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분석한 북한의 '진짜 모습'...코로나 팬데믹 기간 역성장 두드러져

사진 출처, NASA
- 기자, 김효정
- 기자, BBC 코리아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14년 한반도의 밤을 위성으로 촬영해 화제가 된 사진이 있다.
빛으로 꽉 찬 한국과 달리, 북한엔 평양에만 불빛이 보일 뿐 컴컴한 어둠이 가득하다. 이 사진은 정확한 통계 자료가 부족한 북한 경제의 실상을 짐작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위성 사진과 더불어 최근엔 인공지능(AI) 기술로 북한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 카이스트(KAIST)는 기초과학연구원, 서강대, 홍콩과기대, 싱가포르국립대와 위성영상을 활용해 북한처럼 기초 데이터가 부족한 지역의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AI 기법을 개발했다. 컴퓨터 사이언스, 경제, 지리학 등 전문가 10여 명이 힘을 합친 것.
연구팀은 한국의 아리랑, 유럽의 센티넬 등 인공위성 영상을 평균 0.23㎢ 로 세밀하게 나눴다. 그리고 구역 안의 건물과 도로, 녹지 등의 시각 정보를 수치화해 AI가 경제 발전 정도를 점수로 매기도록 했다.
이를 통해 특정 기간 해당 지역에서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었는지를 비교하고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북한에 적용해 분석했다.
주요 연구진으로 참여한 김지희 카이스트 교수는 BBC 코리아에 "북한의 경우엔 대부분의 나라엔 있는 소득, 자산, 인구 등의 자료가 충분치 않기에 절대적 경제지표가 거의 없다"며 "상대적인 발전 정도라도 한번 파악해 보고 싶었다”고 연구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위성사진으로는 (변화가 있으리라 예측되는) 위치를 임의로 선정하고 추적 감시를 했는데, 개발한 AI 모델은 전지역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과정 없이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관측할 수 있다" 고 했다.

사진 출처, Lee Sunhnwook / BBC Korean
대북제재보다 혹독했던 코로나19
연구팀은 통일부와 협력해, 외부와 접촉을 끊고 '고립 속 고립'을 택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의 북한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이를 유엔 제재 기간 당시 북한의 상황과도 비교했다.
2019년~2021년 북한 서부 지역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17만3543장의 사진을 AI로 분석했다. 이를 통해서 코로나19가 유엔 경제 제재보다 북한에 더 혹독한 존재였다는 걸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했다.
김 교수는 "그래도 대북 제재 때는 어느 정도 발전이 도시 위주라도 보였는데, 코로나 때는 사실 거의 모든 곳에서 발전이 주춤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또, "대북 제재 때보다 코로나가 좀 더 북한 경제를 멈추게 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BBC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AI는 북한 내 주요 지역인 평양, 평안 남북도, 자강도 지역 등에 경제발전 점수를 매겼다.
발전점수(siScore. 최저 -2~ 최대 +2)는 건물이 모여있는 형태, 다양한 건물 모양, 시가지 및 논밭 형태, 도로 구조 등을 기반으로 한 상대적 경제 변화도를 뜻한다.
AI는 북한 유엔 제재 강화 전후(2017~2018년)보다 코로나 발발(2020년) 후로 경제 성장이 더뎌졌다고 평가했다.
특히나 도심을 포함해 평양의 경우 역성장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수치가 마이너스로 나온 곳을 살펴보면 가건물처럼 세워졌던 것이 사라져 있거나 공터가 되거나, 건물이 허물어진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며 "새롭게 도시가 세워지려면 도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넓혀지는 게 보이는데 이런 현상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북 제재 기간 평양을 비롯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장이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경제 쇠퇴 모습, 북한의 보도는?
북한은 유엔제재 당시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관광지 개발에 힘을 쏟았다. AI 역시 관광지구 중심으로 경제 발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성장을 보였던 관광지구 중에는 팬데믹 기간 경제 발전을 멈춘 곳도 여럿 있었다.
그 중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을 들였던 온천 휴양지도 있다.
지난 2018년 11월 건설을 시작해 2020년 1월 운영을 시작한 '양덕온천 문화휴양지'는 김 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관광사업 중 하나다.
이 곳은 약 200만㎡ 부지에 실내·야외 온천장과 스키장, 승마 공원, 여관 등 치료 및 요양 구역과 체육문화 기지, 편의봉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2월 말 양덕온천의 운영을 중단했다가, 2021년 2월 재개장했다.

