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홧김에 그만둘까' 고민하는 직장인 늘고 있다

많은 사람은 홧김에 일을 그만두는걸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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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한 나이트클럽. 알렉산더가 디제잉을 하던 그 안은 후덥지근했다. 바깥은 섭씨 40도가 넘었지만, 클럽의 에어컨은 고장 났다. 이날 클럽에선 포켓몬을 주제로 한 특별 이벤트가 열렸고 더운 날씨에도 400명의 클러버들이 몰렸다. 클럽안은 더욱 끈적끈적하고 습한 느낌이 들었다.

알렉산더(35)는 "기절하지 않기 위해 제 목에 아이스 팩을 둘렀다"며 2016년 행사 당시를 회상했다. 클럽 안의 열기로 장비마저 망가지면서, 그는 참을 수 없다고 느꼈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마이크를 통해 그는 클럽 사장을 질타했다. 에어컨을 고치겠다고 했고 기계가 과열된 환경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난 끝났어"라고 말하고는 클럽을 뛰쳐나갔다.

우리중 많은 이들이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직장을 떠나는 것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화를 참지 못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른바 '분노 퇴사'를 결정하는 것은 직장 내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징후다. 지나치게 느슨한 건강과 안전 관련 기준에서부터 착취적인 근무환경, 그리고 갑질이 심한 관리자에 이르기까지. 모두 홧김에 퇴사가 나타날 징조다. 코로나 사태는 단지 직원들이 즉석에서 퇴사를 결정하는 스트레스 요인을 더했을 뿐이다.

하지만 보통 이런 퇴사 방식은 주로 업무 문제가 쌓여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주들은 직원들이 '분노 퇴사'라는 폭탄을 던지기 전에 각종 경고 신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분노 퇴사'

홧김에 퇴사하는 게 충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만은 않다. 보통 어떤 사건이 실제 퇴사를 촉발할 때까지 직업에 대한 불만족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쌓이는 경향이 있다.

'분노 퇴사'는 보통 직업에 대한 불만족이 오랫동안 쌓였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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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른 직업에 대한 선택권이 넓거나, 또 다른 소득원이나 새로운 기회가 확보돼 뒤로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확신이 생기면 퇴사의 방아쇠를 당기기가 더 수월해진다.

퇴사하는 패턴은 직무와 산업에 걸쳐 다양하게 존재하고 이유도 또한 각기 다르다. 분노 퇴사에 대한 통계는 부족하지만,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이직 전문가 피터 홈은 독일의 경우 대기업 직원들이 예고 없이 그만뒀다가 불이익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고용 유동성이 큰 미국에선 이렇게 홧김에 퇴사하는 것은 보다 흔한 풍경이다.

티루치라팔리 인도경영연구소에서 조직 행동을 연구하는 사지트 프라단은 미국과 유럽보다 인도는 이런 퇴사의 빈도가 적다고 한다.

"권위가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도록 만든 교육시스템 때문에 인도에선 불행히도 직장 내 학대에 더 관대한 편입니다. 다만 고급 기술을 가진 직업이나 밀레니얼 세대에선 홧김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는 있죠."

캐나다 귈프 대학에서 전략적 인적 자원 관리를 연구하는 니타 친저는 "일반적으로 고학력자들이 퇴사할 확률이 높다. 그들은 자신이 다른 분야에도 활용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불안정한 고용시장에 있는 사람들도 종종 예고 없이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

피터 홈은 중국과 멕시코의 수출 주도형 공장노동자들을 언급하며 "이들은 이 직업 저 직업으로 점프해 다닌다"고 지적했다.

친저는 젊은 근로자들은 다소 의지가 약하다는 인식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밝혔다.

"실은 이들은 침몰하는 데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 전에 무엇이 자신에게 최선인지 결정하는 것뿐이죠." 그는 젊은이들이 적성에 맞지 않은 일을 빨리 그만두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서 분노의 순간에 떠나는 것이 항상 논리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친저의 설명이다.

"화가 나서 퇴사를 하는 사람들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일을 그만두는 게 아닙니다. 자신에게 있는 선택지가 무엇인지 생각하기 위해서 그러는 거죠."

회사에 치인 직원들은 본인의 이직 능력에 대해 과대평가할 수도 있다.

'분노 퇴사'에 공통된 근무환경

불만족스러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이유는 많지만, 충동적인 퇴사에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대표적인 이유가 경영진의 문제다. 폭언을 비롯한 학대적인 관리 감독은 정서적 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 관리자들이 직원들의 거듭된 문제 제기를 해결하지 못할 때, 직원들이 격분해 퇴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직장 내 근로 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직원들은 즉각적인 퇴사 욕구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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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화가 나서 회사를 그만두게 만드는 또 다른 형태의 경영 문제도 있다. 업무 분장이 변경되거나, 일정이 혹독하고, 일이 너무 많거나, 회사가 직원들이 제기한 안전 문제를 무시했을 때가 그렇다.

사라(24)는 최근 3개월 동안 미국 미시간주의 작은 식료품점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이 모든 것을 경험했다. 그는 여름에 부모와 함께 살기로 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어 파트타임으로만 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손도 부족하고 매니저의 강경한 요구로 곧 풀타임으로 일하게 됐다.

상점에선 직원 안전은 우선 순위가 아니었다. 종업원 중 유일한 젊은 여성인 사라는 여러 면에서 근무 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다. 손님중엔 호전적인 취객도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은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 가게는 늘 사라 혼자서 돌봐야 했다.

그러다 결코 참을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손님이 사라를 스토킹하기 시작했을 무렵 사라는 매니저에게 근무 일정표를 고객이 볼 수 없게 공공장소에서 옮겨달라고 부탁했다. 매니저는 이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스토커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사라에게 고함을 질렀다.

