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작…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사진 출처, Getty Images
- 기자, 구유나
- 기자, BBC 코리아
일본이 24일 오후 1시를 기점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2년 4개월 전 일본 정부가 해양 방류를 결정한 후부터 한국에서 비판 여론이 거셌던 만큼 정부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야당과 어민 등을 중심으로 시위와 법적 대응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후 1시께 해수 이송 펌프를 가동해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오후 1시3분 태평양 바다로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다음에는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을 정화하고, 설비를 통해 걸러낼 수 없는 삼중수소와 탄소-14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100배 이상의 바닷물로 희석한 뒤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처리된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최대 1500베크렐로 세계보건기구(WHO) 음용수 기준보다 6배 낮다.
도쿄전력은 이날부터 17일간 오염수 7800톤을 바닷물로 희석해 내보낼 계획이다. 현재 원전 내 탱크에 저장된 오염수는 약 134만 톤 분량으로, 원자로 내부 방사성 물질이 제거되지 않아 매일 100톤이 새로 생성되고 있어 오염수를 모두 방류하는 데 30년 또는 그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시뮬레이션 결과 오염수가 태평양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 제주도 남단 해역으로 본격적으로 유입되기까지 약 4~5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다만 계절적 영향으로 인해 삼중수소가 방출 2년 후 국내 해역에 일시 유입될 수 있지만, 이때 농도는 국내 해역 평균의 10만 분의 1 수준일 것으로 봤다.

정부 ‘제대로 방류하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어’
일본의 가장 가까운 이웃 국가인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대해 별다른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오염수가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방류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며 “일본 정부에 대해 앞으로 30여 년간 계속될 방류 과정에서도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정보를 공개하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향해 “과학적 기준과 국제적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방류된다면 지금 상황에서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부디 합리적으로, 긴 안목으로 이 사안을 직시해 주시길 바란다. 정부를 믿고, 과학을 믿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도쿄전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방류 관련 데이터도 제공받기로 했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노심 용융(멜트다운) 사실을 은폐했던 도쿄전력을 신뢰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품는 사람들도 많다.
한 총리는 “(일본과의) 정보 공유 매커니즘에만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해양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춰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일본 인근 공해상 8개 정점을 모니터링 중이며, 내년까지 태평양 도서국 인근 해역 10개 정점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일본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계기로 일본산 수산물 금지 조치 해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수입 규제 조치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2011년부터 일본 후쿠시마 포함 8개 현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면서 총리는 “지금 우리 국민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건 과학에 근거하지 않은 가짜 뉴스와 정치적 이득을 위한 허위 선동”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 때문에 우리 바다가 오염될 거라는 근거 없는 선동으로 우리 수산업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조치와 한국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야4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투기 저지 공동행동’을 열었다.
또 이날 오후 12시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대학생 16명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한 일본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가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출처,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
우려 커지는 수산업계
오염수 방류가 결국 현실화하면서 수산업에 종사하는 어부와 해녀 등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처리된 오염수의 과학적 안전성과는 별개로 오염수 방류가 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소비자시민모임이 성인 5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92.4%가 ‘방사성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수산업계에서는 실제 방류가 이뤄지기 전부터 시장 상황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김영철 전국어민회총연맹 집행위원장은 BBC 코리아에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소금이나 건어물처럼 장기 보관이 가능한 것은 가격이 올랐는데 바로 먹어야 하는 생물은 가격이 반토막까지 났다”고 토로했다.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겠지만,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전복, 우럭, 전어 등 일부 해산물 가격이 전년 대비 절반까지 감소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어민들의 연간 어획량이 양식을 포함해서 약 380만 톤인데, 그걸 돈으로 환산하면 9조2800억 원 정도”라며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 후 소비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비율로 계산하면 최소 50% 이상, 금액으로는 4조5000억 원 이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제주연구원은 오염수를 방류할 경우 국내 수산업 분야 피해액이 연 3조7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수산물 소비 활성화 예산 640억 원을 확보한 상태다. 이외에도 수산물 비축·수매를 역대 최대 규모로 지원하고 수산업계 긴급 경영 자금 5배 확대, 대출한도 완화 등 금전적 지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의 우려가 단순히 경제적인 부분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바다는 죽어 있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라며 “거기에 온갖 쓰레기와 핵폐기물까지 버리는 게 말이 되나”라고 토로했다.
최소한의 보호장비만 갖춘 채 물에 들어가는 해녀들의 경우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과 관련한 우려도 표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이 처리 또는 희석됐다고는 하지만, 전례 없이 많은 양이 오랜 기간에 걸쳐 방류되는 만큼 인체와 바다 생태계에 예상 못 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주 해녀 김은아 씨는 “일을 안 하자니 생계가 걱정되고, (일을 하자니) 오염수 때문에 건강이 걱정된다”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사진 출처, News1
오염수 방류, 중단 가능성도?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키기 위한 시위와 법적 대응 등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어부, 해녀, 수산식품업자, 일반시민 등 40,025명과 고래 164개체를 대리해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대통령 등을 피청구인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등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해 각종 조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피청구인들이 의무를 저버림으로써 국민의 생명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한 반대 성명을 발표하거나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등의 외교적 조처를 하는 등의 적극적 방어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해녀인 은아 씨도 4만여 명의 청구인 중 대표 청구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날 한 총리는 기준에 안 맞는 방류가 진행되면 ‘즉각 중단’을 요청하고 국제적으로 제소하겠다는 정부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투기는 폐기물의 해양 배출을 금지한 런던협약·의정서 위반”이라며 “투기 중단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국내외와 연대하고, 정부를 압박하는 등 적극적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