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탐사보도, UAE가 예멘 내 정치적 암살에 자금 지원한 정황 밝혀져

후다 알-사라리

사진 출처, Jack Garland/BBC

사진 설명, 예멘의 인권 변호사인 후다 알-사라리. 그의 아들은 2019년 총에 맞아 숨졌다
    • 기자, 나왈 알-마그하피
    • 기자, BBC News, 아랍어 서비스

BBC의 조사 결과 아랍에미리트(UAE)가 예멘에서 정치적 암살 배후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최근 홍해에서 상선을 공격하며 다시 국제 사회의 이목을 끈 예멘 내 파벌들과 정부가 얽힌 갈등 상황을 악화시킨다.

내부고발자는 BBC 아랍어 서비스 취재진에 미국 용병들이 UAE 장교들에게 제공한 대테러 훈련이 사실 은밀하게 활동할 수 있는 현지인 훈련에 이용됐으며, 이로 인해 정치적 암살이 매우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한 BBC는 미국 용병 단체가 겉으로는 예멘 남부에서 활동하는 지하디스트 집단인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제거를 목표로 내세우긴 하지만, 실제로는 UAE가 후티 등 다른 무장 정파에 맞서고자 전직 알카에다 조직원들까지 예멘 현지에 창설한 조직으로 모집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BBC가 조사 결과 제기한 의혹, 즉 UAE가 테러 범죄와 연관이 없는 이들을 암살했다는 의혹에 대해 UAE 정부는 “거짓이며, 합당한 근거도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 3년동안 100명이 넘게 암살당한, 예멘의 이러한 연속 살인 사태는 여러 강대국이 중동의 최빈국인 예멘에서 벌이는 격렬한 갈등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며 국제 사회가 인정한 예멘 공식 정부는 자국 내에서 제대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사태는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최근 홍해에서 선박들을 공격해 국제 무역을 방해했다는 뉴스 보도 속 단체)를 간접적으로나마 더욱 대담하게 만들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후티를 “국제 테러 단체”로 재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간선

나는 예멘 출신으로 2014년부터 발발한 예멘 사태에 대해 지속해서 보도하고 있다. 예멘 정부는 내전으로 후티에 북부 지역 통제권을 빼앗겼으며, 이후 줄곧 후티는 더욱더 좋은 장비를 갖추며 노련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 미국과 영국은 UAE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대부분 아랍 국가로 구성된 연합군을 지원하는 식으로 반격에 나섰다.

이들 연합군은 망명간 예멘 정부를 복귀시키고 테러리스트들과 맞서 싸우겠다는 목표로 예멘을 침공했다.

알카에다가 예멘 남부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영토를 넓혀가고 있던 상황에서 UAE는 예멘 남부 지역의 치안을 담당하게 됐고, 미국의 대태러 핵심 동맹국이 됐다.

중간선

‘예멘 분쟁’ 정리

  • 2014년, ‘후티’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예멘 내 소수 이슬람 시아파 분파에 속한 반군이 수도 사나를 점령한다
  • 2015년 2월 사나에서의 가택연금 중 탈출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당시 예멘 대통령은 남부 소재 도시 아덴으로 피신해 그곳을 임시 수도로 지정했다
  • 사우디와 대부분 수니파 아랍국인 8개국이 후티를 상대로 공습을 시작했다. 이들 연합군은 후티가 이 지역 내 라이벌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 아라비아가 이끄는 연합군은 미국, 영국, 프랑스로부터 군수 지원을 받았다
  • 심지어 표면적으로 같은 편인 이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다. 2019년 8월, 사우디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과 남부 분리주의 운동 연합인 ‘남부과도위원회(STC)’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STC 측은 하디 대통령이 실정을 저지르고 있으며, 이슬람주의자들과 연계돼 있다고 비난했다
  •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와 라이벌인 IS 관련 현지 단체들은 예멘 남부에서 자신들의 영토를 장악하고, 특히 아덴을 중심으로 여러 공격 행위를 을 벌이며 예멘 내 혼란한 상황을 이용해오고 있다
  • 그러는 동안 후티는 영향력을 확장해 지난해 11월부턴 홍해를 다니는 상선을 공격하고 있다
중간선