사진 출처, KBS/노동신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양덕온천문화휴양지의 하늘가에 울려 퍼지는 행복의 메아리’라는 기사를 통해 재개장한 온천 시설을 이용하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신문은 직원의 말을 인용해 "물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북한은 2020~2021년 이 지역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여러 차례 보도한다.
하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경제 수치는 오히려 마이너스, 역성장이었다. 팬데믹으로 실제 온천 운영이 어려웠고, 인근 지역 발전까지 이어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출처, 카이스트 연구팀
연구진에 따르면 북한이 대외적으로 야경을 뽐내는 지역인 자강도 강계시도 이 기간엔 역성장했다.
이 지역은 한반도 위성사진이 온라인에서 퍼지자, 북한에서 야경을 공개한 곳 가운데 하나다.
김지희 교수는 "역성장이 나타난 지역을 중심으로 북한의 정책이나 발표 등과 함께 살펴보니 강계시 사례가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UN 제재에도 굳건하다'며 강계시의 불빛을 통해서 강조하던 북한이었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이 곳도 경제 어려움을 피할 수 없던 것으로 풀이된다.
국경 지역인 신의주와 자성군 일대도 같은 경향을 보였다.
물자 조달 어렵자 인력으로 간척 사업
하지만 팬데믹 속에서도 북한은 평양병원 '외관' 건립은 어떻게든 이어가려고 했다.
위성사진을 보면 병원 옥상 헬리콥터 이착륙장도 보인다. AI 분석 지도를 보면 이 지역에선 경제발전을 뜻하는 붉은색이 눈에 띈다.
다만 북한에서 이 병원 완공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대북 제재와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로 각종 자재 수급이 어려워지자, 병원에 필요한 내부 장비를 제때 들여오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간척지(북한어:간석지) 건설에도 매진했다.
AI는 서해 월도 간석지의 변화가 눈에 띈다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19년 6월 월도 간석지 공사에 착수했으며 코로나19 기간에도 사업을 지속했다.
산악 지형이 많은 국토의 특성상 농지가 부족한 북한의 숙원사업이 바로 간척지 건설이다.
물자 거래가 제한되는 상황 속에서 북한은 내부 인력, 즉 '대중 동원 체계'에 몰입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평양 지도 뒤에 감춰진 사실 그려낸 AI
AI의 발전은 기존 북한연구가들에게도 새 지평을 여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북한연구는 탈북자 심층 인터뷰를 통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고해상도 위성사진에서 뽑아낸 자료로 북한의 ‘빈부격차’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숭실평화통일연구원 이시효 박사는 기존 연구 방식에서 벗어나, 딥러닝 등 AI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북한을 들여다보고 있다.
그 결과 특히 상류층이 거주하고 있다고 알려진 수도 평양 내에서도 빈부격차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는 평양을 198개 동으로 쪼개고 위성 자료에서 건물 층수 밀도, 야간조도, 주간열섬, 자동차 수, 버스정류장 수 등 16개의 변수를 AI를 활용해 평양 공간격차 지도를 그려냈다.
북한 최상층이 거주하는 구역은 당의 주요 행정기관과 김일성 광장이 있는 중구역에 집중됐다.
이곳은 고층 아파트보다 중층 아파트가 많고 포장된 도로, 광장, 녹지가 많다.
중상층이 거주하는 지역은 최근 자본가로 부상하는 ‘돈주’가 많이 거주하는 대동강 구역과 낙랑 구역으로 나타났다.
이 박사는 "시장 도입 이후에 권력은 조금 약하지만 돈을 벌게 된 계층이 여기를 선호하는 것은 대동강 남쪽이 감시가 약하기 때문"이라며 "대동강 북쪽 중구역은 권력층이 몰려 사는 곳이고 또 그거에 대한 감시가 심한 곳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돈을 쓰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반면, 하층 빈민은 주로 대동강 남쪽 외곽 공장지대에 살고 있었다. 슬레이트 지붕의 땅집(단독 주택)이 밀집돼 있고 미로 같은 좁은 골목이 많은 곳이다.

사진 출처, 이시효
검증 위해 탈북민 참여
카이스트 공동 연구팀에는 3명의 탈북자도 함께했다.
이들은 위성사진을 보고 경제 발전 정도를 비교하는 일을 했다. 인간에게서 정보를 받고 학습한 AI는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각각의 자료에 경제 점수를 부여했다.
북한 시장 정보를 수집, 연구하고 있는 탈북민 출신 강미진 NK 투자개발대표는 이 연구에 참여하면서 놀랐다고 했다.
통상 북한 변화에 관한 정보를 들으면, 그 가운데서도 팩트가 애매한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면 또 다른 정보통을 통해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기존의 북한 소식이나 연구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가 생기게 됐다.
강 대표는 "실제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정보를 분석한 값을 받으니 (실제 북한 모습과) 잘 맞아떨어진 걸 발견했다"며 "AI 역할이 향후 한반도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있어서도 커질 것 같다"고 평했다.
AI 연구, 장점 크지만 한계도 있어
이시효 박사는 AI를 활용한 연구가 '표본의 한계를 벗어나게 해주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기존 연구는 인터뷰를 중심으로 하다 보니까, 인터뷰 대상자의 출신 지역을 중심으로만 정보를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거는 제한을 받지 않습니다. 어떤 지역이든 전체적으로 볼 수도 세분화해서 볼 수도 있지요."
물론 워낙 폐쇄된 북한 사회다 보니 AI 연구에도 한계점은 있다.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자료가 인공위성 자료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추가 연구와 자료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
이시효 박사는 "아직은 그 자료의 한계성이 아직은 있다고 본다"며 "그래도 AI의 결과물이 계속해서 끊임없이 도출되다 보면 기존 결과물에 대한 다음 결과물 교차 검토가 가능하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김지희 교수 역시 "인공위성 영상만을 바탕으로 판별하기 때문에 상공에서 봤을 때 눈으로 보이는 발전의 정도만 이제 측정이 가능하다"며 "건물이 올라갔다고 해도 이 건물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얼마나 생산, 소비 활동이 일어나는지 그 경제 활성화 정도는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쓸 수 있는 자료가 적지만 열지도, 이산화질소(NO2) 배출량 등 경제 활동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데이터다른 측정 데이터를 통해 연구를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일러스트 및 그래픽 디자인: East Asia Visual Journalism Te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