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사고 사상 최악의 미스터리'에 여전히 시달리는 가족들의 이야기

실종된 아들에게 메시지를 쓰며 눈물을 흘리는 리 어유

사진 출처, BBC/ Lulu Luo

사진 설명, 실종된 아들에게 메시지를 쓰며 눈물을 흘리는 리 어유
    • 기자, 조나단 헤드
    • 기자, BBC News, 쿠알라룸푸르

지난 10년간 리 어유를 괴롭힌 말이 있다. 바로 '연락 두절'이다.

아들 얀린이 탔던 MH370편이 사라졌을 때 말레이시아 항공사가 그에게 건넨 말이다.

리는 “지난 몇 년간 나는 ‘연락 두절’이 대체 무슨 말이냐. 만약 누군가와 연락이 두절됐으면 다시 연락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고 했다.

중국 북동부 허베이성에서 농사를 짓는 리와 그의 아내 류 샹펑은 항공 사고 사상 최악의 미스터리로 불리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자 아직도 애쓰고 있다.

지난 2014년 3월 8일 밤, 말레이시아 항공 370편은 여느 때처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베이징으로 향했다. 이륙한 지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조종사는 말레이시아 관제탑에 밤 인사를 건넸다.

승객 227명과 승무원 12명을 태운 이 보잉 777기는 베트남 영공을 통과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방향을 바꾸더니 이내 모든 통신이 끊겼다. 해당 사고기는 갑자기 회항해 말레이반도를 넘더니 이후 외딴 인도양 남쪽으로 향하다 연료가 다 떨어져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후 4년간 사상 최대 비용을 투입해 대규모 수색 작업을 벌였으나, 실종 항공기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해양학자, 항공 엔지니어, 아마추어 탐정 수천 명이 달려들어 해당 항공기의 단편적인 데이터를 꼼꼼히 분석해 최종 추락 지점이 어딘지 계산하고자 애썼다.

한편 탑승자의 가족들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헤어 나올 수 없는 슬픔에 잠겨 있다. 이들은 MH370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대체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고자 애쓰고 있다.

리는 진실을 알고자 전 세계를 횡단했다. 유럽과 아시아를 다니고, 실종된 해당 항공기의 잔해가 일부 발견된 마다가스카르의 해변 등을 다니느라 저축한 돈도 모두 다 썼다고 한다.

리는 아들이 떠밀려온 곳일 수도 있는 그곳의 모래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고 했다. 드넓은 인도양을 향해 제발 아들 얀린을 집으로 데려다 달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리는 “아들을 찾고자 세상 끝까지 다닐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MH370 여객기 실종 10주년 기념식

사진 출처, BBC/ Lulu Luo

사진 설명, MH370 여객기 실종 10주년을 맞아 탑승자 가족들이 쿠알라룸푸르에 모였다

현재 60대 후반인 이 부부는 허베이성의 한 시골 마을 출신이다. 원래 이들은 버는 돈의 대부분을 자녀들의 교육비로 썼기에 여행 다닐 돈이라곤 없었다.

아들 얀린은 이들이 살던 마을에서 처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사람이자, 처음으로 해외 취직에 성공한 사람이었다. 얀린은 말레이시아 소재 한 통신 기업에 다녔다.

사건 당일엔 비자 관련 약속이 있어 중국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리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만 해도 난 살던 곳 근처 한단시에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젠 비행기에 익숙해 져버린 이들 부부는 사고 10주년을 맞아 다른 가족들과 함께 쿠알라룸푸르를 다시 찾았다.

얀린은 해당 사고기에 탑승했던 중국인 153명 중 하나였다. 그리고 리 부부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제시한 합의금을 거부하고 중국에서 항공사, 항공기 제조사 및 여러 당사자를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한 중국인 가족 40여 명 중 하나다.

지난 10년간 많은 게 달라졌지만, 여전히 이들은 사라진 비행기에 묶여있는 기분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레이스 네이선의 남편이 MH370편 탑승자였던 네이선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그레이스 네이선의 남편이 MH370편 탑승자였던 네이선의 어머니에게 쓴 편지

MH370편이 실종됐을 때 그레이스 네이선은 영국에서 마지막 법학 시험을 치고 있었다. 해당 사고기엔 네이선의 어머니 앤이 탑승하고 있었다.

현재 네이션은 두 아이의 엄마로, 말레이시아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서 만난 네이션은 결혼식에서도 어머니의 사진을 들고 입장했으며, 2번의 힘든 임신을 겪는 동안 어머니가 너무 그리웠다고 털어놨다.

한편 기념식엔 지금껏 찾아낸 유일한 물리적 증거인 사고기 기체 파편 몇 개가 전시돼 있었다. 오랫동안 바닷속에 잠들어있던 탓에 부식되고, 내부의 벌집 형태 구조물이 다 드러난 날개 일부도 찾아볼 수 있었다.