그러나 이러한 연합군의 공격으로 예멘이 더욱 안정되기는커녕, 당시 나는 취재를 위해 예멘 정부가 통제하는 남부 지역을 자주 방문하면서 오히려 테러 단체와 관련 없는 예멘 시민이 의문의 살해를 당하는 일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국제법상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는 민간인 살인은 초법적 살해로 간주된다.

암살된 이들은 대다수가 ‘무슬림 형제단’의 예멘 지부인 ‘이슬라’의 회원들이었다. ‘무슬림 형제단’은 인기 있는 국제 수니파 운동으로, 미국에선 한 번도 테러 조직으로 분류된 바 없지만, 아랍 몇몇 국가에선 금지된 단체이다. UAE에서도 마찬가지인데, UAE 왕실은 정치적 활동과 선거 지지 의견을 통치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첫 번째 암살 작전 상황을 담은 드론 영상은 내게 이러한 의문의 살인 사건들을 조사할 실마리를 제공했다. 해당 드론 영상은 2015년 12월로 기록돼 있었으며, 미국의 민간 보안 업체인 ‘스피어 오퍼레이션 그룹’의 조직원들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2020년, 마침내 나는 영국 런던의 어느 레스토랑에서 해당 영상 속 작전의 배후에 있는 인물 중 한 명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전직 ‘네이비 실(미 해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이후 스피어의 최고작전책임자가 된 아이작 길모어는 자신들이 UAE에 고용돼 예멘에서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하는 미국인 중 하나다.

아이작 길모어

사진 출처, Jack Garland/BBC

사진 설명, 아이작 길모어는 UAE로부터 정적 살해를 의뢰받았다

길모어는 첫 번째 암살 작전의 대상을 제외한, UAE로부터 스피어가 의뢰받은 “살인 명단” 속 이름들은 발설하지 않겠다고 했다. 첫 번째 작전의 암살 목표는 예멘의 하원의원이자 임시 수도 아덴에서 이슬라의 지도자로도 활동하는 안사프 마요였다고 했다.

나는 길모에게 이슬라가 미국에서 테러 조직으로 분류된 적 없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에 길모어는 “안타깝게도 현대 사회에서 분쟁은 매우 불투명하다”면서 “예멘의 상황이 바로 이렇다. 누군가에겐 시민 지도자이자 종교 지도자인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겐 테러리스트 지도자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예멘에 있던 또 다른 스피어 조직원인 데일 콤스톡과 길모어는 내게 자신들이 수행했던 작전은 2016년 종료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멘 남부에선 다른 암살 작전들이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국제 인권 단체 ‘리프리브’에 따르면 더 늘어났다고 한다.

리프리브는 2015~2018년 예멘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160건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부분 사건이 2016년부터 발생했으며, 살해당한 160명 중 테러와 관련이 있는 자들은 23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모든 암살은 스피어의 전술과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급조폭발물로 이목을 끈 후 암살 목표에 총격을 가하는 식이다.

예멘의 인권변호사 후다 알-사라리는 가장 최근 예멘에서 일어난 정치적 암살 사건으로 지난달 라흐치에서 동일한 방법으로 어느 이맘(종교 지도자)이 살해당한 사건을 꼽았다.

길모어와 콤스톡, 그리고 익명을 요구한 스피어 출신 용병 2명은 스피어가 아덴에 주둔하고 있는 UAE 기지 내 UAE 장교 훈련에도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인도 BBC에 이러한 훈련 장면을 담은 영상을 갖고 있다고 알렸다.

이들 용병은 정확히 어떤 훈련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과거 UAE와 직접 협력한 적 있는, 아덴 내 어느 예멘군 고위 장교가 BBC에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들려줬다.

