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서 알자지라 기자 5명 숨져

    • 기자, 에이미 워커 & 티파니 워트하이머
    • 기자, BBC News

가자지구 가자시티 소재 알-시파 병원 근처에서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으로 지난 10일(현지시간) 아나스 알-샤리프 등 알자지라 소속 기자 5명이 사망했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특파원인 아나스 알-샤리프와 모하메드 크라이케, 촬영기사인 이브라힘 자헤르, 모하메드 누팔, 모아멘 알리와는 병원 정문 근처에 설치된 언론인용 텐트에 머물고 있다 공격을 받았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이번 끔찍한 "표적 암살"은 "언론의 자유를 노린 또 하나의 노골적이고 계획적인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알-샤리프를 겨냥했음을 인정하며, 그가 "하마스 내 테러 세력의 수장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알-샤리프에 대해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노린 로켓포 공격을 주도한 책임"이 있는 인물로, 그가 2019년 하마스 소속 부대의 일원이었음을 증명하는 문서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PJ는 이스라엘이 이러한 주장을 제대로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CPJ의 조디 진스버그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이스라엘이 비단 이번 전쟁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 보여주고 있는 패턴이다. 이들은 자국 군에 의해 언론인이 사망하면 이후 이들이 테러리스트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거의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모하메드 모아와드 알자지라 편집장은 'BBC 더 뉴스룸'과의 인터뷰에서 알-샤리프는 공인된 기자로, 가자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목소리"였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 기간 이스라엘은 국제 언론사의 가자 지구 내 자유로운 취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언론사는 가자 지구 내 현지 기자들의 보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모아와드 편집장은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해 "그들은 텐트 안에 머물다 표적이 되었다. 최전선에서 취재 중이었던 게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정부는 가자 내부에서 보도하는 모든 언론을 침묵시키려고 한다. 그게 진실"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사에서 이런 일은 처음 봅니다."

영어 뉴스 채널인 '알자지라 잉글리시'의 살라 네금 국장은 'BBC 뉴스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알자지라는 소속 기자들의 배경 등에 대해 파악하고 있으며, "그들이 제공하는 콘텐츠 또한 BBC 보도 등 여러 출처를 통해 검증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28세였던 알-샤리프 기자는 사망 직전 X를 통해 가자시티 내 이스라엘의 집중 폭격에 대해 경고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사망한 이후 게재된 게시물은 사전 작성된 이후 지인이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

BBC Verify가 확인한, 공격 후의 모습을 담은 영상 2편에서 남성들은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 일부 남성들은 크라이케 특파원의 이름을 외치고 있으며, 언론인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은 이 시신 중 하나가 알-샤리프라고 말한다.

한편 알자지라 측은 해당 공격으로 총 7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자사 직원 4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으나, 몇 시간 뒤 5명으로 정정 보도했다.

알-시파 병원 측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지 프리랜서 기자인 모하메드 알-칼디도 이번 사건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공격으로 사망한 언론인 수는 총 6명에 달한다.

지난달 '알자지라 미디어 네트워크', UN, CPJ는 알-샤리프의 생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그의 보호를 촉구하는 별도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같은 달 IDF의 아비차이 아드라이 대변인은 X를 통해 알-샤리프가 하마스 군사 조직에 속해 있다고 주장하며 영상 하나를 게시했다.

이에 대해 이레네 칸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근거 없는 주장"이며, "언론인들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가자 지구 내 기자들이 하마스 소속 테러리스트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바탕으로 이스라엘 군에 의해 표적 살해당하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쌓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IDF는 최근 성명을 통해 알-샤리프는 기자로 위장하고 있던 인물로, "테러 훈련 과정 목록" 등 과거 그가 군사 조직과 연계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정보를 이미 공개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IDF가 하마스 관련자라고 주장하며 가자 지구에서 알자지라 소속 기자들을 표적 살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이스마엘 알-굴 기자가 차에 있던 중 공습으로 숨졌는데, SNS를 통해 공개된 충격적인 영상에서는 목이 잘린 그의 시신이 보인다. 촬영기사인 라미 알-리피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한 소년도 해당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IDF는 알-굴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에 참여했다고 주장했으나, 알자지라는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CPJ에 따르면 2023년 10월 가자 지구 내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세가 시작된 이후 사망이 확인된 기자는 186명에 달한다.

가자 지구에 남아 있는 기자들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공습 외에 굶주림의 위협도 존재한다.

지난달 BBC와 로이터, AP, AFP 뉴스통신사 3곳은 공동 성명서를 통해 가자 지구 내 기자들이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리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절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BBC에 보도 내용을 제공하는 프리랜서 기자 3명은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날이 있으며, 한 명은 촬영 중 쓰러지기도 했다.

앞서 국제 구호 단체와 인권 단체 100여 곳은 가자 지구에서 대규모 기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러한 단체들이 "하마스의 선전선동을 돕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로 향하는 구호물자 공급의 통제권을 쥐고 있다.

한편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가 주도한 공격으로 이스라엘 남부에서 약 1200명이 숨지고 251명이 인질로 붙잡히면서 이스라엘은 대응 공세를 전개했다.

가자 지구 내 하마스가 관리하는 보건부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시작된 이후 가자 지구에서는 6만10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추가 보도: 샤얀 사르다리자데(BBC Veri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