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 수단은 늘었는데… 점점 약해지는 온라인 프라이버시

랩탑 키보드를 사용하는 여자의 손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무료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우리의 데이터를 넘겨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까?
    • 기자, 조이 클라인만
    • 기자, 테크놀로지 에디터
  • 읽는 시간: 6 분

영국 혁신 싱크탱크 네스타(Nesta)의 분석가 토마스 번팅은 "2026년 현재 온라인상의 사생활 보호는 더 이상 당연한 권리가 아니라 하나의 사치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광고 산업의 미래를 논하며 일종의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주방에 있는 스마트 냉장고가 사용자의 식단 선택 정보를 수집해 이를 건강보험사에 공유하는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필연적인 미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으로 들리는 이야기다.

올해 25세인 토마스는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 프라이버시를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이버시가 원래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우리는 단지 그런 환경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배워 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프라이버시 보호 설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이해하고, 소셜 미디어와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가로 자신의 데이터를 일종의 화폐처럼 제공하는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그는 15살 무렵 교실에서 있었던 일화를 떠올렸다. 당시 교사가 학생들에게 프라이버시를 지켜야 할 핵심 가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물었지만 "단 한 명도 손을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근 소셜 미디어 사용을 중단한 사람들과 그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면 대부분 과도한 스크린 타임이나 중독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 프라이버시 침해를 이유로 드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토마스 번팅은 자신과 같은 또래의 성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상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생활 보호를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는 번팅.

사진 출처, Thomas Bunting

사진 설명, 토마스 번팅은 자신과 같은 또래의 성인들은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상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생활 보호를 경험해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서리대학교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앨런 우드워드 교수와 같은 오랜 온라인 프라이버시 옹호자들에게 깊은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그는 "온라인 프라이버시는 곧 내 삶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프라이버시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이렇게 묻습니다. '그렇다면 왜 침실에 커튼을 치고 사느냐'고요."

우드워드는 프라이버시 보호가 종종 "무언가를 숨기려 한다"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칠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에 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상시적인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시도하며, 반대 의견을 내고,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자유를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는 나와 저녁 식사를 했던 한 젊은 인플루언서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요즘 친구들이 클럽에 가서도 선뜻 춤을 추지 못한다고 말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몰래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퍼져 공개적인 망신의 도구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우드워드는 "끊임없는 감시를 의식하는 순간 사람들은 자기 검열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춤을 추는 것과 같은 일상적인 행동의 제약을 넘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공동 창업자인 스콧 맥닐리가 분석가와 기자들에게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당신들에게 프라이버시는 전혀 없습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세요."

그의 말은 과연 옳았을까?

기술 업계는 프라이버시의 장벽을 허무는 데 앞장서 왔지만, 동시에 우리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수단을 만들기도 했다. 기업들은 디지털 세상에서 사생활 보호라는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명목 아래 수백, 수천 가지에 달하는 개인정보 보호 도구와 설정 기능을 끊임없이 출시해 왔다.

여기에는 프라이버시 보호 전용 웹 브라우저, 암호화 메신저 앱, 비밀번호 관리자, 추적 차단기, 그리고 가상사설망(VPN)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데이터 분석 기업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데이터 유출이나 해킹, 정보 노출로 인해 개인정보 침해 피해를 입은 사람은 13억 5천만 명이 넘는다. 전 세계 인구 약 8명 중 1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앨런 우드워드 교수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앨런 교수

사진 출처, Alan Woodward

사진 설명, 앨런 우드워드 교수는 현대인들이 자신의 온라인 프라이버시 문제에 대해 지금보다 훨씬 더 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개인정보 보호 수단은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해졌지만 우리의 실제 프라이버시는 오히려 더 약해졌다는 것이다.

프라이버시 보호를 중심으로 한 규제 역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술 기업 시스코에 따르면 약 160개국이 자체적인 개인정보 보호법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과 유럽에서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쿠키(사용자의 정보를 소량 수집하는 프로그램) 수용 여부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쿠키 수집 승인 요청 팝업창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일론 머스크는 끊임없이 "동의" 버튼을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에 대해 X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기기도 했다.

"그래, 이 빌어먹을 쿠키 다 가져가라고! 이런 건 애초에 브라우저 설정에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야지."

새로운 웹사이트를 방문할 때마다 쿠키 수용 버튼을 눌러야 한다는 많은 사람들의 불만은 이른바 '프라이버시 역설(Privacy Paradox)'이라 불리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 이는 사람들이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온라인 행동에서는 그와 상충되는 선택을 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시스코의 2024 소비자 프라이버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9%가 자신의 데이터 프라이버시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행동에 나서는 '프라이버시 액티브(Privacy Active)' 계층은 38%에 불과했다.

프라이버시 액티브란 자신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거나, 기업의 개인정보 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다른 서비스나 쇼핑몰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만약 프라이버시 설정에 동의하기 전에 세부 약관을 실제로 읽어본다면(2023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6%는 이를 읽지 않는다), 일부 웹사이트가 당신의 방문 기록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데이터는 수백 곳, 많게는 수천 곳에 이르는 '협력사'와 공유될 수도 있다. 이른바 외부 벤더라고 불리는 제3자 업체들이 우리의 웹사이트 방문 정보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비평가들은 이용 약관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쿠키 선택 역시 권리 보호라기보다 번거로운 절차로 전락했다며 관련 정책들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프라이버시는 힘이다(Privacy is Power)'의 저자인 카리사 벨리즈 박사는 "규제 당국이 적절한 법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이를 실제로 집행하는 데 있어서도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타(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의 모회사)는 사용자가 설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 진단' 기능을 제공한다. 그러나 사용자의 활동을 기반으로 제공되는 맞춤형 광고를 받지 않으려면 별도의 구독료를 지불해야 한다.

애플 역시 자사의 모든 제품 중심에 개인정보 보호가 있다고 강조해 왔지만, 이 역시 고가의 제품 가격이라는 장벽이 있다.

한편 틱톡은 미국 내 매각 이후 지난달 미국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약관을 업데이트하며 현지에서의 데이터 수집 범위를 확대했다. 사용자들은 정밀 위치 정보 공유 등 일부 항목에 대해 거부(Opt-out)를 선택할 수 있지만 이는 기기 자체 설정을 통해서도 조정할 수 있다.

웹사이트 쿠키 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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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저 습관적으로 '동의' 버튼을 누르고 있을까?

벨리즈는 사람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외면한 것이 아니라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느낀다"고 했다.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감시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기술 기업들이 '이미 너무 늦었다'는 식의 서사를 퍼뜨리는 데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벨리즈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규제 기관, 기술 기업, 그리고 데이터 수집이 적은 기업을 선택함으로써 행동으로 보여주는 개인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약간의 문화적 변화가 수반돼야 할 수도 있다.

벨리즈는 인지도 높은 경쟁 서비스인 왓츠앱보다 훨씬 적은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는 보안 메신저 앱 시그널을 통해 나와 소통하기로 했다. 시그널의 월간 이용자 수는 약 7천만 명 수준인 반면 왓츠앱은 평균 30억 명에 달한다.

그는 "그것은 결국 문화의 문제"라고 말했다.

"적절한 기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