안사프 마요
사진 설명, ‘스피어’의 표적이 돼 현재는 망명 중인 안사프 마요

이 장교는 BBC에 미국인 용병들은 아덴에서 워낙 눈에 잘 띄고 또 노출되기 쉽기에 이들의 임무는 UAE 장교 훈련으로 변경됐다면서 “이들은 현지 예멘인들을 노린 훈련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과정에서 BBC는 10여 명의 다른 예멘 소식통들과도 이야기를 나눴으나, 이들 또한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 중 2명은 UAE 군인들로부터 암살 훈련을 받거나 지시를 받은 뒤 테러와 관련이 없는 인물의 암살을 수행했다고 진술했으며, 1명은 예멘의 고위 정치인을 암살하는 대가로 UAE 교도소에서 석방해주겠다는 제안받았지만 이를 수락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렇듯 예멘인들을 암살에 동원하면 암살 이후 배후를 UAE로 추적하기 더 어렵게 된다.

UAE는 자신들이 자금을 지원하는 STC의 준군사 부대 구축에 지난 2017년까지 도움을 줬다. STC는 예멘 남부 전역의 무장 단체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조직이다.

이 조직은 예멘 정부와는 별개로 예멘 남부 지역에서 활동했으며, UAE의 명령만 들었다. 이 조직의 대원들은 단순히 최전방에서의 전투를 훈련받은 이들이 아니었다.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특히 그중에서도 최정예인 ‘대태러 부대’는 암살 훈련받았다고 한다.

내부고발자는 현재는 STC의 대원인 전 알카에다 조직원 11명의 이름이 적힌 문서를 건넸는데, 일부 이름들은 BBC가 자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취재진은 조사 중 나세르 알-시바의 이름도 발견했다. 한때 알카에다의 고위 간부였던 알-시바는 테러 혐의로 수감됐으나, 이후 풀려났다.

BBC가 통화한 예멘 정부의 한 장관은 알-시바가 2000년 10월 발생해 미국 승조원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 해군 구축함 ‘USS 콜’ 공격 사건의 용의자라고 설명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BBC에 알-시바가 현재 STC 산하 어느 부대의 지휘관으로 있다고 귀띔했다.

한편 알-사라리 인권변호사는 UAE가 지원한 인사들이 예멘에서 자행한 인권 유린 행위를 조사하고 있다. 그렇기에 종종 살해 협박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가 치른 가장 큰 대가는 바로 18살 난 아들 모흐센의 죽음이었다.

모흐센은 지난 2019년 3월 주유소에 가던 중 가슴에 총을 맞아 1달 뒤 사망했다. 그렇게 아들의 장례를 치르고 업무에 복귀한 알-사라리는 하는 일을 멈추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또 받았다.

그 메시지엔 “아들 하나가 죽은 거로는 충분하지 않나? 우리가 다른 아들도 죽길 바라나?”라고 적혀있었다고 한다.

이후 아덴 당국의 조사 결과, 모흐센은 UAE가 지원하는 ‘대태러 부대’의 조직원의 손에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졌으나, 당국의 기소는 없었다.

아덴의 검찰청 직원들은 암살 사건이 너무 광범위한 나머지 UAE의 지원을 받는 단체가 관련된 사건이라면 정의를 추구하기 두려운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리프리브는 유출된 UAE 측 문서를 입수했는데, 거기엔 2020년에도 스피어에 여전히 돈을 건네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다만 그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BBC는 스피어의 창립자인 에이브러햄 골란에게 소속 용병들이 UAE 측에 암살 기술을 훈련시켰는지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BBC는 UAE 정부에도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의혹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UAE 측은 테러와 관련 없는 개인을 모교로 삼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예멘 정부와 국제 동맹국들의 초청으로 예멘 내 대태러 작전을 지원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UAE는 이러한 작전 기간 관련 국제법을 준수하며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BBC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에도 스피어에 대해 얘기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미 정부 정보 기관은 “CIA가 그러한 작전을 승인했다는 말은 거짓”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