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버려진 개들을 돌보는 사람들

2017년 8월 18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자로 4호기를 덮고 있는 석관 밖에 서있는 들개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크리스 바라니우크
    • 기자, BBC 퓨쳐

보그단은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의 방사능 오염 지역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동반자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체르노빌에서 검문소 경비원으로 일하던 첫날부터 한 무리의 개들과 이 장소를 지켜왔다.

현재 이 지역에서 일한 지 2년째인 보그단(가명)은 이제 이 개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이름이 있는 개도 있고, 이름이 없는 개도 있다. 어떤 개들은 근처에 머물고, 어떤 개들은 멀리 떨어져 있다. 그들은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한다.

보그단과 다른 경비원들은 이 개들에 먹이를 주고, 머물 곳을 제공하며, 가끔은 상처를 치료해준다. 개들이 죽게 되면 그들을 묻어주기도 한다.

이 지역의 모든 개들은 체르노빌 원자로 4호기가 폭발한 1986년 재난의 피난민으로도 볼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여파로 인근 도시인 프리피야트에서 수만 명의 주민이 대피했다. 당시 주민들은 반려동물을 남겨두고 대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소련군은 방사능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유기동물을 사살했다. 하지만 일부는 살아남았다.

35년이 지난 지금 수백 마리의 들개들이 인간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설치된 2600㎢의 출입금지구역(Exclusion Zone)을 배회하고 있다.

이 개들 중 어느 개가 1986년 유기견들의 후손인지, 또 어떤 개가 다른 지역에서 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모두 출입금지구역의 개들이다.

체르노빌 들개들의 삶은 아주 위험하다. 이곳에는 방사능 오염은 물론 늑대와 산불, 굶주림 등 온갖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이 지역에서 들개들을 감시하고 돌보는 비정부기구 '클린 퓨처스 펀드'에 따르면, 그들의 평균 수명은 불과 5년이다.

체르노빌 인근 도시 프리피야트의 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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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들개들도 살고 있다

이 개들이 황폐된 이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일부는 심지어 소셜 미디어에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클린 퓨처스 펀드의 공동 설립자 루카스 힉슨은 들개들이 등장하는 출입금지구역 가상 투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일 이 개들과 함께하는 현지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지리학 박사 과정인 조나톤 턴불은 현지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것이 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만약 내가 이 개들을 알고 싶다면, 그들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 갈 필요가 있었다"며 "바로 경비원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버려진 환경에서 만난 동물들과 경비원들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발견했다. 이 이야기는 인간과 개 사이의 깊은 유대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경비원들은 몇몇 들개들에게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턴불에 따르면 방사선의 한 종류를 가리키는 '알파'와 소련이 건설한 유명한 두가 레이더 시설 근처에 살고 있는 '타잔'이 있다. 타잔은 체르노빌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들개 중 하나다.

그리고 겨울에는 난방 파이프에 누워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는 짧고 뚱뚱한 개 '소시지'가 있다. 이 파이프는 폐허가 된 발전소를 해체하고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출입금지구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건물 중 하나에 사용된다.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에 들어가려면 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비원들은 이 지역을 드나드는 도로의 검문소를 통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이 검문소를 피해 금지 구역에 침입하는 사람들은 "스토커"로 불린다.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에 사는 턴불은 이 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보그단을 비롯한 여러 검문소 경비원들을 만났다.

그들은 돌처럼 굳은 얼굴이었고 처음에는 대화하기를 꺼렸다. 이 때문에 보그단은 그들에게 보드카와 초콜릿을 가져다줬다. 그러고 나서 그는 그들에게 그의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했는데, 그는 이게 결정적인 계기이자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경비원들에게는 단 한 가지 부탁이 있었다. "제발, 제발 개에게 줄 음식을 가져와 달라"는 것이었다. 턴불은 그렇게 했다.

2017년 8월 18일, 체르노빌 직원 세르게이 샴레이가 유기견에게 빵을 나눠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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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들개들에게 빵 조각을 나눠 주는 체르노빌 경비원

턴불은 BBC 퓨쳐를 대신해 연구 참가자 중 한 명을 인터뷰했다. 해당 경비원은 직장에서의 징계를 피하고자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여기선 '보그단'이라는 가명을 사용하기로 한다.

보그단은 스토커를 확인하기 위해 그 지역을 순찰할 때, 개들이 기꺼이 동행한다고 말했다. 개들은 항상 보그단이나 지나가는 여행객이 음식을 가져오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그단은 그와 함께한 개들은 산만해지거나 동물을 쫓기 위해 멀리 가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덧붙였다.

충성심은 쌍방향이다. 턴불은 경비원들이 가끔 개들의 피부에 박힌 진드기를 뽑거나 광견병 주사를 놓아줌으로써 개들을 돕는 일을 한다고 말했다.

출입금지구역에서 누가 오가는지 감시하는 것은 때때로 지루한 일이다. 하지만 근처에는 항상 개들이 있다.

