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로나19 백신 효능 의혹에 '근거 없는 주장' 반박

백신의 효능 의혹을 반박하는 러시아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장관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백신의 효능 의혹을 반박하는 러시아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장관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박했다.

러시아는 지난 11일 2달간의 임상시험 끝에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공식 승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필요한 모든 검증 과정을 거쳤으며, 자신의 딸도 이 백신을 맞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프랑스, 스페인, 미국의 연구진은 백신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우려를 표했다.

연구진이 중요한 과정을 생략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 속에서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국제 기준을 준수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다.

이번 러시아산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가 개발한 것으로, WHO가 '3상 임상시험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힌 6종 백신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근거 없는 주장’

러시아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장관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외국의 일부 나라들이 러시아 제품의 우수성에 경쟁심을 느끼며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2주 안에 우선 의료진을 위한 첫 백신이 배포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은 11일, 오는 10월부터 대규모 접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백신을 지난 1957년 미국과 우주 경쟁을 벌이던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발사한 인공위성의 이름을 따 '스푸트니크 V(Sputnik V)'로 명명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미국의 연구진은 백신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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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 우려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다는 발표에 미국과 유럽의 기관들은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12일 독일 보건장관 얀스 스판은 백신이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백신 투약을 너무 일찍 시작하는 건 위험하다. 잘못될 시 수용성을 아예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아는 한 이 백신은 충분한 검사를 거치지 않았다"며 “첫 백신을 만드는 것보다 안전한 백신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이사벨 임버트 연구원 역시 너무 이른 접종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르파리지엥지에 “백신의 방법론이나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주도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 역시 "러시아가 백신의 효능과 안전을 확실히 입증했느냐가 심각히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도 6개가 넘는 백신 후보 물질을 갖고 있고, 사람들에게 해가 되고 효과가 없는 것을 제공하겠다면 당장 다음 주에라도 가능하다"라며 "하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내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러시아 제약업계를 대변하는 러시아임상시험기구(ACTO)는 “3차 임상시험을 통과하기 전까지 승인을 미뤄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ACTO의 스베틀라나 자비도나 의장은 러시아 의학 전문 사이트에 백신이 76명을 대상으로 1차, 2차 임상시험을 진행했을 뿐이라며, 그것만으로는 백신의 효능을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러시아의 백신을 직접 투약해보겠다며 “러시아의 백신은 인류를 위해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러시아 백신이 효능을 보인다면 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가 백신에 대해 아는 것

러시아 연구진들은 지난 7월 백신 초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사진 출처, EPA

사진 설명, 러시아 연구진들은 지난 7월 백신 초기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백신은 일반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벡터 백신을 만들어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인 SARS-CoV-2와 융합해 면역 반응을 끌어내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하지만 허가에 앞서 수천 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3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백신이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라며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면역력을 형성해 준다"고 주장했다.

또 러시아 미하일 무라슈코 보건장관은 11일 "백신이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것으로 입증됐다"며 "인류의 승리를 향한 큰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100여 종의 백신이 개발 단계에 있다. 일부 백신은 인체 임상실험 단계에 접어들었다.

많은 연구자들은 2021년 중반까진 백신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WHO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대변인은 지난 4일 "때때로 개인 연구자들이 `뭔가를 찾아냈다`고 주장하지만, `발견`과 `실제 모든 단계를 거치는 것` 사이엔 큰 차이가 있다"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