기념식을 찾은 이들 중엔 누구보다도 많이 MH370 파편을 발견한 블레인 깁슨도 있다.

MH370 사건과 얽힌 인물 중 다채로운 삶을 살아가는 깁슨은 그야말로 아마추어 탐험가이다. 깁슨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나오는 복장을 입고 캘리포니아의 주택을 판 돈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여행을 다니고 있다. 전 세계 모든 나라를 다 가보고 싶다는 꿈이 있다.

“과거 사고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게 됐는데, 해안가에 부유하는 파편에 대한 체계적인 수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정말 하나도 하고 있지 않았어요. 수백만달러를 들여 수중만 수색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고기의 첫 번째 파편은 해변을 걷던 누군가에 의해 발견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기에 제가 직접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에 깁슨은 미얀마부터 몰디브에 이르기까지 1년간 해안가를 샅샅이 수색했고, 결국 동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어느 모래톱에서 후면 안정판 파편을 발견하게 됐다.

그 무렵 마다가스카르 동쪽 레위니옹섬에선 날개의 일부분인 큰 플라페론 조각도 발견되며 가족들은 MH370이 실제로 인도양에 추락했음을 확신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사고기가 실종된 지 16개월 이상 지난 후 동아프리카의 여러 해변에 파편이 떠밀려왔다.

10주년 기념식에 전시된 비행기 파편

사진 출처, BBC/ Lulu Luo

사진 설명,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기념식엔 지금껏 발견된 사고기 잔해가 전시됐다

인도양 남부의 해류를 분석할 결과, 이러한 파편은 MH370이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떠밀려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말레이시아 당국의 수석 조사관이었던 아슬람 칸은 찾아낸 일부 파편엔 일련번호가 적혀 있어 제조업체의 기록과 대조해 해당 사고기의 조각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품은 표식 기록에 사용된 글꼴이 독특해 해당 사고기의 조각임을 거의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인도양에 추락한 다른 보잉 777 항공기는 없기 때문이다.

플라페론이 발견되기 전까지만 해도 사고기가 회항했다는 증거는 사고기가 말레이반도를 넘어 서쪽으로 날아갔다는,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군용 레이더에 기록된 데이터만이 유일했다.

그러던 중 영국의 위성통신 기업 ‘인마샛’이 자사 위성들과 남쪽으로 향하던 MH370 간에 6차례에 걸친 ‘핸드셰이킹’이 발생했음을 감지했다. 해당 항공기의 다른 모든 통신 장치는 꺼져 있던 상태였다.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시간 사고기와 위성 간 거리를 3각 측량해 대략적인 추락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매우 깊고 거친 바다로 된 드넓은 구역이다.

2014년 3월 15일 MH370편 수색 작전 중인 인도네시아 국가수색구조청 직원들의 모습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수년간 바다와 하늘에서 뒤지며 몇 가지 단서를 찾긴 했으나, 아직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26개국에서 보낸 선박 60척 및 항공기 50대가 참여한 대규모 수색은 2014년 3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2018년 초, 미국의 민간 기업 ‘오션 인피니티’가 수중 드론을 이용해 약 5개월간 해저를 스캔하며 수색 작업을 진행했다.

한편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탓에 여전히 수많은 이론이 난무하고 있다. 이중엔 납치설, 러시아로 날아갔다는 설, 인도양 내 디에고 가르시아섬의 미 공군 기지로 날아갔다는 설, 격추설 등 근거 없는 주장도 제기됐다.

프랑스 출신 기자 플로랑스 드 창이는 전시된 파편을 보며 “이건 터무니 없다”고 중얼거렸다.

MH370 사건과 관련해 출간된 서적은 100편이 넘는다. 창이 또한 MH370편에 대해 꼼꼼하게 연구해 책을 내기도 했다.

창이는 사고기가 회항해 남쪽으로 향했다는 가설은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창이는 발견된 잔해가 MH370의 잔해가 아니라고 믿는다. 창이는 기내에 실린 화물에 의문을 제기하며, 이 특정 화물 때문에 남중국해 상공에서 미국 항공기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 대부분이 그러듯 말레이시아 당국과 인마샛이 제시한 레이더와 위성 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사고기가 계속 남쪽으로 향했다고 믿는다면 이에 대한 그럴듯한 설명은 하나뿐이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사고기를 해당 방향으로 비행하게 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항공 항공기

