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사무총장 결선 진출한 유명희 본부장은 누구?

WTO 사무총장 결선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WTO 사무총장 결선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세계무역기구(WTO) 신임 사무총장 선거에서 최종 2인이 남는 결선에 진출했다.

AFP, 로이터통신 등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TO 소식통을 인용, 유 본부장이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을 지낸 응고지-오콘조-이웰라 후보와 함께 2라운드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여성 후보들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하면서 WTO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하게 됐다.

WTO 사무국은 이 같은 내용을 8일 오전 열리는 WTO의 비공식 대사급 회의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WTO 사무총장에는 1995년 김철수 전 상공부 장관, 2013년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1. 최종 후보 선출까지...과정은 어땠나?

호베르투 아제베두 현 사무총장이 예정보다 지난 5월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된 새 사무총장 선출에는 유 본부장을 비롯해 8명이 후보로 나섰다.

유 본부장은 지난달 1라운드를 통과한 5명 중에 들어갔고, 2라운드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각국이 5명의 후보 중 1~2명의 후보에 지지표를 던지는 방식으로 진행된 2라운드 투표에서 유럽국들이 대거 유 본부장과 오콘조-이웰라 전 장관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본부장은 지난 6월 말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최근까지 주요 각국을 돌며 활발한 유세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통상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이자, 현직 통상 장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WTO 사무총장 적임자임을 강조해왔다.

WTO 사무국은 3라운드이자 마지막 라운드의 협의 절차를 이달 하순부터 다음 달 6일까지 진행, 최종 결론을 11월 7일 전에 낼 예정이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164개 회원국이 한 명의 후보에 대해서만 선호도를 제시할 수 있다.

새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봉쇄 조치로 멈춰선 국제 교역의 재개 문제, 각국의 보호무역 강화 등 수많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2. 유명희 본부장은 누구?

유명희 본부장은 울산 출신으로 1990년 서울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했다. 어렸을 때 꿈은 작가였다고 서울경제에 말한 바 있다.

하지만 1990년대 WTO가 출범하고, 한국이 당시 세계 열강들로부터 개방 압박을 받으며 통상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그는 "한국에는 오래된 (통상) 전문가가 없었고 통상 전문가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통상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고 매체에 설명했다.

유명희 본부장이 5월 열린 여성 통상전문가 그룹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통상산업부(현 산자부)가 모집한 '제1기 여성 통상직'에 유 본부장이 선발돼 그는 한국의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유명희 본부장이 5월 열린 여성 통상전문가 그룹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90년대 중반 통상산업부(현 산자부)가 모집한 '제1기 여성 통상직'에 유 본부장이 선발돼 그는 한국의 첫 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로 꼽힌다

35회 행정고시로 공직 생활에 발을 들였고, 1995년에 서비스·경쟁분과장을 맡아 한미 FTA 체결 협상에 참여하는 등 통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왔다.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열린 여성 리더십 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웬디 커틀러 전 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한미 FTA 협상이 한창이던 2006~2007년을 회상하며 "미국 협상단에 비해 한국 협상단은 남성이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몇 안 되는 여성 중 유명희 본부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3. 유명희 본부장의 선출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상대방인 나이지리아의 오콘조-이웰라 후보는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외무장관을 역임한 인물이다. 특히 세계은행에서 25년간 일한 경험이 있어 유 본부장보다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유럽이 아프리카와 전통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점 때문에 아프리카 출신인 오콘조-이웰라 후보에게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거란 예측이 나온다. 유럽과 아프리카에 각각 41표(EU 회원국 27개국 포함)와 44표가 걸려있는데 이는 총 164표(163개국+EU)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이웃국인 중국과 일본도 오콘조-이웰라 후보를 지지한다.

WTO 스위스 본사

사진 출처, FABRICE COFFRINI

사진 설명, WTO 스위스 본사

하지만 유 본부장은 한국 최초의 여성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통상 실무를 꿰고 있다는 점이 오콘조-이웰라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프리카와 우호관계인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서방 국가의 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유 본부장에게는 유리하다.

앞서 유 본부장은 지난 7월 정견발표를 위한 출국길에서 "오래된 통상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국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해서 WTO 개혁을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4. 새 사무총장이 직면한 과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전에도 각국은 보호무역을 강화하며, 한일 무역갈등과 미중 무역갈등이 악화하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각국의 봉쇄 조치로 국제 무역이 아예 멈춰 섰고, WTO는 국제 교역 재개 문제라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

WTO의 개혁을 주장해 온 미국의 마음을 돌리는 것 또한 핵심 과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WTO를 중국 편향이라며 비난해왔다. 특히 미국은 WTO의 대법원 역할은 하는 상소 기구의 위원 임명을 지난 2년여에 걸쳐 거부해왔다.

김현종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유 본부장이 2018년 워싱턴에서 한미 FTA 개정을 위한 1차 협상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김현종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유 본부장이 2018년 워싱턴에서 한미 FTA 개정을 위한 1차 협상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결국 상소 위원 2명의 임기가 지난해 12월 끝나며, 위원이 최소 3명이 있어야 하는 상소 기구의 현재 위원은 1명뿐이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WHO의 핵심 기능인 분쟁해결 기능은 마비됐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마음을 얻어 중국과의 의견 간극을 중재하고, WTO의 개혁을 이끌기에 적합한 인물이 사무총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유 본부장은 출마를 선언하며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이 누구보다도 적합한 자격과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