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깃발 단 유조선 포함 베네수엘라 석유 관련 '그림자 선단' 2척 나포

동영상 설명, 카리브해에서 미국이 유조선을 나포하는 순간
    • 기자, 자로슬라프 루키프
    • 기자, 아나 파귀
    • Reporting from, 캐피톨 힐, 워싱턴 DC

미국이 지난 7일(현지시간) "연이은" 작전으로 북대서양과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 석유 수출과 관련된 유조선 총 2척을 나포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아이슬란드와 스코틀랜드 사이 북대서양 해역을 항해하던 러시아 깃발을 단 유조선 '마리네라'호를 약 2주간 추적한 끝에 승선해 장악했다. 이 작전에는 영국 해군이 공중 및 해상에서 군수 지원을 했다.

또 다른 유조선 'M/T 소피아'호는 "불법 활동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미국에 의해 카리브해에서 나포됐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출을 사실상 차단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나온 조치이자, 미 특수부대가 베네수엘라 대통령 관저를 급습해 지도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한 지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X를 통해 "제재 대상이자 불법적인 베네수엘라산 원유에 대한 봉쇄 조치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완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러시아는 자국 국기를 달고 항해하던 유조선의 압류 소식에 반발하며, 미국 측이 승선한 러시아인들을 적절히 대우하고 신속히 귀국시킬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 교통부는 해당 선박에 자국 국기를 사용할 "임시 허가"를 준 상태였으며, 그 어떠한 국가도 타국의 관할권 상 적법하게 등록된 선박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권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해당 선박을 보호하고자 잠수함을 보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미군은 별다른 저항 없이 마리네라호에 승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 백악관은 해당 유조선은 "거짓 국기를 사용하며 무국적 상태로 간주된 베네수엘라의 그림자 선단이며, 이 선박에 대한 사법 명령이" 내려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카리브해에서 압류된 2번째 유조선과 관련해,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베네수엘라 지도부가 미국에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기자들에게 "(베네수엘라 지도부는) 석유를 수송하고 수익을 창출하며 경제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미국과의 협력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검증된 석유 매장량 1위로 알려진 베네수엘라가 약 28억달러(약 4조590억원) 상당의 원유 5000만배럴을 미국에 "인도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7일 베네수엘라에서 진행 중인 작전에 대한 의회 브리핑 중 루비오 장관은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있는 석유를 "시장 가격으로 시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며, 수익금의 분배 방식은 "베네수엘라 국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미국이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미래에 대해 신중한 계획이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가 "그저 즉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베네수엘라 계획은 안정화, 회복, 그리고 전환 순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석유를 둘러싼 논의는 미 의회가 우려하는 여러 사안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미 의원들은 베네수엘라 사태와 관련해 얼마나 많은 미군이 투입될 수 있는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등의 의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전반적으로 현 행정부의 행보를 지지하는 듯했으나, 일부 의원들은 의회의 발언권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다음 주 미 상원은 베네수엘라에서의 지속적인 군사 행동을 저지하고자 초당적인 전쟁 권한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베트남 전쟁 이후 제정된 전쟁 권한 결의안은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이 미군을 무력 충돌에 개입시킬 권한을 제한한다.

톰 틸리스 의원(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주)은 "개입이 계속 진행될 경우 반드시 (전쟁 권한)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시 홀리 의원(공화당, 미주리주)은 행정부의 조치가 법 집행 작전이라면 의회 승인이 필요하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인물은 아닐지라도 외국 정부 수반이 관련된 군사 작전이라면 사정이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몇 년간 베네수엘라산 석유의 최대 구매국이었던 중국은 미국의 이번 행보가 글로벌 에너지 안보를 위협한다고 규탄했다.

2025년 1월 7일 미국 해안경비대 관계자가 쌍안경으로 마리네라호를 살피는 모습

사진 출처, US European Command

사진 설명, 2025년 1월 7일 미국 해안경비대 관계자가 쌍안경으로 '마리네라'호를 살피는 모습

미군은 지난 7일(현지시간) 별개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통해 두 유조선 나포 소식을 전했다.

미 유럽사령부(EUCOM)는 'M/V 벨라 1'(마리네라호의 과거 선명)호가 "미국 제재 위반"으로 승선 검색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안경비대 소속 "'USCGC 먼로'호가 해당 선박을 추적했으며, 미국 연방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따라 북대서양에서 해당 선박을 압류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영국 국방부는 미국의 지원 요청에 따라 영국 공군(RAF)의 정찰기와 해군 지원함 'RFA 타이드포스' 등을 이번 작전에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번 조치는 "전적으로 국제법을 준수했다"면서, "제재 우회 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마리네라호는 미국 제재를 위반하고 이란산 원유를 운송한 혐의를 받고 있다.

러시아 국영 방송 RT가 공개한 영상에는 M/V 벨라 1호로 추정되는 선박 근처에 헬기가 접근하고 있다.

'러시아 선급협회' 기록에 따르면 해당 유조선은 마리네라호로 선명을 변경했으며, 러시아 국기를 달고 있었다. 모항은 흑해 연안의 러시아 남부 도시 소치로 등록돼 있었다.

러시아 교통부는 미군이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후 3시경 마리네라호에 승선했으며, 이후 선박과의 통신이 두절됐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은 마리네라 호가 지난달 가이아나 국기를 허위로 게양했으며, 이로 인해 무국적 선박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BBC 검증팀에 선박은 실제 소유권 혹은 선적 등록이 변경되지 않는 한 항해 도중 국기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측은 이 선박을 '벨라 1'호로 지칭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UN 국제 해양법에 따라 무국적 선박은 관계 당국에 의해 승선 단속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미 남부사령부는 7일 국방부와 국토안보부가 "무국적의 제재 대상인 어둠의 함대 소속 유조선을 별다른 충돌 없이 나포"했다고 밝혔다.

"저지된 선박 'M/T 소피아'호는 공해상에서 운항하며 카리브해에서 불법 활동을 하고 있었으며, 미 해안경비대가 해당 선박을 미국으로 호송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남부사령부는 선박 상공에 헬기가 비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도 공개했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오늘 새벽 2건의 작전을 통해 해안경비대가 '유령 함대' 유조선 2척에 정밀하게 조율된 연속 승선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압류된 두 선박 모두 "마지막으로 베네수엘라에 정박했거나 그곳으로 향하던 중이었다"고 덧붙였다.

마리네라호의 선박 위치를 표현한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