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연락소 폭파: '서울 불바다'까지 다시 거론한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정상인 장군봉에 올라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 기자, 김형은
    • 기자, BBC 코리아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소 건물을 폭파한 지 하루 만인 17일 금강산과 개성공단,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2018년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의 결실로 탄생한 9·19 군사합의 파기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국방부, 통일부는 강한 어조로 즉각 대응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러한 행동을 예고하며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까닭을 전문가와 알아봤다.

'문재인 정부 압박'

정영태 동양대학교 석좌교수는 BBC 코리아에 이같은 북한의 도발 행위가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한테 군사합의는 큰 의미가 없다. 자신들이 필요 없을 때는 종이조각일 뿐"이라며 "탈북자 전단지는 촉발 요인으로 사용한 것일 뿐이고 결국은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끔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이 '원하는 것'은 뭘까? 정 교수는 "한미동맹 관계를 깨뜨리는 것"이라고 봤다.

그는 "진보 정부가 반미정책을 채택해 동맹을 깨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국민에게 한미동맹을 깬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지만, "북한은 이를 불가능으로 보지 않는다"며 "북한은 안 되는 것도 되풀이해 언젠가 되게 하는 전략을 택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두연 국제위기그룹(ICG) 선임연구원 역시 이같은 행동은 한국을 강압하는 것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그는 "북한은 전단지 살포와 한미군사훈련을 멈추고 또 미국이 대북제재를 완화하도록 한국을 위협하고 강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면 왜일까? 한국은 이미 이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2018년 판문점 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땅 하늘, 바다 어디에서도 서로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북한은 한국에 한 약속을 이행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원하는 건 '자본 전달'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북한이 결국 원하는 것은 '돈'이라고 BBC 코리아에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현재 한국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상징적 교류, 문화 교류가 아니라 자본 전달"이라는 것.

란코프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교류를 하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미국 측이 싫어하지 않는 선에서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는 북한 입장에서는 아무 가치 없는 놀이이자 게임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미세먼지 및 산림 분야와 관련한 동북아·남북 간 녹색 협력 강화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 보면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아니"라며 "결국 북한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이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미국 측의 부정적인 반응을 유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북한 입장에서는 2018년 이후 한국이 미국을 설득해 대북제재를 완화해주길 기대하며 기다렸지만 진전이 없었다.

그는 "(약속은) 말 뿐이고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없고 자신들에게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관계가 틀어지면 골치 아픈 것은 미국만이 아니고, 자신들(한국)도 골치 아프게, 잠을 잘 수 없도록 할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최근 '비커밍 김정은'을 출간한 정박(한국명 박정현)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역시 경제적인 측면을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경제 정책이 딱히 성과가 없는 가운데 북한은 이념과 혈통을 강조하며 "군사적 행동과 협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으며 주민들이 고통받는 가운데 외부의 '적대세력'에 시선을 돌려 민족주의를 이끌어 내고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이러한 발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 역시 '시점'에 영향 줘

정영태 교수는 BBC 코리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북한의 도발 시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19가 확산하며 혼란스런 와중에 '외부의 적'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숨은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정 교수는 "아무래도 북한 내부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부적 결속이 해이해지고 불만이 나오고 있을 것"이라며 "외부에서 적을 일부러 창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민영 북한 전문가 역시 "국내적으로는 그 이유가 무엇이 됐든 인민들의 단합을 도모하고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는 것 같다"며 "긴장조성을 해서 남한을 겨냥하는 포무기들을 계속 개발, 시험, 완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 출처, 뉴스1

사진 설명,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최근 북측의 일련의 언행은 북에도 도움 안 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모든 사태의 결과는 전적으로 북측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란코프 교수도 코로나19도 북한의 '시점' 선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본다.

그는 "3월이나 4월이 아닌 지금을 선택한 것은 3~4월 당시 세계 정치가 마비되며 모든 뉴스가 코로나19에 관한 것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세계 정치가 다시 활발해지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런 시점에 이슈를 만든다고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도발까지 가지는 않을 것

한편 북한의 숨은 의도에는 한국군이 보복해야 할 정도의 군사도발은 일단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북한 매체를 미국 정부 등에서 10년 넘게 분석해 온 이민영 북한 전문가는 북한의 '레토릭'(수사)을 살피며 북한이 한국 정부의 조치를 보고 이후 행동을 결정한다고 경고한 점을 주목했다.

이 전문가는 "접경지역이나 서해나 군사적 사건, 혹은 핵실험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 일부 매체의 수사를 살피면 조건부임을 강조한다며 "경고하는 만큼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김두연 연구원 역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는 남북관계의 상징적인 장소를 파괴한 것은 맞지만 한국이 군사적으로 행동할 정도의 도발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앞으로도 비슷한 (도발)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이 군사적으로 보복해야 할 정도의 것은 아닐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