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기후 재앙 마지노선 1.5℃ 돌파 가능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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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EPA

지난 9월 전 세계가 이상 고온을 기록한 가운데, 학자들이 우려하는 기후 변화의 마지노선이 붕괴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 변화에 따른 여러 피해를 막기 위해선 1.5°C 기준점 이하로 기온 상승폭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되며, 2024년은 올해보다 더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징후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단계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서식스 대학의 멜리사 라젠비 박사는 말했다.

올 9월 유럽과 전세계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9월로 기록됐으며, 악천후로 인한 자연재해가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올해 평균 기온이 '1.5°C 기준점'을 돌파한 날이 3분의 1가량 됐다.

지난 2015년 12월 각 국 지도자들은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1.5°C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1.5°C 기준점'은 전 세계 평균 기온이 산업화로 인해 화석연료 배출량이 실제로 증가하기 시작하기 이전인 1850~1900년보다 1.5°C 더 올라간다는 의미다.

파리협정 기준점이 붕괴되는 것은 단순히 며칠 혹은 몇 주가 아니라 20년 혹은 30년간 줄곧 평균 기온 상승폭이 1.5°C 이상임을 의미한다.

현재 지구 기온은 1850~1900년 평균보다 약 1.1℃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1.5°C 이상 기록하는 일수가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은 점점 더 마지노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처음 1.5°C 보다 상승한 기록은 '1.5°C 기준점'을 합의한 바로 2015년 12월이다. 이후 수차례, 비록 일시적인 짧은 기간이지만, 기준점을 돌파한 날이 있었다.

특히 2016년 강력한 엘니뇨 현상이 발생한 이후 75일이나 기준점을 돌파했다.

연도별 전 세계 일교차 1940~2023년. 올 9월 특히 산업화 이전 평균기온 1.5C 높은 기록적인 일수를 기록했다
사진 설명, 연도별 전 세계 일교차 1940~2023년. 올 9월 특히 산업화 이전 평균기온 1.5C 높은 기록적인 일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 2일까지 86일이나 산업화 이전보다 1.5°C 이상 기온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올해가 많이 남았지만 이미 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전 세계 평균 기온의 통계 오차가 있어 정확히 며칠이나 1.5도 이상 상승했는지는 불명확하다. 하지만 이미 2016년의 기록을 넘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1.5°C 기준을 넘은 날이 길어졌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고"고 라젠비 박사는 말한다.

올해 기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엘니뇨 현상을 꼽는다. 학자들은 엘니뇨 현상으로 이미 온난화가 진행 중인 지구 온도 상승이 한층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엘니뇨가 지구 온난화의 상징적 임계점인 1.5℃ 상승 제한 목표를 초과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레딩대학의 에드 호킨스 교수는 "북반구 여름철 엘니뇨 현상을 목격한 것은 이례적이다"며 "지금 일어나는 현상이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또 "호주의 동료들은 특별히 다가오는 여름 엘니뇨로 인한 자연재해, 대형 산불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9월들어 1.5℃ 이상 기온이 오른 날이 이어졌고, 1.8℃ 이상 상승한 날도 있었다.

기후변화서비스에 따르면 9월 전체 평균 기온 상승폭은 산업화 이전보다 1.75℃ 이상 높았으며, 현재까지 올해 기온은 평균 1.4℃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을 나타내는 도표. 기온이 평균보다 0.5도 높거나 낮으면 엘니뇨 또는 라니냐로 간주된다. 최근 데이터는 엘니뇨 현상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 설명,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을 나타내는 도표. 기온이 평균보다 0.5도 높거나 낮으면 엘니뇨 또는 라니냐로 간주된다. 최근 데이터는 엘니뇨 현상이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온 상승 요인

올해 전 세계 해수면 온도가 평균 이상을 기록했으며, 이로인해 대기로 유입되는 열기가 증가했다.

미국 우드웰 기후 리서치 센터의 제니퍼 프란시스 교수는 "북대서양은 관측이례 가장 따뜻했으며, 북대평양을 보면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해수면이 일본부터 캘리포니아까지 이어져 있는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실가스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가져오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히 어떤 요인이 해수면 온도를 상승시키는 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한 가지 이론은 공기에 떠다니는 미세한 입자인 에어로졸의 감소가 북대서양의 해수면 상승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에어로졸은 태양열을 흡수해 지구 온도를 높이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햇빛을 반사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조금은 덜 알려진 요인으로 남극 빙하의 변화가 있다. 남극 대륙의 해빙 규모가 여느 겨울보다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들은 남극의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 심해 해류가 심각하게 느려지고, 이에 따라 기후 재앙과 같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부 학자들은 최근 남극의 온도 변화가 인간 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자연변동성에 의한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인간 활동이 초래한 장기적인 영향을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라이프치히 대학의 카르스텐 하우스타인 박사는 "올 7월 초 남극은 정말 따뜻했다. 기록적인 온도지만 여전히 영하 20도, 영하 30도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목격한 이례적인 1.5℃ 이상 기온 상승과 1.8℃ 상승은 부분적으로 남극 대륙에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1951-1980년 평균 대비 2023년 6월, 7월, 8월 지구 기온 지도
사진 설명, 1951-1980년 평균 대비 2023년 6월, 7월, 8월 지구 기온 지도

일반적으로 북반구는 가을과 겨울에 서늘하지만, 엘니뇨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절정에 달하면, 산업화 이전 대비 큰 기온 차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다.

학자들은 이러한 이상 고온 현상이 올11월에 있을 COP28 기후 정상회담을 위해 두바이에 모일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이라고 본다.

지난 3월, 유엔은 재생 에너지에서 전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들이 있다고 강조하며, 각국이 기후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레딩 대학 호킨스 교수는 "단순히 2050년까지 탄소중립이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목표에 도달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우리가 앞으로 10년 동안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인 다음 탄소 제로(carbon zero) 목표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