사진 출처, Getty Images

BBC의 새 다큐멘터리 ‘항공기는 왜 사라지나’에서 프랑스 항공우주 전문가 2명과 숙련된 조종사 1명은 비행 시뮬레이션을 통해 말레이시아 항공 교통 관제소와의 마지막 교신 직후 해당 사고기가 남중국해 상공에서 급선회하는 장면을 재현했다. 그리고 숙련되고 경험이 매우 풍부한 조종사가 수동으로 조종해야만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MH370이 말레이시아에서 베트남 영공으로 이동하는 바로 그때 급선회했다는 사실은 조종사가 이러한 조종 행위를 숨기려 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조종사는 베트남 측 관제탑이 항공기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하기 전까지 시간이 조금 걸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또 다른 가설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압으로 인해 탑승자 전원이 저산소증으로 기절했다는 가설, 갑작스러운 기내 화재나 폭발로 통신이 두절돼 조종사들이 어쩔 수 없이 회항해야 했다는 설 등이 있다. 그러나 7시간가량 꾸준히 남쪽으로 비행하며 까다로운 조종을 해냈기에 이러한 가설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조종사 중 한 명이 고의로 비행기를 추락시켜 탑승객 모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가설 또한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장과 부기장 모두 이러한 행동을 할 만한 그 어떠한 전력도 없었다.

이렇듯 온갖 이론과 추측이 난무하며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다.

사고기의 사무장이었던 패트릭 고메스의 아내인 하키타 곤잘레스는 “가장 미워하는 사람에게도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 수색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뭔가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희망에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내 MH370편의 잔해가 아니라는 말이 들려왔죠. 그러면 우리의 희망은 다시 곤두박질쳤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누군가 우리 위에 올라서서 우리의 숨을 앗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키타 곤잘레스의 남편인 패트릭 고메스의 사진

사진 출처, Lulu Luo/BBC

사진 설명, 하키타 곤잘레스의 남편인 패트릭 고메스는 MH370의 사무장이었다

한편 사고 직후부터 가족들은 말레이시아 정부를 비난하고 있다.

우선 군 레이더상에서 사고기를 제대로 추적하지 못하는 등 초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 후에도 2018년 ‘오션 인피니티’사의 마지막 수색 작업이 종료된 후에 추가 수색을 승인하지 않으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오션 인피니티’는 아무것도 찾지 못하면 비용 처리도 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며 수색을 재개하고 싶어 했지만,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일부 말레이시아 관료들 또한 사적인 자리에선 정부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아마도 말레이시아가 최근 몇 년 동안 엄청난 정치적 혼란을 겪었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도 겹치면서 가족들이 연례 기념식도 열지 못하는 등 몇몇 방해 요인이 있었다.

앤서니 로크 현 말레이시아 교통부 장관은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가족들에게 사고기를 찾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면서 현재 ‘오션 인피니티’사와 올해 말에 수색을 재개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8년 ‘오션 인피니티’가 수색한 지역은 11만2000km에 달한다. 그러나 깊은 수중 협곡과 같이 매우 지형이 까다로운 곳도 있기에 사고기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마찬가지로 MH370 수색에 관심 있는 전직 항공우주 IT 전문가인 리처드 고드프리는 자신이 아마추어 무선 라디오 애호가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파 라디오 시험 송신 데이터를 분석해 수색할 지역을 훨씬 더 좁혔다고 주장한다.

이렇듯 최종 추락 지점을 좁힐 수만 있다면, 좁은 지역을 드론으로 여러 번 집중적으로 수색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추어 무선 라디오 애호가들의 데이터베이스엔 1년에 17억 개의 기록이 쌓입니다. 마치 전 세계에 걸쳐 라디오 신호로 가득 찬 거대한 그물을 쳐 둔 셈이죠. 항공기가 이 그물망을 지나갈 때마다 그물망에 구멍을 내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특정 시간에 항공기가 어디 있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MH370이 인도양 남부로 비행하는 6시간 동안 저는 95개의 다른 시점에서 무선 신호 이상 313개를 발견해냈습니다. 이를 통해 보다 더 정확한 항로를 알 수 있으며, 더 정확한 추락 지점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현재 영국 리버풀 대학에서 고드프리의 이러한 방법을 시험 중으로, 올해 말에는 그 타당성이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리 어유와 류 샹펑

사진 출처, BBC/ Jonathan Head

사진 설명, 10년이 지난 지금도 리 어유와 아내 류 샹펑은 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 해답을 기다린다

한편 남은 가족들은 최근 교통부 장관이 내놓은 약속에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자신들이 말레이시아 정부에 절실히 원했던 분위기의 변화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완전히 안심하진 못한다. 이미 여러 번 이들은 희망에 부풀었다 주저앉았던 경험이 있다.

곤잘레스는 “그저 비행기를 찾을 수 있길 바란다”면서 “그래야 최소한 남편이 편히 쉴 수 있다. 지금은 남편을 위해 해준 게 아무것도 없다. 남편이 남긴 무언가가 없으니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념식엔 희망의, 연민의, 슬픔의 메시지를 적을 수 있는 대형 보드가 마련돼 있었다.

리는 이 보드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아들에게 전할 메시지를 적었다. 큼지막하게 한자를 써 내려가는 리의 얼굴엔 눈물이 흘렀다.

“아들아, 벌써 10년이 지났구나. 네 엄마, 아빠가 널 집으로 데려오려고 이곳에 왔단다 -2024년 3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