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트남 국빈방문 … 애증의 양국 관계 재점화하나

    • 기자, 조나단 헤드
    • 기자, BBC 동남아시아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늘(12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응우엔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두 공산주의 국가 간 역사적인 우정을 칭송하는 화려한 찬사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쫑 서기장은 1년 전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이 외국 고위 인사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시 주석은 두 정상의 관계는 “동지, 형제”와도 같으며 양국은 “입술과 치아가 가깝듯 산과 강으로 연결돼 있다”고 표현했다.

이번에 베트남은 시 주석이 내세운 ‘인류 운명 공동체’ 합류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중심의, 주로 상징적인 개념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기조 세계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주로 해석된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의 충성을 둘러싼 미국과의 경쟁에서 중국은 한 발 더 앞서가게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파트너’로 격상한 바 있다. 이로써 미국은 베트남의 잘 조정된 국제 파트너국 계급도에서 중국과 같은 수준이 됐다.

또한 이번 국빈 방문 기간, 중국은 베트남의 교통 인프라 개선을 돕기 위한 선진 철도 기술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 일환으로 중국 남부에서 베트남 하이퐁 항구까지 철도로 연결될 전망인데, 이 철도는 베트남에서도 가장 희토류 매장량이 풍부한 지역을 통과하게 된다.

희토류는 전기 자동차, 재생에너지 생산 등에 필수적인 광물로,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수출 및 정제국이다.

그렇다면 양국이 적어도 공개적으론 언급하지 않을 쟁점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남중국해 섬들을 둘러싼 양국 간 격렬한 영유권 분쟁을 꼽을 수 있다. 1979년 양국 모두 수천 명대의 인명 피해를 입었던 전면적인 국경 전쟁을 포함한, 70~80년대 날카로웠던 양국 관계에 대한 언급도 피할 것이다.

또한 중국이 무려 1000년간 베트남을 식민 지배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메콩강 인근에 중국이 건설한 댐으로 인한 베트남 측의 불만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베트남 온라인상에선 이러한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의 인터넷 검열은 중국에 비하면 느슨한 편이다.

한 베트남 페이스북 사용자는 “우리는 평화를 원할 뿐이다. 그러니 시 주석이 오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으며, 또 다른 사용자는 “만약 시 주석이 (남중국해의) 9단선 주장을 철회할 때만 양국은 빠르게 형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었다.

9단선은 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고자 그은 가상의 선을 뜻한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에서도 반중 정서가 가장 심해질 수 있는 국가다. 프랑스와 미국을 차례대로 이겨내고 독립을 쟁취한 자국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 베트남 국민들은 자신들의 북쪽에 자리한 거대한 이웃을 역사적으로 두려워한다.

그리고 베트남의 공산당 지도층은 이러한 대중의 감정을 언제나 신중히 다뤄야만 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베트남에선 몇 차례 반중 시위가 일어났다. 심지어 2014년엔 베트남이 자국 영해라고 생각하는 지역에 중국이 석유 굴착 장치를 설치하자, 폭동이 일어나 몇 명이 사망하고 외국인 소유 공장 수십 곳이 파괴되는 사건도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하노이에선 중국산은 들여오지 않고 오직 베트남산만을 팔겠다고 선언하는 상점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 들어 양국 정부가 2014년 석유 굴착 장치 사건과 같은 도발을 피하면서, 국민들의 감정을 가라앉히려고 하고 있으나, 베트남 국민들의 감정이 수면 아래 깊이 내려간 것은 아니다.

우선 9단선(베트남에선 이를 ‘소의 혀’라며 비웃는다)과 같은 사안에 대한 감정은 아직도 격렬한 모습이다. 올해 베트남 당국은 영화에 9단선이 표시된 듯한 지도가 있다는 이유로 영화 ‘바비’의 자국 상영을 금지한 바 있다.

또한 베트남 당국은 시 주석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되는 중국의 투자도 받기 꺼리는 모습이다.

우선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투자가 중국이 미치는 경제적 발자취에 대한 자국민들의 분노를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 발자취는 중국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어떻든 간에 베트남 지도층이 감당하기엔 너무 크다.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양국의 무역 규모는 연간 2000억달러(약 252조원)에 달한다. 또한 중국은 베트남의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국으로, 미국의 투자 규모를 넘어선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자 베트남을 제조 중심지의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투자 규모 격차가 큰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새로운 제재를 피하고자 베트남으로 제조 공장을 옮기는 가운데 미국의 이러한 베트남 투자 일부는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과의 디커플링 정책에 의해 추진되기도 한다.

이에 더해 양국 지도부는 여전히 이념적 유대감을 공유한다. 우선 시 주석과 쫑 서기장 모두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이념에 깊이 빠져 있으며, 서구 민주주의 가치에 반감을 느끼고, 당내 철저한 권력 장악을 중요하게 여기는 강경파이다.

그러나 두 국가의 전략적 전망엔 언제나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선 중국은 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 체제에 반기를 들기로 결심한 신흥 초강대국으로, 역내 강자가 되길 꿈꾼다.

베트남은 중견국으로, 미-중 경쟁 관계에서 균형을 잡으며 최대한 많은 이익과 안보적 혜택을 끌어내고자 한다. 또한 러시아와도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여전히 이를 중요시한다.

쫑 서기장은 이러한 외교적 유연성을 ‘대나무 외교’라고 부른다. 이는 1986년 친소 고립 종식 이후 베트남이 취해 온 ‘4불 정책’과도 일맥상통한다. 어떠한 군사 동맹도 맺지 않으며, 한 국가에 맞서 그 어떠한 국가의 편을 들지 않으며, 베트남 영토 내 군사기지 건설을 허용하지 않으며, 국제 관계에 있어 무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는 모두와 친구로 지내되, 그 누구와도 적이 되지 않는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중국은 올해 베트남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역내 중국의 영향력 및 주장에 대한 대비책이 아니라는 말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베트남 국민들에겐 아니더라도 베트남 지도층에게 중국은 다른 여러 국가 중에서도 가장 먼저 우정을 추구해야 하는 국가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양국 관계는 남중국해 문제를 비롯해 베트남이 보기엔 독단적이고 고압적인 듯한 중국의 다른 행동 때문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