인지, 업무에 유연성이 허용되는지, 더 많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지, 사적인 삶이 공적인 삶에서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지 등을 따져볼 기회를 얻게 됐다.
모든 일에는 스트레스가 따르지만, 자신이 원하는 우선순위에 맞춘 일을 찾아 나서는 것은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레스너 교수는 "영혼을 파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자리를 옮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몰리의 경우, 직장에서 열정보다 편안함과 안녕을 우선하면서 오히려 자유로워졌다. 몰리는 "이 분야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일거리와 걱정을 집까지 들고 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장점 중 하나"라고 밝히며 "업무가 끝나면 일을 잊어버리고 쉽게 털어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경력을 많이 쌓은 근로자들의 경우, 열정적인 일 대신 재미는 덜하지만 높은 보수와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곳으로 이직하는 것은 "어둠으로 걸어가는 일"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인 선택일 수 있다. 자녀가 있거나 집을 사려고 하거나 은퇴를 계획하는 시기라면 간단하게 말해서, 더 많은 돈을 벌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지도 모른다.
레스너 교수는 "현실은 상쾌한 바람과 함께 당신을 덮칠 수 있다"며 "한쪽이 아름다운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현실적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러한 이상 추구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말했다.
요즘 전문가들은 함께 일하던 동료가 이직할 때 영혼을 "팔아넘겼다"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레스너 교수는 "자신의 욕구와 재정 상황 등을 위한 선택을 내릴 때는 더더욱 타인의 비판이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직 이후 몰리는 뒤를 돌아보지 않게 됐다. 그는 "(새 직장에서의) 에너지는 훨씬 더 긍정적이다. 암울하지 않다. 사실 매우 만족한다. 더 이상 번아웃을 겪지도 않는다"며 "언제나 더 내게 매력적인 회사를 추구해왔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게 꼭 필요조건이 아니라는 걸 배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