일부 검문소에선 경비원들이 몇몇 동물들을 입양하다시피 했다. 경비원들은 그들에게 먹이를 주고 쉼터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모든 개가 길들여진 것은 아니다. 조사하는 동안 한 경비원은 턴불에게 "아르카는 물기 때문에 주사를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더욱 접근하기 어려운 개 한 마리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의 손길을 자체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 개에게 음식을 주고 그냥 가야 한다"며 "당신이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당신이 떠나면 그때서야 먹는다"고 설명했다.

2017년 8월 18일,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에 앉아 있는 경비원들과 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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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일부 경비원들은 출입 금지 구역 내 들개들이 무단출입자들을 단속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개들은 처음 보는 낯선 사람들에게 짖곤 한다. 그게 바로 들개들의 본성이라고 보그단은 말했다.

하지만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그들은 진정하고 꼬리를 흔들기도 한다. 보그단은 때로는 개들이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체르노빌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방사능 먼지를 옮길 수 있기 때문에 들개들을 만지지 말 것을 권고받는다.

출입금지구역의 일부 지역은 다른 곳보다 더 오염돼 있는데, 들개들이 이 중 어디를 배회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체르노빌 제외 구역에는 들개 외에도 다른 야생동물들이 살고 있다. 2016년 당시 조지아대에서 근무하던 미국 정부 야생생물학자 사라 웹스터는 동료들과 함께 늑대와 멧돼지, 붉은여우 등 포유류가 어떻게 출입금지구역에 서식하게 됐는지를 밝히는 논문을 발표했다.

자동 촬영 카메라 자료에 따르면 방사능 오염이 더 높은 지역이라고 해서 동물들의 수가 눈에 띄게 적지는 않았다.

출입금지구역에 사는 동물들의 터전이 그곳에 국한돼있는 것은 아니다.

웹스터와 동료들이 2018년에 발표한 연구는 GPS 장치를 붙인 늑대의 움직임을 상세히 밝혀냈다. 그 늑대는 출입금지구역 내 본거지에서 긴 원 호를 그리다가 남동쪽으로 갔다가 다시 북동쪽으로 이동했고, 결국 러시아로 들어갔다. 이동 거리는 369km에 달했다.

출입금지구역의 늑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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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에는 늑대들도 살고 있다

늑대와 개 같은 동물들은 이론적으로 방사능 오염 물질이나 번식을 통한 유전적 돌연변이를 출입금지구역 밖으로 옮길 수 있다.

웹스터는 "(오염 확산이) 벌어지는 것은 알지만,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턴불은 경비원들이 종종 방사선 측정 장치를 개들에 사용하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방사선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동물의 가축화를 연구하고 있는 고고학자 그레거 라슨은 오히려 개들과의 정기적인 교감이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라슨은 경비병들이 "개들의 입장이 돼 보는 것 같다"며 "개들이 괜찮다면, 자신들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르노빌의 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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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안전을 위해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지역에서 살고 있는 들개들

하지만 사실 이런 방식은 잘못된 안전의식일 수도 있다.

턴불은 "위험을 볼 수 없다"며 "위험이 있는 것을 알지만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이는 "기묘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개들이 방사능 측면에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보그단 같은 경비원들은 개들을 곁에 두는 것의 이점을 강조한다.

보그단에 따르면 개들은 낯선 사람이나 차량, 야생 동물 등이 나타났을 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짖는다. 보그단은 이러한 유용한 경고 신호 때문에 개들을 "보조자"로 생각한다.

체르노빌의 들개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체르노빌의 들개들은 프리피야트 관람차만큼 체르노빌을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라슨은 출입금지구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온 인간과 개들과의 관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은 지난 1만5000년 이상 개뿐만 아니라 많은 가축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것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애착"이라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는 완전히 길들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야생도 아닌 개들이 있다.

이들은 도시와 산업 지역을 돌아다니며 먹을 것을 찾는 들개들이다. 사람들은 이 들개들을 어느 정도 돌 볼 수는 있지만, 반려견으로 여겨지지는 않을 것이다.

체르노빌의 강아지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출입금지구역에는 약 900마리의 들개들이 살는 것으로 추정된다.

체르노빌의 개들도 가축화의 경계에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턴불의 또 다른 연구에 참여한 적이 있는 웹스터는 출입금지구역의 개들은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출입금지구역은 인간에 의해 버려졌다는 점에서 매우 다르다"며 "개들이 유일하게 마주치는 사람들은 경비원들"이기 때문에 이곳 개들이 인간과 친해지는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외부 세계는 개와 그들이 이야기에 강한 흥미를 느낀다. 그러나 많은 경비원에게 들개들과의 관계는 흥미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가 있다.

보그단은 왜 들개들이 출입금지구역에 머물러도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 개들이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고 대답했다.

그에게 개들과의 관계는 "이 방사능에 찌든 종말 이후 세계에서도 생명이 계속된다는 일종의 상징"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