"매니저는 이런 식으로 얘길 했죠. 제가 어른처럼 행동해야 한다며 왜 그렇지 못하냐고요. 이런 말을 반복했어요."

사라는 당초 일정보다 한 달 먼저 전화로 퇴사를 통보했다.

"2주 전에 회사에 알리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 슬펐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저를 도와준 게 없다는 점과 제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할수록, 제 시간과 안전까지 희생하며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사라는 원래부터 임시직으로 생각했고, 화가 나서 그만둔 후 충격을 받았지만, 재정적으로 그 일이 절실한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 일이 제 꿈의 직업이었다면, 저는 분명히 다른 단계를 밟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저를 가치 있게 여기는 직업이었다면" 자발적으로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홧김에 퇴사하는 사람들의 사례에서 나타난 것처럼 직원에 대한 나쁜 처우는 결국 또 다른 나쁜 처우를 낳는다. 사라는 매니저가 자신이 제기한 안전 문제를 고려하지 않자, 퇴사 통보를 미리 주지 않기로 했다.

친저는 이를 사회적 교류 이론에 빗대어 "당신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내가 당신을 대하는 방식이 된다"고 설명했다.

만약 관리자가 직원의 근무 일정을 갑자기 바꿔 추가 근무를 요구하거나 경조사 휴가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직원들 역시 제한된 의사소통과 짧은 퇴사통보로 응대하기 쉽다.

코로나로 악화된 업무 환경

이러한 직원들의 불만은 코로나 사태 기간 확산했다. 친저는 지난해에는 전체적으로 퇴사 비율이 낮았지만, 올해 들어 퇴사자가 급증했다며 "경영진과 조직, 인사부서는 인재 유지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라의 사례처럼, 경영진의 우려가 곧 근무 환경 개선이나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저임금 직원의 경우엔 더 그렇다.

실제로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직원들의 경우 퇴사의 주요 이유가 안전 문제에 있다. 동료들이 백신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서 그만둔 간호사, 매니저가 직원들 사이에 코로나 감염이 퍼지고 있는 사실을 숨겨 그만둔 식당 종업원, 코로나로 부터 취약한 친척에게 코로나를 옮기지 않기 위해 그만둔 소매업 종사자. 이들 모두 코로나 사태 기간 반 충동적으로 직장을 떠났다.

경영 학자들은 코로나 사태 전에 이미 '직장에서의 사망 의식'을 조사하고 있었지만, 코로나 팬데믹은 직장 내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의 루이 종은 분노 때문에 퇴사하는 사람들, 특히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사람들의 경우, '분노' 요소는 "고용주들이 그들의 직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충분한 안전 조치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고 봤다.

친저는 다른 이유로 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매니저와 동료로부터 받은 형편없는 처우 때문에만 퇴사를 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직장에서의 상황에 따라 퇴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회사가 사무실 복귀를 요구했을 때가 고민인 이들도 있다.

"예전에는 이런 요구는 퇴사를 고려하는 대상이 아니었죠."

다른 대안은?

누군가 분노에 사로잡혀 퇴사하고 싶어 한다면, 자신의 분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이해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쁜 상사에게 복수했다는 데서 오는 즉각적인 만족감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을 수 있다.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퇴사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내 각종 경고 신호를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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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관리자들은 직원들의 퇴사를 방지하기 위해 회사 내 각종 경고 신호를 찾아봐야 한다

또 왜 더 많은 사람이 홧김에 그만두지 않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과로에 지친 직원이 상사에게 복수했다는 얘길 들으면 멋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계획 없이 일을 그만두는 건 스트레스다.

알렉산더는 운 좋게도 DJ일에 의존하지 않아도 됐다. 그의 본업은 과학자였다. 그는 "만약 내가 이미 다른 직업이 없었다면 그만두기가 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람이 지루한 직업을 떠날 여유가 있거나, 급여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회사를 그만 둘 여유가 있지 않다. 때문에 운이 좋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당장 끔찍한 일을 그만두라고 촉구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알리벨(28)은 아르헨티나에 있는 베네수엘라의 동료 이민자들 사이에서 이 같은 상황을 자주 목격했다. 2019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도착했을 때, 알리벨의 첫 직업은 전화로 차를 파는 일이었다. 얼마 되지 않아 이 일이 불법이라는걸 알게 됐고 알리벨은 즉시 그만두었다.

그는 퇴사를 해서 금전적으로 잃은 것은 없었다. 차를 팔면 수수료를 받는 일이어서 받은 수입도 없었다.

이른바 '퇴사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반적으로 퇴사자에게 생기는 일종의 낙인 현상은 줄어들고 있다. 일부 직원들의 퇴사는 남은 동료들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근로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고용주에게 달려 있다.

홈은 "만약 고용주들이 적절한 임금과 좋은 복리후생을 제공한다면 퇴사가 줄어 들 것이다"고 말한다.

친저는 직원 유지에 초점을 맞춘 업체들은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직원에게 등록금을 보조하거나 여름엔 금요일을 휴무로 보장하거나, 아니면 매일 직원과 대화를 갖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홈과 그의 동료들은 고용주들이 직원들과의 '체류 면접(퇴사하는 직원과 같은 퇴사전 인터뷰가 아니라)'을 실시하는 등 '퇴사 전 행동'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한다.

만약 직원이 홧김에 그만둔다면, 이것은 고용주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알렉산더는 DJ 장비를 들고 과열됐던 클럽을 떠난 지 6개월 만에 클럽 주인과 화해하고 클럽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듬해 그는 다시 퇴사했다. 더 많은 약속이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안전하지 않은 근무 환경은 이어졌다.

"그것이 제가 집 밖에서 DJ를 한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냥 이 모든 것에 진절머리가 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