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부의 이 작은 나라는 왜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가 됐을까

- 기자, 안드레 롬바드
- 기자, BBC 포커스 온 아프리카
- Reporting from, 레소토
마트로항 몰로이(79)의 집에 가기 위해선 세계에서 가장 고도가 높은 나라 중 하나인 레소토를 이루는 산을 지나 주요 도로에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야만 한다.
10명의 자녀를 둔 몰로이는 깔끔히 정돈된 집에서 나를 맞아주며 대가족 사진을 보여줬다.
나는 그중에서도 맏아들 틀로항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이곳을 찾았다.
틀로항은 38세의 나이에 세상을 등지며 레소토의 암울한 통계의 일부가 됐다. 무척이나 높은 평균 해발 고도로 인해 하늘 위 왕국이라고도 불리는 레소토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로 악명 높다.
몰로이는 “틀로항은 좋은 아들이었다. 자신이 앓는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내게 털어놓곤 했다”고 회상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던 날에도 제게 와서 ‘어머니, 언젠간 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하더군요.”
“아들의 죽음은 제게 상처가 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마음속에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제게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줬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은 주변인들의 눈에 혹시라도 자신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나약한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레소토에선 매년 인구 10만 명당 87.5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는 10만 명당 약 40명을 기록하며 국가별 자살률 2위를 기록한 남미 대륙의 가이아나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자살률을 기록하는 한국의 자살률은 2022년 기준 10만 명당 25.2명으로, 이보다 낮다.
인구 10만 명당 9명 정도인 전 세계 평균에 비하면 거의 10배에 달하는 높은 비율이다.
그래서 ‘헬프레소토(HelpLesotho)’와 같은 비정부 기구는 레소토 청년들에게 정신 건강 관리법을 가르쳐주며 이 수치를 떨어뜨리고자 한다.
한편 나는 수도 마세루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흘로세 지역에서 사회복지사인 리네오 라포카가 젊은 여성들을 위해 정기적으로 이끄는 단체 치유 세션에 참여할 수 있었다.
참여자 페이션스(24)는 “사람들은 (자살이) 아프리카의 원칙, 우리의 문화적 경험, 아프리카인으로서의 우리가 지녀야 할 정신, 더 크게는 공동체에 위배된다고 본다”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살로 친구 3명을 잃었으며, 개인적으로도 시도한 적 있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여기 모인 이들 모두 극단적인 생각을 했거나,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의 지인이다.
또 다른 참여자 응소아키(35)는 병원에서 성폭행을 당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감정적으로 울분을 토했다.
“의사가 저보고 제가 너무 매력적이라더군요. 갑자기 총을 꺼내더니 저와 쾌락을 느끼고 싶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절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매번 전 자살이야말로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전 할 수 없었고, 할 힘이 없었습니다. 절 앞으로 나아가게 해준, 혹은 살아있게 해준 유일한 원동력은 형제들입니다. 형제들은 제가 강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전 나약한 존재입니다.”
다른 참여자들은 응소아키에게 이러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강하다는 증거라며 위로를 건넸다.
세션이 끝나자 모든 여성 참여자는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미소 지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고 했다.
한편,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이유는 종종 복잡하며, 한 가지 원인으로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나 라포카는 레소토의 특히 높은 자살률을 설명할만한 패턴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 성폭행, 실업, 지인의 죽음 등의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약물과 술에 의존하죠.”
실제로 2022년 ‘세계 인구 리뷰’ 보고서는 레소토 여성의 86%가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아울러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이곳의 청년 5명 중 2명은 취업 혹은 교육받고 있는 상태가 아니다.
라포카는 “사람들은 가족, 친구 혹은 그 어떤 주변 관계에서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레소토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레소토인들은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말하는 게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타인의 판단이 걱정된다고 호소한다.
어느 날 저녁, TV에선 축구 경기가 나오고, 한 모임의 남성 참가자들이 모여 현지 맥주를 마시며 정치에 관해 이야기하는 흘로세의 어느 바에서 나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코시 음피티는 “우리는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고, 마음을 열어보자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꺼내놓으면 소문의 중심에 서는 건 아닐지 두려워하는 이들도 있긴 하지만,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친구들인) 우리 모임은 서로를 지지합니다. 전 문제가 있다면, 이 모임에서 털어놓고, 우리는 서로를 지원해 줍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도움을 구하려고 해도 공중 보건 시스템이 지닌 문제에 직면하곤 한다.
레소토의 유일한 정신과 병동은 2017년 이후 정신과 전문의가 단 한 명도 없었던 탓에 지난해 행정감찰관으로부터 지적받았다. 게다가 해당 행정감찰관은 이곳 병동에서 “입원 환자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환경” 등 광범위한 인권 유린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2년 10월에 선출된 정부가 초안을 작성 중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자살률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 단위의 정신 건강 정책도 부재했다.
한편 국회에서 정신 건강 위원회를 이끄는 모코투 마칼라니네 의원은 “정신 건강 문제가 팬데믹이 됐다”고 설명했다.

마칼라니네 의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더욱더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축구 대회 등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지원활동을 강화하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치유 측면에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을 것이며, 많은 이들의 재활을 도울 것입니다.”
아울러 마칼라니네 의원은 레소토가 과거 후천면역결핍증후군(HIV/AIDS)에 맞서 싸운 경험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2016년에 레소토는 사람들이 진단받자마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검사 후 치료(T&T)’ 전략을 도입한 최초의 국가가 됐다. 이후 감염률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터놓을 수 있고, 타인의 상황에 대해 타인을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건 변화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한편 몰로이는 짧은 산책길 끝에 아들의 무덤을 찾았다.
아들은 개울이 흐르고, 녹지가 있고, 작은 민가가 점점이 흩어진 멋진 풍경 속에서 마지막 안식을 취하고 있다.

몰로이는 자살로 인한 죽음으로 인해 큰 슬픔에 빠져 있는 레소토의 수많은 이들 중 하나다.
몰로이는 아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전 사람들에게 자살은 절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그들이 여러분을 도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